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최치원을 양성하자
유럽이 팍스 로마나 시대,
팍스 브리태니카 시대일 때
아시아는 중국이 주도하는 팍스 시니카 시대였다.
유럽의 팍스 로마나 시대,
팍스 브리태니카 시대,
아시아의 팍스 시니카 시대를 이룬
로마, 영국, 중국과 같은 제국들은
세계의 패자(覇者)로
동서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찬란한 영광을 뒤로한 채
결국 패권의 막을 내렸다.
인류 역사를 보면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역대 강대국의 몰락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정위기'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은
재정위기로 가짜 돈을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황제가 재정 부족을 채우려고
금화에 불순물을 섞어 유통시키다 들통나면서
주변국들이 더 이상 로마의 금화를 받지 않음으로써
물자 수입이 끊겨서 망하고 말았다.
과거 대영제국이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전쟁비용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앉으면서
파운드화가 붕괴했던 것처럼,
미국도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심화되면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처럼
해외 군사기지를 유지할 돈줄이 마르면
정치, 외교적 파워를 잃을 수밖에 없다.
즉,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치가 무너지면
팍스 아메리카나도
침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의 세대이론에 따르면,
세대의 변화가 역사를 만들고 그것이
대국의 수명과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역사는 대략 80년을 주기로 대순환하는데,
그 속에 20년 주기의 소순환 4개로 구성된다.
미국은 1536년 이래로
여섯 번째 80년 주기 대순환에 들어가 있는데
1946년부터 시작된 이번 주기는
현재 68년이 경과했다.
이를 토대로 판단할 경우,
약 13~14년이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터닝포인트가 마련되면
새로운 번영기가 만들어진다.
'오바마의 리쇼어링'과
'시진핑의 개혁'이
세계를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집권을 하면서
'제조업 부활'을 내걸었고,
시진핑은
'소비 중심 성장'을 내걸었다.
미국 제조업은
IT와 접합한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이끌어간다.
중국은 4억 명의 농촌인구를 도시로 보내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이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은 8억 5천만 명의 소비시장을 미끼로
서방세계를 중국으로 유혹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을 맞바꾸자는 전략이다.
공산당식 규제로 인해 매우
위험한 지뢰밭이 숨겨진
중국 내수시장이지만,
기대수익률이 너무 놓아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는
감히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세계의 제조업은 이미 공급과잉이다.
따라서, 소비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왕 노릇을 할 태세이다.
그래서 <포춘>500대 기업부터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까지
모조리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사망(?)
자본주의 250년의 역사가
금융위기로 한방에 날아가게 생겼다.
서방 자본주의 세계의 대차대조표에는
자본은 없고 부채만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니라
빚 투성이의 부채주의다.
최근 2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은
부채주의로 진화한 과정에서 빚어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신용팽창에 의한 것이다.
선진국의 순위는 잘사는 나라의 순서가 아니라
'빚이 많은 나라의 순서'다.
서방 선진국은 1인당 소득으로 상위지만
1인당 부채로도 세계 상위이다.
국가부채가 국민소득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현재 서방 선진국들이다.
그런데 금융위기 후
선진국들은 국가신용을 의심받고 있다.
서양은 동양과 다시 한판 맞붙기도 전에
내부 문제로 스스로 쓰러질 판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주식버블, 주택버블에 이은
국가부채 버블의 단계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차마고도(茶馬古道)
거대한 인구와
오랜 황하문명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인들은 스케일이 크다.
역사의 강물은 700년은 동쪽으로,
700년은 서쪽으로 흐른다는
'700년 주기설'을 믿는다.
그래서 사회주의 신중국 시대에
중국은 역사 이래 다섯 번째 번영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희망 찬 예상을 하고 있다.
기원전 8세기에 주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며
봉건제를 기반으로 중국을 번영시켰다.
기원전 1세기에 한나라 무제(武帝)가 등장하면서
군현제로 중국이 번영기를 맞았다.
7세기 당나라의 태종 이세민의 통치시기에,
14세기 명나라 성조 시대에
중국이 번영기를 맞았다.
