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맞아준 겨울 학교에서
기상학자들은 올겨울부터 수년간 옐리뇨 현상이 나타나 우리나라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옐리뇨란 페루 연안의 해수온이 높아지는 주기인데, 이와 반대로 인도네시아 근해의 해수온이 높아지는 때를 라니뇨라 한다. 태평양의 해수온은 무역풍의 영향을 받아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짐을 반복하는데 이로 인한 주요 특징은 세계 곡물 수확량 추세가 달라진단다.
옐리뇨 시기이면 우리나라 겨울은 대체로 따뜻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올가을부터 겨울 들머리에 이르도록 옐니뇨에 걸맞게 정말 따뜻했다. 소설 대설이 지나고 동지를 일주일 앞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은 봄날처럼 포근한 날씨에 비마저 넉넉하게 내렸다. 비가 그친 지난 토요일 아침 의림사 산문으로 들었더니 불어난 계곡물은 여름 장마철처럼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흘러갔다.
지난 한 주는 수요일만 빼고 나흘에 걸쳐 예년에 볼 수 없던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최근 몇 해 사이 우리 지역 겨울은 눈이든, 비든 강수량이 적었다. 거기다가 몇 해 동안 우리나라로 직접 관통한 태풍 진로가 없어 여름 강수량도 적었다. 다행히 최근 수년과 달리 지난여름은 태풍과 무관하게 장마철에 강수량이 넉넉해 바닥을 드러냈던 댐에는 일부나마 물을 채워둘 수 있었다.
지난주 며칠 넉넉하게 내렸던 겨울비로 건축이나 토목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 근로자들은 일을 나가지 못한 만큼 임금이 줄어도 비 덕에 휴식은 충분하게 취할 수 있었으려나. 저잣거리 노점상들도 우천으로 인해 수익이 줄었지 싶다. 대중화된 골프장이나 파크골프장은 물론 겨울 스키장이나 산천어 얼음 축제를 준비하던 지방자치단체서도 무심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을 테다.
예상 못한 겨울비로 생계나 사업에 지장을 받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겠지만 그간 볼 수 없는 기록적인 겨울 강수량이 가져온 경제 유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지 싶다. 겨울부터 봄에 걸쳐 반복하는 산불 예방, 떠도는 미세먼지를 줄여준 대기 정화, 저수지를 넉넉하게 채운 물로 내년 봄 농사, 부족했던 산업용수 확보, 눈이 아닌 비였기에 제설 경비와 인건비 절감 등등이다.
방송은 외면한 지 오래되고 신문도 수년 전 끊었다. 외부로부터 알게 되는 소식은 노트북을 열면 첫 화면 접하는 인터넷 기사는 본다. 그 가운데 날씨 정보가 가장 먼저다. 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때때로 뉴스나 날씨를 검색하며 세상 돌아가는 사정은 알게 된다. 누가 잡혀가고 누가 사퇴했다는 소식에 앞서 겨울비가 가져다준 경제 유발 효과는 보도는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
동지를 하루 앞둔 십이월 셋째 목요일이다. 옐니뇨 주기면 따뜻한 겨울로 예상되던 기상 관측과 달리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겨울다운 한파가 닥쳤다. 한반도는 한 주 사이 기온이 급전직하 한낮에도 빙점 부근에 맴도는 동장군이 엄습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닌 중국 베이징이나 북한 평양 거리가 먼저 얼어붙었고 일본도 홋카이도는 폭설일 테고 전역이 강추위 영향권으로 들지 싶다.
바깥은 추위가 매서워도 자연학교로 가려고 이른 아침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거리에는 아직 방학에 들지 않은 학생들이 옷차림을 두텁게 입고 등교했다. 나도 추운 날씨를 고려해 야외 학습이 아닌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다. 외동반림로를 따라 원이대로 가는 반송 소하천에는 이른 아침 먹이활동을 하는 여름 철새 백로와 겨울 철새 흰뺨검둥오리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창원스포츠파크 동문에서 폴리텍대학 캠퍼스를 지나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갔다. 추운 날씨 도서관 외벽에는 한 인부가 산타 복장 인형을 매다느라고 수고했다. 성탄절 전후 도서관을 찾아올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트리에 켜둔 전구의 불빛을 연상하게 했다. 열람자가 적어 한산했던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왔다. 하굣길 동네 카페에서 꽃대감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왔다. 23.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