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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이직각각
출처 : https://m.blog.naver.com/nnpassion/50166474103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는 것 중에 하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이건 진짜... 어디서 책에서도 배우기가 힘든 것인데 모든 이들이 일관된 바른 행동을 하고 잇는걸 보고 있자면
안 따를래야 안따를 수 없다.
이 이야기도 그 중에 하나이다.
앞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여기 기준에서 사람의 외모에 대해 유난스럽고, 나의 의도가 어떻든 무례한 언행을 하는 사람이었단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난 결단코 유별난 수준은 아니다. 한국인 기준으로 평균 이하라고 정말 자신있게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지금 미국에 있으니! 한국에 있을 때 보다도 모든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행동에 조심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은, 이 곳의 문화코드에서 완전히 어긋난 행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튼, 이와 관련해서 내가 겪은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해 보겠다.
1.
겨울방학 즈음 해서 한창 살이 오른 내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표준 체중이었던 나는 그 당시 5키로 가량 살이 올라 얼굴이 통통했는데, 뭐 여전히 표준체중의 범주에 드는 수준이었다)
그 사진 아래로 여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미국 음식 맛잇지?" "거기 생활 편한가보다"
모두 친한 친구들로 부터 달린 댓글이었고
나는 이 댓글들을 지극히 평범한, 조금은 짖궂은 안부 댓글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이는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 사진에는 나 말고도 미국 친구들이 같이 태그되어있어서, 어느 날 그 친구들에게 친구들 댓글의 의미를 알려주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내심,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잊지 않고 댓글을 달아주면서, 안부를 물어봐주는 친구들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미국 친구들의 반응은 상상초월이었다.
어쩜, 페북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외모지적을 할 수 있냐는 이야기였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당황했지만 웃으며,
"쟤네들은 내 친한 친구고 그저 반갑고 가볍게 놀리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저 댓글에 전혀 상처 받지 않았다.
다들 애정을 담아서 하는 말인거고, 살이 쪘다는 걸 암시하는 말을 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비만 수준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고 난 괜찮다."
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댓글을 단 친구들이 전혀 나의 진정한 친구로 보이지 않는다며
진짜 친구라면 어떻게 감히 저렇게 말할 수 있냐며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도 같이 당황...
나는 그 이후에도 30분가량 더 추가설명을 해 주었지만,
결국 한국인은 다른사람의 외모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대화는 끝이났다...ㅠ
내가 느낀 문제는... 객관적으로, 내가 바로 위 저 문장을 반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날 저녁에 복잡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조차도 그 부분에 대해서 얼마나 둔감하게 행동해 왔는지를 깨달으면서.
2.
지금 나와 가장 친한 친구와의 이야기이다.
친구는 키도 크고 몸도 큰 편인데, 선한 인상인데다가 실제로 인기도 너무 많고 착한것이 그야말로 곰돌이 푸우같은 느낌이다.
한국이라면 비만이라고도 할만큼 살이 꽤나 있는 편인데, 본인이 그것에 대해서 별로 스트레스를 받는거 같지도 않는것이 나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미지랄까... 그래서 매력도 있고 백인친구를 사귄게 처음인지라 심지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고.
여튼 그 친구랑 친해지면서 나는 조금 더 가까이 가보려고 그야말로 한국식으로 나의 애정을 표현했다.
"너 포동포동 한게 너무 귀여워" "You are chubby, so seem so cute"
(오래전 일인지라 지금 이렇데 다시 회상하려니까 죽고 싶을정도로 미안하면서도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새삼 깨달으며,
누구도 나와 같은 이런 실수를 다시금 행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내가 너무도 해맑게 웃으면서, 또 귀엽다고 서툰 영어로 이야기 한지라 그 친구는 그 당시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잉? 하며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나는 꾸준히 애정을 듬뜩 담아 그렇게 친구에게 장난을 쳤고 결국 친구는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어느날 술을 먹고서 친구는 내게 진지하게,
내가 항상 너무 웃으면서 자기에게 귀엽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 자기는 너무 혼란스럽다며
내가 자기를 놀리려고 그러는건지 도대체 의도가 먼지에 대해서 진짜 심히 의심이 든다고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문제가 된 것은 chubby 표현이었다. (사실 외모 언급 자체가 잘못된것임)
나는 그야말로 네이버 사전에 의지하여 chubby를 뽀동뽀동한, 먼가 아기 궁둥이나 뽈따구 처럼 사랑스럽다는 느낌으로 이용했는데,
미국인인 친구가 받아들이기엔 사전적인 의미일뿐 그 역시도 결국 뚱뚱하다는 표현일 뿐인 것었다.
