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 설 때마다 설레는 이 기분.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좋은 기분이다.
부산으로 오는 차에서 눈을 붙혀서 그런지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출발 신호가 울렸다.
선두 부터 서서히 빠져나간다.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출발선으로 간다.
매트를 밟고 시계 start 버튼을 누르고 출발했다.
찬새미와 고무신을 남겨 두고 잘 완주하라고 인사를 남기면서...
동백섬을 일주하는 길은 혼잡 그 자체다.
앞사람이 치여서 달릴 수가 없다.
겨우 겨우 길을 내어가면서 달렸다.
동백섬을 돌아 나와 큰길로 나오자 좀 달리기가 쉬워졌다.
속도를 내어본다.
이번 경기의 목표는 '오버 페이스'이다!!
이제까지의 경기는 너무 쉽게, 편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달렸다는 반성이 있어서이다.
좋게 말하면 경기를 즐기면서 달렸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완주에 급급해서
내 능력의 최대치나 한계를 시험 못했다라고도 할 수있다.
이 대회에서는 풀도 아니고 하프니까 오버 페이스를 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로 달려야 내 한계를 넘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막판에 힘이 달려서 포기하도록 오버페이스를 하고 싶다.
물론 무작정 죽기 살기로, 부상을 입을 정도로 달리자라는 것은 아니었다.
고질병인 바쁠 수록 딴 짓하는 습관을 버리고,
최대한 빨리 달려보자는 것이다.
작년 순천에서 50분대를 깨기는 했지만 이제껏 하프기록이 주로 1시간 50분대이다.
올 봄 합천하프에서 죽을 용을 쓰고 1시간 52분인가에 들어 왔었다.
그 동안 철인한다고 연습을 열심히 했으니
기록이 앞당겨 질 것도 같다.
욕심같아서는 1시간 40분 대를 깨고 싶기도하고,
40분대 초에리도 들어와도 성공이다 싶다.
광안대교 위로 올라가는 길이 꾸준한 오르막이다.
이 정도야하고 올라가는데 옆에 가는 사람들은 숨을 색색 거린다.
꾸준히 시속 12키로 정도로 달렸다.
다리위로 올라서자 그야말로 시장바닥이다.
하프 주자, 5키로 주자, 10키로 주자, 응원객들, 다리위로 걸으러 나온 주민들,
자전거, 유모차가 뒤섞여서 범벅이다.
주로에 선 자봉 학생들은 로보트 같이 서서 웃거나 박수를 칠 줄도 모른다.
무슨 대회 진행을 이렇게 하는지...
10키로 48분. 반환점 1:00에 돌았다.
돌아가는 길에 건너편에서 뒤어오는 찬새미를 만났다.
밝게 웃는 모양이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아침에 컵라면 하나만 먹고 뛰어서 걱정을 했는데 기록도 좋을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광안대교 하판.
저만치에 40분 페이스메티커 풍선이 보인다.
따라 잡을려고 용을 쓰지만 100미터를 앞에 두고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해 스퍼트.
드디어 골인.
시계는 1시간 41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버페이스가 목표였는데,
별로 힘든 줄을 모르겠다. 작전 실패다.*^^*
머리속에 있는 컴퓨터가 저절로 하프 거리와 페이스를
주인이 포기하지 않도록 계산해서 몸에 전달했나 보다.
다음에는 곡 1시간 30분 대로 들어오면서 오버 페이스를 해야지..^^;
스트레칭을 하면서 주로에서 기다렸다가 나란히 들어오는
찬새미와 고무신(2시간?)을 축하해 주었다.
대단한 찬새미이다.
하프 두번 완주만에 2시간 15분에서 2시간으로 약 15분을 단축 하다니..
물과 음료수, 빵을 타 주러 갔다가
그야말로 난리 상황을 목격했다.
성난 사람들과 도망치고 없는 집행부 사람들. 울고있는 자봉 여학생들..
물도 없고, 메달도 없고, 빵도 없고, 질서도 없고...
각 대회를 다녀봐도 이렇게 엉성한 대회는 처음이다.
씁씁한 뒷 맛이 남는 대회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회진행을 이벤트회사가 맡아서 하고
작년에도 이렇게 엉망으로 진행을 했단다.
이제는 마라톤 대회도 잘살펴보고 골라서 가야할 것 같다.
첫댓글 빨랑,,,숨겨둔 비밀을 풀어놓으소오...비밀이 커지면 큰일나는디,,,!!
와,,,,,,,,,,대단하다,,,,,,,,,41분,.....꿈의 기록,......언제나 ,,,,,,,옹,.
기록? 항상 그것이 문제여~~~ 하기사 싸나이는 1:35까지는 몸에 무리없이 가능할껴! 그래도 숨어있는 부상을 괜히 건드려 일어서게 하지 말더라고....
우---왕! 어쩐지 코빼기도 안보이더라니...뒤를 조심 하이소, 찬새미님이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