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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눈부시고 눈물겹게
[부제: 술집여자 ]
[004]
화려하게, 아무도 넘보지 못하도록.
눈부시게, 정말로 눈이 멀어 버리도록.
눈물겹게, 다시는 잊지 못하도록.
카페를 나온 여울은 집으로 향한다. 중학교 중퇴 이후로 한번도 친구들과 함께 놀러다니거나 그래본
적 없던 그녀였다. 학교가 끝나고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집뿐이었다. 집이라고 해봤자 술집안에 있는
조그만 방이었지만. 그것도 사장의 편애로 꽤 좋은 방을 혼자서 쓸 수 있던게 다행이었다. 보통 직원이
었다면 조그만 방에 대여섯명씩 한방을 썼을 테니. 어쨌든 여울은 술집의외에 밖으로 나간 것은 중요한
볼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한번도 없었다. 여울을 찾는 사람도 없을 뿐 더러 그녀또한 바깥세상에 찾
아가야 하는 사람이라던가 하고 싶은 것 따윈 없었기에. 그래서 그녀에게 방과 후 하교길은 정말 생소했
다. 걔다가 오늘부터 약 삼년 간은 술집으로 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 사장이 직접 구해준 오피스텔이 집
이었다.
조금은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지독하게 묶인 인연이고 살아 오는 동안 가장 원망스럽고 지독히도 미워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크게 감사하고 있는 은인.
사장이 구해준 오피스텔이라는 건 꽤 괜찮은 곳이었다. 구질구질한 여관방쯤을 상상했던 여울에겐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인사를 건네는 경비원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곤 707호로 갔다. 사장이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자 삐리릭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린다.
"사장. 미쳤구나."
이런 오피스텔이라니. 도데체 나한테 이렇게 까지 잘해주는 이유가 뭐지. 사장 당신이 늘 입버릇 처럼
말했듯 난 술집여자일 뿐인데. 단지 조금 건방진.
여울은 새하얀 가죽 쇼파위에 교복을 입은 채로 덜렁 눕는다. 가방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곤.
그리곤 눈을 살며시 감는다.
처음 사장을 만난게 도데체 언제 쯤 이였지. 아, 그래. 중학교 다니던 중 자퇴서를 내고 나서.
술집 근처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쯤인가 날 버리고 도망간 두 부모덕에 모든 아르바이
트란 아르바이트는 다 하고 학교에선 학교에서 대로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나름 많이 힘들어서
방황을 하고 있었는데 술집 앞마다 서있던 조폭들 중 한 놈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야야, 꼬마야. 일루 쪼매 와바라. 아이고야. 끝내주게 이쁘네."
이미 세상에 찌들대로 찌들어 무서운 것도 모르고 코 웃음만 치고 그냥 지나가려는데 그 조폭놈이 손
목을 잡아챘다. 옆에 있던 다른 조폭이 웃으며 말했다.
"야이 시키야. 딱 봐도 미성년자잔냐. 얼굴만 이쁘면 다냐. 꼬먀야. 니네 엄마아빠 어데로 갔냐?"
"도망갔어."
내 짧은 대답에 조폭이 코웃음을 친다.
"당찬년이네. 야, 너 우리 가게에서 함 일해볼려냐? 돈 많이 줄께. 니년은 쌍판이 좋아서 잘 팔릴 그다."
"뭐 하는 건데?"
"에, 그냥 손님들 술 딸아주고 그럼 된다. 어려울게 뭐 있겄냐."
"얼마 주는데."
"니 하기에 달렸지. 팁도 꽤 있고."
조폭이 일하는 가게를 힐끔 보니 나이트였다. 나이트라면 그냥 웨이트레스정도인가? 그런 세계에 대해
알긴 너무 어렸던 것 같다, 그때의 난. 고작 중3이였으니까. 자신의 대답에 자신의 인생이 달려 있단 것
도 모른채 쉽게 대답해 버렸다.
"알겠어. 안내해."
"시방, 이 년 말 참 이쁘게 하는 구만. 어린 년이."
"년,년 거리지마."
"아니, 이년이 미쳤나!"
당연한 일이었다. 조폭에게 조그만 여학생이 그런 식으로 대든다는 건 정말 용납조차 안될 일이었으니
까. 조폭의 손이 높이 올라갔다. 정말 너무도 무겁게 내려쳐지는 손. 여울은 아무런 힘도 없이 바닥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최악이었다. 그렇게 아플 순 없을 꺼다. 맞는 다는게 정말 어떤 건지 그때 알았
다. 단 한대였는데, 너무 아파서.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여울은 벌떡 일어났다. 싸늘하게 조폭을 노려
봤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진 않았다. 단지 오기로, 오기하나로 조폭을 정면으로 노려봤다. 그대로 다
음 주먹이 날라왔다. 여울은 순간 움찔했지만, 그 주먹은 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에 가로막힌 것이다.
"사,사,사,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 언제오셨습니까?"
"한참 전부터 있었어."
조폭들의 안색이 파리 해질 정도로 사장이란 인간은 꽤나 영향력이 있던 모양이다. 그런데 덩치만 크고
빡빡이 머리에 까만 양복을 입은 정말 센스란 눈씻고 찾아 볼 수 없는 조폭놈들과 다르게 사장은 꽤나
훤칠했다. 연한 갈색 머리에 하얀 얼굴, 고급스럽게 생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이 얇았다. 키도
꽤 큰 것이 티비에서 보는 연예인같다, 라고 여울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늘 아르바이트에만 쫓겨 왔
던 여울에게 남자란 멀고도 먼 이야기었기에 여울에게 남자란 존재는 꽤 생소했다. 멍하니 사장을 바
라보고 있는 여울에게 사장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와."
