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인사동 풍경
신정주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별만 그리던 강용대 씨,
그분 전시 회 뒷풀이가 인사동 이모 칼국수 집에서 있었다
우리 일행이 아니고도 이미 저녁 시간에 인사동 손님들로 방마다 차고 넘쳤다
그런데 방 중앙에 떡 하니 상하나를 혼자 차지하고 계시는 우리의 천상병 선생님,
손님 중 아무라도 아는 얼굴들이 아는 체 해주기를 고대하며
힐끗힐끗 주변을 의식하며 가시거리를 주시했지만
아는 얼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다가가 한잔 술 권하는 이가 없었다
민망하기가 몇 분이 흐르고 빈 상위에 올려진 선생님의 두 손은
나무젓가락 벗긴 종이만 갈기갈기 찢고 계셨다
주인장도 인정사정없이 못 본체다
선생님 속상하기가 또 몇 분이 흐르고 끝네
무심한 얼굴들이 야속하셨던지 중얼중얼 노기를 허공에 토하시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 셨다
이미 인사동엔 간 경화 선고를 받은 선생님께 술 권하지 말라는
부인 목순옥 여사님의 특명(?)이 떨어진 뒤였다.
그날 밤 선생님은 얼마나 분하셨던지 남편의 흰 고무신 한 짝을 바꿔신고 가셨다
작은 고무신 한 짝을 질질 끌고 집에 오는 길 남편도 힘들었지만
선생님도 한쪽 큰 신발을 어찌 끌고 가셨을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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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예술인들 모임이었던 귀천!
목여사님이 찻집을 하시면 선생은 하루 매일
귀천에 나와서 아는 얼굴들에게 천 원만 달라고 하셔서
귀천 뒤에 있는 실비식상에서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집으로 가시곤 했지요 ㅎ
그시절 인사동은 상업화로 바뀌어 낭만이 없어졌어요 ㅎ
@신정주 (본명 신경희) 千祥炳詩人의 動情을 너무나 상세하게 알고 게시는 군요
@노송 남편과 인사동에 매일 나갔었습니다
귀천에 들려 차 한 잔마시고 실비식당으로 가면
화가 소설가 시인 아나운서 사진작가 예술인들이
모여서 저녁이면 왁자지껄 서로 술권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었는데...
"詩人 千相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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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X 祥O
@신정주 (본명 신경희)
@모닥불 千祥炳이 맞습니다 ㅎㅎ
그 시절이 좋은 추억의 시간들이였네요
네에 ~그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인사동 사람들 아직도 인연들을 가지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천상병 선생님, 목여사님 모두 돌아가시고
없는 인사동은 쓸쓸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