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여는 아침!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https://www.youtube.com/watch?v=WeNuflaj60Y
땡그렁
홀컵에 빨려드는 경쾌한 음의 전율
아 이 맛인가?
파크 골프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다
톡보내고 나도 마찬가지
집사람은 파크 골프 가자는데
웬지 난
동물 챙겨주러 나와 보니 서리가 허옇게 내렸다
상강이 이번 일요일 날인데 벌써 서리가?
올핸 일찍 추위가 오려나 보다
병아리장을 들여다 보니 병아리들이 잘 놀고 있다
작은 박스안에 불을 켜 두었더니 밤엔 그 속에 들어가 지낸 것같다
추우니까 밖에도 불을 켜 주어야할까 보다
아래 닭들은 모이 한줌 주고 놀이터 문을 열어 두었다
죽거나 말거나 자유롭게 살아라
하우스 안에 가두어 두어도 죽는데 차라리 자유라도 누리다 죽으면 더 낫겠다 싶다
내가 지키지 못하는 걸 어쩔 수 없다
잃어버리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없다
못지키면 못지키는대로 키우는 거지
집사람 가자는데 따라가야겠지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아 어색하지만 같이 운동하는게 좋을 듯
약속 시간이 남아 내일 새로나 성경학교 숙제
마르코복음 5장을 써야한다
마귀들과 돼지떼
아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시는 부인을 고치시는 기적 이야기
이런 기적은 하느님만의 성역아닐까?
우리 일상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과연 무슨 의미일까?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통령 된사람이 기적아닐까?
그럼 그분은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걸까?
‘넌 21세기의 대한민국을 하늘 나라로 불러 올려라’
쓸데없는 망상이 날 괴롭힌다
승훈 동생네와 담양 파크 골프장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기고 있다
연습장에서 몇 번 몸을 풀었다
승훈동생이 A홀을 같이 돌아주며 이런저런 코치
아직 난 감이 오질 않는다
워낙 운동감각이 둔하니 별 수 없지
그래도 옆에서들 남자라 파워 있게 잘 친다며 기를 살리는 응원 한마디
이제 두 번째 돌아보는 파크골프
감을 잡으려 해도 뭐가 뭔지
그러나 치는 분들을 보니 나보다 훨씬 노인네도 많다
나름 집중해 잘도 친다
그럼 나도?
용기를 갖고 한번 도전해 보아야겠지
승훈 동생이 A홀을 같이 돌아주고 친구들이 오니 게임한다며 우리끼리 돌아 보란다
파크골프도 게임을 해야 재미있단다
난 바둑을 둘 때 게임관 남
그러다 보니 실력이 항상 그 팔짝인가?
게임을 함으로써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단다
긴장감 속에서 무심의 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린 게임의 수준 아니다
셋이서 홀을 돌았다
서로 비슷한 실력
오비와 보기 나도 웃고 굿샷 외치는 재미
그게 파크골프 아닐까?
그나저나 감각이
아직은 초보 아니냐며 서두르지 말고 공만 잘 맞추라는 말에 위안을 삼고
아산형님 전화
점심이나 같이 하자기에 오늘 밖에 나왔으니 저녁에 보자고
그러시잔다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하늘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고 햇살이 따사롭다
천변가 느티나무는 울긋불긋 오색잎
니 좋은 날 밖에 나와 즐길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이냐는 승훈동생 집사람
그래 행복이 따로 있나
이게 즐거움이지
9홀 4코스를 다 돌고 나니 어느새 점심 때
담양 관방제림 국수 식당에 들어가 국수 한그릇
이곳 국수식당가는 유명한 곳인데도 난 처음
국물이 참 시원하다
운동하고 나니 더 맛 좋은 것 아닐까?
다시 1코스부터
장거리와 단거리 힘 조절 어렵다
공을 쳐 보니 거리에 따른 힘 조절이 무척 중요한 것같다
힘 조절과 방향감각만 있으면 파크골프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같다
그걸 잘할 수 있으면 폼은 저절로 잡히지 않을까?
아니 어쩜 폼이 좋아야 두가지가 다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처음 가르쳐 준 코치님도 오셨다
이번엔 남자 여자로 나누어 치자고
난 승훈동생 코치님과 쳤다
역시 치는게 다르다
난 온 힘이 다 들어가 공을 때리는데 그들은 가볍게
저런 정도의 실력까지는 난 한참 멀었겠다
하기사 이틀만에 저 사람들처럼 잘친다면?
괜한 욕심이 사람을 망친다
4코스 다 돌고 나니 시간이 꽤
코스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다
이렇게 열심히 운동한다면 모두들 건강하게 잘 사실 것같다
오늘은 아산형님과 저녁먹자고 약속해서 승훈 동생관 바로 헤어졌다
아산형님네와 김가네 가서 김치찌개
운동하고 나서인지 막걸리도 맛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서울 아짐 담벼락에 꽂아 놓은 칼 이야기
아무래도 해코지하려 한 것같다며 전에 서울 아짐이 모진 말을 했다는 이야길 한다
설사 그렇더라도 마을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 되겠냐고
이건 공론화시켜 다시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되도록 해야한다고
난 타성의 입장에서 말을 하는데 아산형님은 서울아짐의 잘못을 주로 이야기
그게 우리 마을의 한계인지 모르겠다
설득도 못하면서 이래저래 술만 마셨다
집에 와 닭들을 가두었다
너무 어두워 놀이터 문만 닫았는데 밤사이 괜찮을지 모르겠다
닭건사하는 것도 신경이 많이 쓰여 이제 그만 키울까?
그럼 시골에서 무슨 재미?
아니 삶 자체가 흥미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마지 못해 사는 삶은 사는 것이 아닌데...
하루 일과 정리하다 엉뚱한 생각
짙은 어둠속
가로등 불빛만 반짝인다
님이여!
단풍색이 하루가 다르게 고와집니다
고운 단풍처럼
오늘도 님의 하루가 곱게 물드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