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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 민중의 소리) |
또, ‘병역법 시행령’은 군종 장교의 자격을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으로서 목사·신부·승려 또는 그 밖에 이와 동등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국방부장관령인 ‘군종장교 등의 선발에 관한 규칙’에서 해당 종교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면접시험·신체검사 및 신원조사에 의하여 선발하되, 필요한 경우 필기시험을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면접시험은 장교 및 성직자로서의 소양과 적격성·전문성을 갖추었는지를 설교·강론 및 설법 등의 종교의식, 해당 종교의 교리, 장교로서의 정신자세, 일반상식 등을 기준으로 검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을 지키는 사제와 신자들 ⓒ강한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종교이고 전통적으로 많은 신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불교는 1968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군법사를 파견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활성화된 군종을 보수 기독교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개신교 측에서는 ‘불교는 공산당과 통화는 점이 많아 군종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거 황당한 주장을 하며 불교의 군종 진입을 반대했다. 2005년에야 조계종에 군종 특별교구가 설립되었지만 400여 개의 군법당이 있고 150여 명의 군승이 있다.
원불교는 1954년부터 국방부와 군종 성직자를 파견하기 위한 교섭을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07년에야 첫 번째 군종교무를 공식 파견할 수 있었다. 현재 1명의 교무가 장교로 복무하고 있고 10여 개의 군종 교당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천주교 군종신부는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1년에 ‘문관’신분으로 처음 군에 파견되었다. 1954년, 군종신부 3명에게 현역계급이 수여되면서 ‘군인신부’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1961년 가톨릭 군종신부단이 천주교 내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에서 정식 인준되었고 1964년에는 각 교구 내 신부의 10%를 군종신부로 파견하기로 결정한다. 1989년 한국 군종교구 설립에 대한 교황의 칙서가 발표되고 초대 군종교구장으로 정명조 주교가 임명되면서 교구청 조직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00여 명의 군종신부가 장교 복무 중, 군은 새로운 신자를 늘려가는 가장 손쉬운 '황금어장'
현재는 수도회 출신 유수일 군종교구장 주교를 비롯하여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100여 명의 군종신부가 장교 복무하면서 50여 명의 수녀들과 함께 300여 성당과 공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동티모르, 이라크, 레바논 전쟁에 신부들을 파견했고 추기경 또는 교구장 주교가 현지 사목방문을 진행했다. 기독교와 불교는 많은 경우에 성직자가 됨과 동시에 군종장교로 복무하게 되는데 천주교 사제는 이미 신학생 시절에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군종장교로 복무하기 때문에 군대를 두 번 가게 된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천주교뿐만 아니라 각 종교계가 군종 사목(선교)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군은 새로운 신자를 늘려나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황금어장이기 때문에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더 많은 성직자를 군대에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2006년 국방부 앞에서 원불교의 군종장교 진출을 요구하는 대규모 법회를 여는 등 여론을 만들어 2007년에야 간신히 공식적으로 군에 교무를 파견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종교계가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가 얼마나 치열한가를 엿보게 해주는 에피소드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한다면 종교계에서는 이번 군종장교의 면접 탈락의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군내에서도 다른 종단에 비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비교적 자유로웠고 4대강 사업,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등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국책사업들에 대해 종교계에서 가장 강력한 직간접적 반대 의사를 밝히고 활동해 온 천주교에 대한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시기 천주교 신자였던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천주교를 설득하기 위해 전국 주교들에게 서신을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는 알려진 사실도 있으니, 군이 천주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다 신부들이 사상검증 질문에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답하니 ‘괘씸’하게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일주일 내내 군 기강과 안보라는 이름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병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 교회, 성당, 법당, 교당을 찾아 긴장도 풀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나누며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또 일주일을 살아갈 수 있는 휴식과 힘을 얻어 다시 부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종장교제도의 취지와 목적이 아닐까? 만일 군종신부가 강론 중에도 안보이야기를 하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강요하고 군목사가 예배 중에 우리 병사들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기도한다면 우리 청년 병사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숨을 쉬어야 하는가 말이다.
성직자, 종교 활동을 하는데 꼭 '군인'이어야 하나?
이참에 성직자들이 군대에서 종교 활동을 하는데 꼭 군인이라는 신분을 가져야 하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역 군인이지만 군종장교가 훈련에 참여하거나 작전을 지시하지 않는 목사, 스님, 신부, 교무들이 왜 굳이 현역 군인의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가? 물론 과거 나라에 큰 변란이 있을 때 승려들이 자발적으로 창을 들고 승군을 결성했던 사실은 있지만 누구보다 생명과 평화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며 살아야하는 종교인들에게 총을 들고 사격훈련을 비롯한 살상훈련을 하게 하는 절차가 굳이 왜 필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천주교 군종교구 홈페이지에는 군종신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군종신부는 일반신부님들과 달리 한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장병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직접 방문하여 사목한다. 우선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훌륭한 가치관을 지니고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인격지도교육)을 합니다. 또한 그들이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 주기위해 사고예방 교육은 물론 예비자 교리를 통하여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로 탄생할 수 있도록 복음 선교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군종 교구는 이번 사건에서 군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2명의 신부를 다시 추천하고 1명의 복무를 1년 연장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군종교구의 이런 대응은 매우 유감스럽다. 군종교구는 군종신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단호히 항의하고 꾸짖어야 했다. 단호하게 군에 항의하고 앞으로 군종 신부들의 사상검증 시도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여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 내야 했다.
이제 천주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계에서 군종장교를 파견할 때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직자에 대한 사상검증이라는 민주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우 치욕적인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덮어버린 것은 앞으로 군과 종교계의 관계 설정에 치명적인 약점을 잡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참에 성직자들의 현역복무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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