그저 fat하다나는 표현의 약한 정도이니 결국에는 너 뚱뚱하다는거.
외모에 대해서 언급하는것이 엄청난 타부인 이 곳에서 나는 아주 당당하게 면전에다가 대고 너는 뚱뚱한게 귀여워 라고 말을 해댔으니
친구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속상해 했을지... 아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다ㅜ
(사실 그때보다 지금 내가 10키로 훨 넘게 찐지라 고대로 되갚음 당하고 있음..:D)
3.
같이 어울리는 친구 중 두명은 서너달 뒤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 신랑 신부이다.
어느 날은 그 신부될 친구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는, 글쎄...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옷을 좀 가볍게 입고 있어서인지
일주일 사이에 먼가 슬림해 진 것이 살이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한국 신부들이 결혼 전에 완벽한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서
얼마나 다이어트에 열중하고 몸매관리에 열성인지를 들은 적이 있어 그녀도 그렇겠거니 당연시 생각했다.
(그녀는 근육질의 아주 좋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표준체중의 나쁘지 않은 몸매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나는 small talk (이건 나중에 꼭 다시 이야기할 부분)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지라서
이야기를 나눌만한 주제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래서 이거다! 싶은 마음에 생각해둔 칭찬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너 웨딩드레스 입는다고 살빼고 있는거야? 먼가 지난주보다 더 날씬해져 보이는 느낌이야!"
(지금 보니까... 정말 무례했던거 같아서 너무 부끄럽다.)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차안의 분위기가 먼가 냉랭해지는걸 직감적으로 느꼈고,
주위의 친구들이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면서 저 이야기는 저기서 그냥 끝이 났다.
그런데 이후에 그 자리에 있던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아주 조심스럽게 그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었는지를 내가 아느냐는 것이었다.
예비신부인 그녀는 그녀의 몸매가 전혀 웨딩드레스를 입기위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데,
나의 이야기는 마치 너 웨딩드레스 입으려면 살 좀 빼야할 것 같다 이런식으로 들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말...
(4시간이 넘는 이야기 끝에 내 영어 표현상의 문제도 있었던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도 얘네들은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내 표현을 sarcasm 비슷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여기 애들이 워낙에 많이 쓰는 표현인지라...)
나는 내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음을 계속 표현했지만, 도저히 저것이 칭찬의 의도로 했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게 너무 속이 상했다.
결국 3시간이 넘는 토론 아닌 언쟁ㅠ끝에 나는 영어의 한계를 느낌과 동시에 이 낯선 땅에서의 유일하다 싶은 절친마저도
나의 진심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배신감 아닌 배신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젠장.
여튼 내 눈물을 본 친구는 그제서야 내가 했던 그 표현이 "칭찬"이었다는 한 말이 변명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외모지적'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여자아이들끼리 실제로 살이 빠졌든, 빠지지 않았든. 사실관계를 떠나서
"어? 너 날씬해 진거 같다? 다이어트했어?" 류의 이야기가 하나의 가벼운 칭찬류의 인사처럼 받아들여지며,
일반적으로 화자 청자 모두 즐거운 기분으로 대화에 임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실제로 그 청자가 누가봐도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상태이거나 혹은 살을 빼기 위해서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렇게 말하는 것은 이 곳에서는 굉장히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런 류의 영혼없는 칭찬은 전혀 청자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 아님을 덧붙이면서... 그야말로 안하느니만 못한 그런 말이라고...
친구랑 이야기를 한 뒤에 평소에 내가 내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이 곳에 기준을 따르자면 나는 그야말로 기절할만큼 무례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동시에, 나의 이러한 '무례함'을 지극히 일반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사회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다른사람 외모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는 것이 무례한 일인 줄도 모르고
지난 세월을 무지하게 살아온 나를 저 세 에피소드가 저격하였다.
한 줄 정리는,
미국에서 절대 외모와 관련되서 부정적인 언급을 하지 말걸!!! 심지어 연예인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자기를 깎아 먹는 일이다.
ex.
여기 처음와서 친구들이랑 이야기 할 때, 정말 아무 생각없이
존 메이어 완전 사랑하는데 얼굴 못생긴게 흠이다, 조금만 잘생겼어도 나 무조건 결혼했을 거다 뭐 이런 정말 가벼운 농담 같은 이야길 했다.
