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동네 이사오고나니 문화적인 것에 뒤떨어지는 것 같았죠
해서 올해는 걸리는대로(?)뭘 배워볼까, 생각던 중, 가까운 곳 문화교실에서 몇가지
주부교실이 열리길래 선택했어요. '사물놀이'를요
북, 꽹과리, 징, 장고 중에 장고를 젤 먼저 배우더라구요
도레미파솔라시. 일곱음계에 비하면 사물놀이 음계는 달랑 네 개.
덩- 궁- 쿵- 따-
왼손엔 궁채, 오른손엔 열채를 쥐고
왼손으로 때리는 것이 궁~
오른손은 따~
오른손, 왼손 동시에 때리면 덩~
왼손이 오른쪽으로 넘어와서 치면 쿵~
덩, 궁, 쿵, 따...
이 네개만 적절이 잘 두드리면
휘모리장단 굿거리장단 별달거리...신명나는 우리가락이 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안되는겁니다. 이론은 빠삭한데 몸은 따로 논단 말이지요
우리의 두 손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짙은데 장고는 따로따로 놀아야 될 경우가 더 많거든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반복적으로 하면 안 될건 또 뭐냐고요오~그죠~? ^^
그런데도 안 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교실에 가면 간 순서대로 앉지요
저와 비슷하게 가는지, 어떤 여자랑 자주 옆자리 앉게 되는데 이 여자,
심각한 가락치 인거예요.
도대체 제대로 치는 적이 없어요. ㅉㅉㅉ...고마 때려치지? 싶을 정도로요.
지나 잘하지, 웬 오지랖이냐고요?
사물놀이라는게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패거리가 소리를 잘 맞춰야 되는 게 첫째 조건.
단 한 사람이라도 잘못 치면 티가 남은 물론 진도가 안나가거든요.
똑같은 가락을 가지고 두 달을 하면 감을 잡아야지요............
덩덩 쿵따쿵.
다들 그렇게 칠 때 그 여자는 덩덩 따쿵따, 를 치더군요
보다못해 가르쳐주었어요
-보세요, 우리랑 엇갈리게 따 쿵 따, 치지 마시고요. 이렇게 쳐야 돼요,
넘어간 왼손이 먼저 쿵, 그리고 오른손 따, 또 왼손 쿵, 왼손 한 번 더 쿵.
오른손 따.
왼손 쿵.
쿵.따.쿵.
그렇게 갈켜주면 알아듣는 척이라도 하면 좀 좋을까요,
갈켜준 사람 무안하게스리 불쾌한 심사가 역력합니다. 남의 말 고깝게 들으니 될 턱이 없지요
계속 따쿵따를 치거나 두 개 같이 막 치거나..증말 대책 안섭니다ㅡ.ㅡ;;
별달거리를 배울 때는,
-덩 따따 쿵따쿵
이렇게 칠 걸 덩따따따 쿵따따따 막 쳐 대더군요
옆에서 그러니 귀에 거슬리고 전체적으로도 당연히 불협화음입니다.
높은 곳에 앉은 스승님은 다 보이나 봅니다.
그녀를 향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천.천.히. 천천히
덩/따/따/쿵/따/쿵/
시범을 보입니다. 그래도 그녀는 틀립니다.
어째 저렇게 줄기차게 틀릴 수 있을까 싶어
그녀 입을 주시했더니 새빨간 루즈를 바른 그녀의 입술 깐엔
열심히 입장단을 맞추는데, 맙소사. 덩따따 쿵따따 덩따따 쿵따따...
아무리봐도 입술 움직이는 모습이 덩따따... 쿵따따
(쿵 따 쿵 이라니까!!!!!!!!!!)
입은 또 그렇다 쳐, 입대로라면 덩.따.따.쿵.따.따. 여섯번이어야 하는데
손으로는 열두번도 더 따따따따 두드려대는 겁니다.
그야말로 손따로 입따로...채 들었다고 막 두드려대는 폼새! 난탄줄 아나?
쉬는 시간에 스승님이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미애님 앞에 앉은 사람들 봐 가면서 치세요
앞사람이 이거 칠 때 나도 같은 거 치나, 봐 가면서 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러면 다소곳이
-네~
해야 되는 것이련만, 그녀, 똑부러지게 한다는 소리가
-똑같이 쌩초보가 치는데 따라해서 뭐해요! 틀리는지 맞는지도 모르고,
모두 못하는 사람들만 하는데!!
배울라면 잘 하는 사람한테 확실히 배워야지!!
이쯤 되면 고개가 절래절래~~ㅎㅎㅎㅎㅎ
아, 대책없는 요자여...당신 말고는 다 잘 하고 있거등?
