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에 연간 투자 200억달러 SOC 예산 규모 재정적자면 유지 곤란 / 10/31(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확대회담을 겸한 오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한미 양국이 3개월 넘게 이어온 관세 협의가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됐다. 그러나 한국의 외화·재정 부담 등 현실적 과제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번 합의의 골자는 총 3500억달러(약 53조엔)의 투자 중 2000억달러를 현금(출자) 투자로 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를 조선협력 프로젝트 MASGA에 배분한다는 내용이다. 현금 투자의 연간 거출 상한은 200억달러로 설정됐다.
정부는 외환보유자산의 운용이익을 활용해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 보증부의 외화표시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한국투자공사(KIC)가 국정감사에서 밝힌 9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2276억달러, 연간 수익률은 11.73%였다. 이 기준으로는 2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연간 200억달러의 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경기침체나 재정적자 상황에서는 유지하기 어렵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는 통화스와프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은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아도 조정 가능하다"[구윤철 부총리]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외화 유동성이 축소될 수도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일시적으로라도 통화스와프를 요청해야 한다며 정부의 그런 움직임 자체가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자자금의 사용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양국이 공동출자 형식을 취하되 실질적인 주도권은 미국 측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라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를 직접 승인하고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리금 회수가 보장되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는 상업적 합리성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양국이 각자 편리하게 해석하면 투자처 선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한 통상전문가는 일본처럼 자국 기업의 참여를 명문화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기존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된 5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됐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철강을 다루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어서 관세 피해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구윤철 부총리는 철강 관세 인하를 위한 추가 협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미국에 더 요청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 이행을 위해 가칭 대미투자기금법 제정을 추진한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을 기점으로 소급해 관세 인하가 발효된다. 정부는 11월 중순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번 협상 결과를 놓고 야당의 반발이 예상돼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투자 이행 점검'을 명목으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미국에 대해 2000억 달러를 최소 10년에 걸쳐 분할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 투자 계약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체결을 완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