존메이어는 진짜 남이니까!!! 한국에서 연예인 얼굴 지적하는건 얼마나 흔한 일인가ㅠ
그러나 저 이야기가 내가 처음으로 shallow하다고 소릴 들은 일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지...
그만큼 이곳에서는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이야기 할 때 외모를 두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offensive한 행동이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international manners'를 배운다는 관점에서 고칠건 고치고 익힐건 새롭게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할거다.
어찌보면 나의 부족한 부분이라 글로 적는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뭐 이러면서 배우는거지!!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미안했던 에피소드들을 저렇게 정리해 두니까 먼가 고해성사 한 것 마냥 마음이 편한다...
2013년도 블로거의 교환학생 일기인데
2023년 지금 읽어도 생각할거리가 많은것 같아서 퍼옴
첫댓글 나 그냥 샐러드 먹고 싶어서 점심시간에 샐러드 주문하는 팟에 껴서 먹었는데 나 딱 앉자마자 누가 다이어트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진짜 기분 개더럽더라 저 웨딩드레스 썰 보고 생각남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거야 뭐야
와,, 좋은 문화인데 얘들도 속으로 생각해도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게 신기하네 이미지만 보면 그냥 다 내뱉는줄ㅋㅋ 대빵 큰 여드름이 있어도 속으로 생각은 해도 말은 안한다는거 아냐 ㅋㅋ
거지같은 나라에 버려지다니....... 저런 분위기가 당연한게 너무 부러워
헐 ㅠ 진짜맞아… 우리는 너무 무감각한거같아
맞음 진짜 한국이 유난히 유별나게 심할 정도로 외형 강박증 있고 이걸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드러냄.
특히나 어른들은 어린 사람들한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 하는데, 내 동생이 이쁜 편인데 친척집 가면 늘 동생보고 엄청 이쁘다고 흐믓해함. 그리고 나 보면 얼굴 흐믓함은 가심.
그리고 한국이 진짜 얼굴 몸매에 과할 정도로 신경 쓰는게, 외국(특히 미국)보면 일상생활이든 어떤 영상이든 댓글에 예쁘다, 잘생겼다, 훈남이다, 너무 멋있다 등등 얼굴 언급이 거의 없는데 한국은 대부분이 얼굴 언급. 그래서 난 외형이 어떻든지간에 내 스스로는 신경쓰지만 남은 신경 안씀. 외적으로 언급좀 그만해. 일단 나부터 조심하는 중
밀국 살 땐 살도 많이 찌고 피부도 안 좋았는데 그래도 행복했었음… 한국와서 바로 피부과 다니고 몸 사이즈 줄이느라 애 먹었는데 예뻐졌단 소리가 처음엔 좋았는데 기립성저혈압오고 깐달걀처럼 되려면 피부과에 돈을 얼마나 들여야 하나 생각하다보니까 우울해지더라… 우리나라만큼 피부과 레이저 종류 효과 부작용 가격 달달 외우고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음…
필리핀도 외모 언급 쩔어 나한테 일본인여자같다 해서 내가 기분 썩은 표정 하니까 귀엽다는 뜻이였다 이러고 되게 말라보인다 너처럼되고싶다 다이어트하냐 뭐 먹냐 너 먹는거 따라 먹어야겠다 이래서 진짜 개 당황스러웠음
캐나다/호주는 오늘 옷 예쁘다 오늘 옷 대학생처럼 입었네 이런 그날그날 행색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던듯
한국 진짜 심각하게 외모 언급 많이 해...
2013년이면 10년이 지난건데 지금과 다를게 1 도 없네 다른건 다 변했는데 외모지적만은 그대로
평가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실제 생활에서 외모가 사람의(특히 여자의) 가치를 결정하니까.. 10년이 지났는데 더 심해졌어
너무너무 공감해ㅋㅋㅋㅋㅋ
얼마전에 혼자 유럽쪽 여행하다가 간만에 부모님친구들이 내 얼굴이 너무 보고싶대서 잠깐 영상통화 했더니 그분들이 내뱉은 첫 마디가
‘어머.. 왜이렇개 살쪘니? / 거기 음식이 맛있었나봐? / 머리가 바뀌어서 퉁퉁해 보이나?’ 이말이어서 간만에 숨 턱 막혔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