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보약, 굶는 것도 보약이다.
글-德田 (春川産)
덥다-. 휴 덥다. 등걸 잠방이를 걸쳐도 육수가 마치 장마가 끝난 개삼 터진 고향 뒤란 같다. 며칠 전 노인복지관 실버팀 모임이 있었다. 마침 실버팀에서 삼계탕을 운영하는 곳이라 선전도 할 겸 백여명이 둘러앉았다.
국립박물관 맞은편에서 내려오다 보면 석사우체국이 나온다. 그 뒤편에 아름다운 가게란 음식점은 실버팀이 직영하는 삼계탕집이다. 저렴하다. 1인분에 7,000원이니 4,5천원이나 싸 다시 메뉴판을 확인한다. 관장님조차 본전이라고 양심을 털어놓는다.
맛있게 먹는데 양 옆 선배님들이 어인 일일까! 자꾸 나에게 더 고기를 퍼주는 것이 아닌가! 요즘 배앓이로 먹는 것에 사단(事端)이 나 조심하는 판국에-. 어서 먹으라는 후한 후배 사랑에 몸둘 바를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전날에도 또 전날에도 삼계탕, 옻닭을 연일 들었다는 후문이 아닌가!
요즘 고희(古稀)가 눈앞에 당도하니 건강이 정말 큰 문제임을 실감한다. 한 여름 입맛 땡기는 대로 마구 먹어칠 수가 없다. 한 달 전이었다. 무엇을 잘못 먹어 모처럼 복통이 일어 쌀쌀 아픈데다 점심때 냉 수박까지 먹고 돌아와 평생 처음 복통에 설설 기면서 급기야 손을 넣어 모두 토(吐)했다. 그 후로는 먹기만 하면 사촌이 땅을 산 것처럼 이내 배가 아파 자지러진다. 사회교육 맹자반 공부를 갔다가도 배가 쌀쌀 아파 진땀만 철철 흘리고 돌아오곤 했다. 한 달 째 -. 게걸이가 들린 자처럼 먹는데는 이골이 난 자신을 생전 처음 돌아보았다. 아픔에 노예가 되어 저녁을 건너뛴다. 아예 기름기를 먹지 못하니 몸이 축 늘어진다.
며칠 전, 평창 동계올림픽 100인 시화전에 가세해 우리 정서에 맞는 자료를 사냥하다가 우연히 돌파리(책 제목) 임락경(2009년 9월호) 정기 칼럼을 접했다. -밥이 보약, 때론 굶는 게 보약!! 아뿔싸! 책 제목부터 한 눈에 확 들어왔다. 나에게 신이 내려준 문자 택배가 아닐까! 글쓴이는 임락경! 인터넷을 쳐보라! 시골에 살며 친환경농업인 연합회장, S대 명예교수, 민간치료 연구가로 돌파리 잔소리라 겸손하게 쓴 글이다. 건강 백세까지란 제목으로 유명한 월간지 전원생활에 고정 컬럼으로 건강을 걱정하는 분이시다. 그에 의하면 종합비타민이 필요한 사람이 없다고 단언(斷言)한다.
한 가지 병을 고치고 일곱 가지 병이 생길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채널이 많아지면서 그저 틀면 건강에 좋은 프로들이 판을 친다. 그러나 저자는 구태여 돈을 들여 비타민을 사먹지 않아도 된다고 외친다. 그는 현대인에게 쓴 소리한다. 아프면 약을 먹어대는 요즘 사람들이 한심하단다. 약국에 가면 손님 접대한다고 비타민 C를 준다. 체질(體質)이 문제다. 미뤄 통 다 준다? 개개인의 체질, 첩약 또한 그렇다. 삼계탕이 보약이라고 연일 복달임 최고라고 하니 야단이다. 실은 예전에 힘꼴 쓰는 머슴이 초벌 논매기할 때 땀을 많이 흘리니 먹으라는 것이 효시란다. 보약-. 사족을 못 쓰는 현대인들이다. 체질이 관건이라 강조한다. 장수(長壽)-. 100년 근 인삼 깍두기라고 다 좋은 게 아니란다.
인간은 오장(五臟)이 모두 완벽한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글쓴이는 강조한다. 자기 몸에 부족한 것만 채우면 되는데 좋다면 옻닭, 보신탕, 오리, 이스피린, 보약이라고 각종 효소, 에비오제 등을 상시 복용한다고 개탄한다. 조금만 이상해도 포도당과 영양제를 맞는다. 필요 없다. 요새 너무 많이 먹어 생긴 병이 현대인에게 많다고 강조한다. 요즘은 옛날 황제보다도 더 잘 먹는 시대란다. 굶어서 고쳐야 한단다..식탐, 한 끼도 넘겨 뛰면 무슨 큰 것이라도 손해 본 것처럼 느껴진다. 편식하지 말자 굶기 싫어도 억지로 굶자고 저자 임락경은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마치 나에게 퍼붓는 독설(毒舌)같다. 백약이 무효라 C대 소화기내과에 모처럼 찾았다. 증상을 설명하고 지난 3월 녹십자에서 검사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더니 담석증(膽石症)을 의심한다. 먹으면 배가 쌀쌀-. 옆구리가 아프면 장(腸)인데, 배가 계속 견디기 어려우면 복강경 수술까지 하잖다. 두렵다. 너무 먹어서 생긴 병 같다. 단 한 끼를 건너뛰면 섭하다. 절대빈곤시절의 한을 채우기라도 하듯-. 돌아보니 자신이 원망스럽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강조한다. 사서감경, 공자, 노자 장자 다 읽어도 신약, 구약 다 읽어도 보약(補藥)이야기는 없다고-.더 건강하고 오래 장수하고 싶은 불로초-. 발끈한 힘이 솟는 그 무슨 보약은 모든 이들의 하나같은 소망이지만 욕심이 문제란다. 욕심이 잉태하면 병을 불러오고 병은 오래 되면 사망을 낳는다고 민간요법 인답게 끝을 맺는다. 감동이다.
덥다-. 후덥지근하다. 장마로 소양댐 다목적이란 글 바로 아래에서 담수호가 찰랑거려 신바람은 나지만, 이 더위에 위장이 고장이 난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그 후 관련 시화를 만들어 아파트 숲길에 전시했더니 모두 자기 얘기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어르신들-. 쑥스러워들 하신다. 무더위가 준 여름 교훈이었다.(끝)
첫댓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보약
정답입니다. 요즘 제가 그꼴 ㅋㅋㄴㅋㅋ
참는 것도 복달임의 일종.. 그러나 먹고싶은거는 먹어야 약이겠지요..
새로운 발견! 그러지 않아도 요즘 저녁 한 끼 굶기를 실천 중인데 선견지명이 통했나 봅니다.
속히 쾌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