|
▲ 성주간 첫 날인 3월 25일, 평택 쌍용자동차 앞 송전탑 아래에서 쌍용차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 자리에는 각 교구에서 1천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참여해 함께 기도했다. ©정현진 기자 |
“친애하는 농성자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의 고통에 동참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슬픔에 함께 합니다.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함께 공정한 세상, 행복의 꿈을 꿉시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우리가 꿈꾸는 이 공정의 세상과 행복은 막지 못할 것입니다.”
이성효 주교는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 대한문 앞 355일의 농성 그리고 126일째를 맞는 송전탑 농성 등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농성을 하는 이들이 지치거나 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의 마음을 전했다.
이 주교는 “연약하고 힘겨워하는 우리를 굽어보시고 다시 생기를 얻게 해달라고 절실히 기도했다. 그리고 하느님은 분명히 약속하셨다”면서, “하느님께서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구하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풀어주기 위해 손잡아 주실 것이라는 성경 말씀과 이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 이 희망을 농성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성효 주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이곳 송전탑, 대한문, 강정마을에도 같은 인사말을 나누실 것”이라고 위로를 전하면서, “이 송전탑 앞에서 매 주 수요일 오후 3시에 미사가 봉헌된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주신 공동선 실현 사제연대와 신자들은 주변의 형제자매들이 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송전탑 위의 두 노동자도 두 손을 모은 채 미사에 참여했다. ©정현진 기자 |
복기성 부지회장은 “하느님의 말씀이 평등과 사랑을 이르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낮은 곳으로 가시며, 가난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씀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전하면서, “억울하고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몸부림치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해주신 신부님, 수녀님, 신자분들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4년 동안 거리를 헤매며 생사를 넘나드는 송전탑 농성을 이어왔지만 수많은 양심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쌍용차 문제가 해결되도록 간절한 바람으로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송전탑 농성은 126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5일 문기주 지회장이 건강악화로 내려간 후, 복기성 부지회장과 한상균 전 지부장이 송전탑을 지키고 있으며, 사태 해결 전까지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 "고맙습니다" 손을 들어 화답하는 두 노동자. ©정현진 기자 |
장동훈 신부는 “예수님이 떠나기 전 한 일도 제자들에게 안부를 물은 것이고, 부활한 후에도 사람들에게 ‘평안하냐’고 안부를 물으셨다. 그처럼 우리도 세상에 안부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주교회의 정평위 차원에서도 이대로 놓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형제들과 세상의 안부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 마지막에는 쌍용차 사태의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이 발표됐다.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쌍용차 사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고,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임을 명시하면서, 송전탑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당부를 담았다.
이번 미사를 주관한 수원교구 공동선 사제연대는 이번 전국집중미사를 전환점으로 계속 송전탑 앞 미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미사는 매 주 수요일 오후 3시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송전탑 아래에서 봉헌된다.
▲ "힘내세요", "건강하세요", "함께할게요" 송전탑 위의 두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
쌍용차 사태의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호소합니다. |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오늘은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터를 잃고 가난에 시달리며 절망의 늪에 빠져 울부짖는 이들의 아우성과 절규가 전국 도처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300일 이상 장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의 사업장이 20군데가 넘습니다. 126일을 맞는 이곳 평택 송전탑 농성과 성당 종탑, 길 위의 천막에서 노동자들은 생존대책과 도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자본은 남은 사람들을 더욱 모질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하나의 기업차원의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고용 불안정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누차에 걸쳐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 ‘정리해고만이 능사가 아니다.’ ‘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겠다!’ 고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경영 정상화와 노사갈등,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의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합니다. 쌍용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인간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쌍용자동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단순한 동정과 연민을 넘어서 현재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고로 인해 땅 바닥에 떨어진 고귀한 인간 노동의 존엄을 회복하려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송전탑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안전하게 내려 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선행될 때 쌍용차 사태가 더 이상의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혹시라도 초래될지 모를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우리의 간절한 호소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우리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이 땅의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2013년 3월 25일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