이제 21세기에는 700년만에 중국의 사회주의
신중국이 공산당 체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궐기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2000년 역사를 보면
중국에는 '건국 60주년 신드롬'이 있다.
중국의 역대 14개 왕조를 보면
그중 11개 왕조가 개국 후 60년 즈음이 가장
국가의 기(氣)가 세고 잘나가는 태평성대였다.
한나라 때 문경지치(文景之治),
당나라 때 정관지치(貞觀之治),
청나라때 강희대제의 시대 모두
건국 60주년 즈음이다.
한편, 시진핑 정부가 10%대 성장에서
7%대로 성장률을 낮추자
서방세계에서는 중국 위기론,
중국 붕괴론까지 거론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국의 역사책을 한번 들여다 보면,
건국 60주년 즈음은 역사적으로
중국이 망하는 시기가 아니라
가장 기(氣)가 센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에 중국인은 없다.
사실 중국은 31개 나라의 연합국인 셈이다.
중국의 힘은 스케일이다.
중국에는 산둥인, 상하이인, 베이징인, 광둥인 등
지역색이 강한 지역민들이 있다.
이들은 만나면 마치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어느 나라 출신인가 묻는 것처럼
어느 성 출신인지를 묻는다.
아시아의 스포츠 대축제 아시안게임이
우리나라 인천에서 진행 되었는데,
중국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단,
응원과 여행을 위해 방한한 요커,
중계방송진 등 실로 엄청난 규모가 움직이었다.
평균 해발고도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 녹색식물의 재배는 불가능했지만
야크 고기와 젖을 주식으로 하는
티베트인들에겐 지방분해와 수분공급을 위해
차(茶)가 꼭 필요했다.
한편,
당나라는 북쪽 기마민족과 맞서려면 말이 필요해
이를 티베트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다.
중국 남부의 윈난 지방에서 생산된 보이차가
티베트로 가면 현지에서 고기나 소금 등으로
맞교환하는 상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길이 바로 차마고도(茶馬古道)이다.
중국의 왕조가 건국 후 60년 즈음에
번영기를 구가한 것은 인구가 많고 농업국가인
중국의 토지분배, 먹을거리, 기후와 관련이 있다.
1800년을 이어온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은
장마, 강우량과 매우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
창업 초기에는 부패 척결에 힘쓰며
정사를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써
태평성대를 누린다.
이후 황제의 통치는 초심을 잃어가고
관료의 부패 때문에 세수가 감소한다.
세수 부족은 관개 시설로의 투자가 부실해지고
여기에 홍수가 발생하면 농사는 망치고
식량 부족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먹고살기 어려운 백성들은
봉기하고 정권이 바뀐다.
혼란기를 거치면서 전쟁과 기아 등으로
자연히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새로 등극한 황제는 자신이 소유한 대토지를
백성들에게 충분히 분배할 수 있다.
이것이 개국 후 60년 즈음에
태평성대가 찾아올 수 있는 배경이다.
사회주의 신중국의 과거 60년 또한
지주들의 토지를 국가가 수용해
농민들에게 분배하면서
새로이 일어섰던 것이다.
공업화를 달성한 현재에도 중국의 농민은
전체 인구의 절반인 6억 5천만 명이나 된다.
시진핑은 삼사억 명의 농민을 도시화함으로써
중국 미래 20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함부로 예측하지 마라
질이 먼저 있고
양이 나중이었던 나라는 없었다.
양으로 일어서고 나서 질을 개선하거나
자신의 룰로 세계의 룰을 바꾸어버리는 것이
바로 강대국의 습관이고 성장 과정이다.
자본주의 250년의 싹을 30년 만에 속성 재배를 해서
8배의 급속도로 성장한 슈퍼 베이비가 중국이다.
비록
몸집은 커졌지만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국제무역에서 가격결정권도,
국제금융에서 주도권도 아직 없다.
크다는 것과 강하다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2등이 잘해서가 아니라
1등이 실수해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이다.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선진국이 흘린 권력을 모조리 주워 담고 있다.
미성숙한 슈퍼 베이비가
세계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어떤 상황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