여울은 대답은 커녕 고개도 끄덕일 기회조차 주질 않고 몸을 휙 돌려 가게안으로 들어가는 사장을
쫓아 들어갔다. 사장을 쫓아서 들어간 나이트클럽. 처음으로 들어와 본 나이트클럽의 첫 이미지는 정말
시끄럽다, 였다. 사장을 따라 한참 걸어 들어가니 깔끔한 사무실이 나왔다. 어쩐지 사장과 닮은 것 같은
사무실이었다. 흰색과 검정색으로만 꾸며진 사무실이었다.
"이름이 뭐야?"
사무적인 목소리로 이름을 물어보았다.
역시 사무적인 목소리로, 아니 사무적이라기 보단 습관적으로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반여울."
"몇살이야?"
"16살."
"학교 안다녀?"
"자퇴했어요."
"부모는."
"다 들었을 것 아니에요. 도망갔어요."
남자는 그제서야 피식 웃었다. 셔츠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딱봐도 비싸보이는 지포라이
터로 불을 붙인다. 남자는 약간 미소띄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갈데 없으니 받아 달라?"
여울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장은 서랍을 열더니 종이서너장을 꺼내 여울의 앞에 던젔다.
계약서였다. 여울은 여전히 사장얼굴만 처다보았다. 판단이 서질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게 옳
은 일인지. 변변치 않은 아르바이트하나 구하지 못하는 여울에게 구미가 당기는 건의였다. 하지만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던 건 본능이었을까.
"강요할 생각 없어. 너같은 건 우리 쪽에서도 손해야. 너무 어리거든. 괜히 죄책감같은 거나 생기고. 골
치아파."
"할께요."
사장의 말에 발끈한 여울은 계약서를 집으며 말했다. 그 순간, 여울은 술집여자가 됨과 동시에 사장과
지독한 인연에 엮여버렸다.
괜한 기억이 나버린 여울은 지끈 거리는 머리를 애써 참으며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가 가방에서 약통
을 꺼내 두세알을 꺼내 한번에 삼키고 물을 따라 마신다.
#
다음날 학교.
역시나 오늘도 남들 보다 대략 한시간은 빨리 도착한 여울. 통통빈 복도와 조용한 학교를 여울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교무실을 지나쳐 교실문 앞까지 간 여울은 교실 문을 열려다가 몸을 돌려 음악실
쪽으로 향한다. 복도 끝에 있는 음악실로 다가가자 역시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살아노는 동안 단
한번도 악기하나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여울이었다. 그런 것 조차 그녀에겐 사치였으니까. 그녀는 피
아노가 좋았다. 자신과 다르게 솔직하고 고급스러운데다가 부유하기까지한 느낌이랄까. 남들이 들으
면 이상하다고 웃기다고 할테지만 사실이었다. 피아노의 그 고급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음악실 앞에 다다른 여울은 문을 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부드럽게 흘러 나오는 피아노 선율을 듣고 있
었다. 그닥 대단한 피아노 연주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울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조용
조용하고 느긋하고 부드러운 제목 모를 피아노 연주가 무척 듣기 좋았다.
그렇게 서서 한참을 있었을까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뚝 끊켰다. 그리고 뚜벅뚜벅 소리가 들렸다. 순간
당황한 여울이 어디로 숨어야 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 눈만 동그랗게 뜬 상태
로 굳어 버렸다.
드르륵.
음악실 문이 열리고, 거기엔 서한올이 서있었다. 어제 카페에서 은현일행이 말했던. 그리고 여울의 화
려한 엎어치기 실력을 보고 웃었던. 동그랗게 눈을 뜬 상태로 굳은 여울을 내려다 보는 한올의 얼굴은
무척이나 멍했다.
"들어와."
그 한마디를 하고는 한올은 음악실로 도로 들어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여울은 동그랗게 떳던 눈을 원
상복구하며 별말 없이 한올을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한올이 근처에 있던 의자를 턱으로 가르키며 말
한다.
"앉든가."
여울은 평소와 같은 인형같은 표정으로 한올을 한번 쳐다보고 한올이 가르킨 의자 앞으로 가 앉았다.
그러자 한올은 연주를 다시 시작한다. 검정색 그랜드 피아노. 이 학교, 돈 많은 걸 여러 방향에서 자랑
하는데. 악보는 없었다. 한올은 멍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쳤다.
원래 항상 멍한 놈인 가 보다, 라고 여울은 생각했다. 여울은 왠지 편한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그. 미국에서 또 총기난살이 일어났네요. 무서워라.
여튼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ㅠㅠ쇼핑몰에서 일어났다네요. 여울이, 음 힘들게 살아온 인물로 일단 설정했으니까 불쌍한걸꺼에요 . ^^
여울이 염색은했나요?ㅋㅋㅋㅋㅋ 잼있구요 다음편드 ㄱㄱ싱!
꼴말감사합니다. 여울이, 염색하는거 .. 까먹엇어요ㅠㅠ. 악 어뜩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