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⑴
A는 최근 들어 직장 상사의 부정적인 피드백 때문에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내가 볼 땐 괜찮은 것 같은데, 매번 안 좋은 평가만 듣다보니,
이 사람이 날 일부러 갈구려고 그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딱히 날 갈구고 못살게 굴 이유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에 결국에는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게 되곤 한다.
이런 날들이 지속되면서 A의 자존감은 많이 떨어지게 되었고,
점점 더 남들의 평가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에 시달리게 되었다.
상황 ⑵
A가 다니는 회사 근처 지하철 역 앞에는 유명한 광인이 있어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마구잡이로 독설을 내뱉곤 했다.
요 며칠 잠잠하나 싶더니, 오늘 출근길엔 지나가는 A에게 유독 가시가 잔뜩 돋친 막말들을 내뱉는데,
A는 '어휴 저 미친 X 불쌍하게 왜 저리 사는지 몰라.' 라고 혀를 끌끌 차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각양각색 인간군상
호랑이와 소가 서로 사랑을 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에
호랑이는 소에게 짐승 고기를 잡아다 주었고,
소는 호랑이에게 풀과 여물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소가 고기를 먹겠는가? 호랑이가 여물을 먹겠는가?
호랑이와 소는 상대방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점차 서로를 오해하고 원망하게 되었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는,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허위 일치성(false consensus)이라고 불러요.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나 같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대한 환상인 거죠.
앞선 서론의 회사원 A 사례는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비판이나 비난의 주체가,
직장 상사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으며,
인터넷 속 익명의 네티즌일 수도 있어요.
인간에게 시각의 영향력은 매우 절대적인지라,
딱 봤을 때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면 (ex. 광인)
그런 사람들의 언행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매우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거나 (오프라인)
아니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온라인)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그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일 것이라 가정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메세지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살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군이 바로 연예인입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수많은 악플들로부터 어떻게 자기를 보호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온라인 상의 반응을 접할 때,
메세지, 즉, 악플이 아니라 메신저, 즉, 악플러로 인식하려는 프레임을 지니는 것입니다.
즉, 악플러를 대할 때,
지하철 역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광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거예요.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그냥 사방팔방에 막말을 내뱉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게 됩니다.
메신저에 낙인을 찍게 되면, 모든 문제를 메신저의 탓으로 해 버릴 수 있으니,
나를 향한 모든 공격들도 그저 정신이 아픈 저 사람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게 나를 향한 정당한 비판일 수도 있잖아요?
도 넘은 비난인지, 건설적 비판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내 문제임에도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저를 방어하고 싶진 않아요."
우선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이 정도까지 고려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일 거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상식적인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지속적인 비난, 비판의 경우라면,
그건 상대방의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원래부터 사람들은 내면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정직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일수록,
어느 누군가가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힘들어요.
'그 사람이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 그럴 이유가 없잖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악감정을 품겠어. 그럴 리 없어.'
이 또한 "허위 일치성"의 영향입니다.
무작정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내 내면의 잣대와 동일시하려는 거예요.
따라서, 상식적이고 정직한 사람들일수록,
누군가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접할 때, 더 많이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 또한 나처럼 상식적일 거라는 허위 일치성을 깔고 있으니,
그들이 얘기하는 피드백에 당연히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면,
마지막으로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구별법을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의 사항들에 해당된다면 이 땐 여러분의 잘못을 의심해 봐도 됩니다.
① 살면서 언제 어디서고 이렇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왔다. (일관성)
② 그 직장 상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합치성)
③ 그 직장 상사는 다른 직원들에게는 나처럼 세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 (독특성)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과감하게 무분별한 비난의 주체들을 악인, 광인으로 규정해 보아도 괜찮습니다.
쓰레기통에서 나온 쓰레기를 굳이 주워들어 여러분의 주머니 속에 넣으려 하지 마세요.
쓰레기를 던져 주변에 넘기고 자기는 깨끗한 척 하려는 것이 곧 그들의 수법이니까요.
만약 우리가 그들이 던진 쓰레기를 무시한다면,
그들 주변에는 쓰레기가 차고 넘치게 돼 결국 아무도 그들을 가까이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정상인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자신의 내면을 걱정하고,
비정상인 사람들이 오히려 더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사는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내가 깨어 있는 것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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