50줄이 넘도록 그런 똥꼬집으로 살아왔을 그녀, 인생이 보였습니다.
그녀로 인해 한가지 배웠습니다.
-나는 꺽이지 않는, 나만의, 어떤, 고질적인, 반복적인, 독선적인,
똥고집을 가지고 있지나 않나?
많겠지요
많았지요.....
무슨 일을 시작하던지간에 긴 시간을 투자할 것을 생각해야되더군요
장고 역시 섣불리 시작한 건 아니지만 정말 제대로 한 판 돌아볼까,
싶어 시작했건만 길게 해 낼 수 있을지,
도대체 진도가 안나가니 그녀와 같은 무리와 무리를 이루려면 어느세월이 될지
이야..........적어도 3년 이상은 배워야 제대로 친다 소리 듣겠는 걸?
그만 둬? 계속 해? 회의...갈등....
그리고 내린 결단.
그래 1년만 가자.
장구를 배우는 이유, 뻣뻣한 몸과 마음과 생각을 유순하게 하는 것.
올해 목표는 그것이라고, 춤사위처럼 부드러워지기. 유연해지기... *^^
그런데 어째, 거기까지 가기도전에 일년이 가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첫댓글 사물놀이가 겁나 어렵데요~ 전에 티비에서 쪼꼬만 꼬마가 장단 맞추는 걸 봤는데,, 여럿이하는 건 오디션을 봐서 걸러야해요. 방해안되게..ㅋ
효숙아~~~빌려간 내 장고 돌리도~~~!! 느린이님 글 보니 생각났다. 몇년째냐 시방..!ㅋㅋ
글고봉께 거 머시냐 중국에서 온다던 악기는 왔냐~?
사람이 인삼을 모르면 모를까..도라지는 못사겄드라고...돈 모으는 중여.ㅋㅋ
ㅋㅋ 북채 잘못해갖고 병원갔다와야된당께
무엇이든지 배우기 시작하면 2년은 버텨본다..이것이 나의 신조입니다..아무리 어려운것도 2년쯤하고나면 어느정도 되는것 같더라고요..
문제는 나이,성격... 늙을수록 그넘의 똥고집은 왜 죽지 못할거나~?ㅋㅋㅋ 맞습니다~! 남을 보면서 반성하고 배운다고...느린이님 여러가지 배우는 福 많은 분이네요!! 저도 여기 헬스장에서 기구를 이용한 에어러빅을 해보다가 ㅋㅋㅋ아,글씨 방향감각까지도 힘들더라니깐요! Canadian들이 저 동양인 대개 대책없다 할까봐 걍~하루만에 그만 두고 간간히 창을 통해서 익히고 있슴다~! 그러다 자신 생기면 들어가서 같이 해볼라고요~!ㅋㅋㅋ
가심이 뜨끔합니다. 나도 언제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서 저런 식의 억지 부리진 않았을까, 남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되둥그라지진 읺앗던가, 점검해 봐야 겠어요.
어딜가든지 대책없는 인간들이 꼭 있지요. 제가 인간혐오증에 걸릴 수 밖에 없는 직업을 오래 가지면서 터득한 지혜? /청결/염치/ 이 두가지만 잘 지녀도 죽을 때까지 -늙고 병들어 쓸모가 없어져도- 진짜 사람 대접 받을 수 있음. 의아해 하시는 회원들이 있으시겠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해보면 의외로 드물더라고요.
열심히 노력하는 느린이님이나 자기 고집대로 하는 그 여자분이나 너무 재밌으셔요. 결국 안맞으면 자연히 그만둘거 같네요. 아니면 시간이 마~니 지난후, 그여자도 익숙해져서 잘치게 되는 날이 오것죠? 다 자기 스탈대로 배워가는 거니께. 될수록 그사람 옆에 앉지 마시고... 그렇게 신경쓰다가 정작 진도 놓치시면 손해잖아요? 하이간 나이들어가면서 자기식 고집, 그거 문제라니까요. 저도 마이 걱정되요. ㅎㅎㅎ
가끔 정말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사람들 있죠. 제가 금년부터 우리 아파트 동대표가 되어서(어엿한 정치인입니다. ㅋㅋ) 아파트 회의에 나가보면 별의별 인간이 다 있더라고요. 밖에서 애들이 돌을 던져서 자기네 집 유리창 깨졌다고 아파트 돈으로 철창 설치해달라고 하는 사람부터 자동차 유리가 깨어졌으니 변상하라는 사람까지... 이 두 인간들을 제가 찍소리 못하게 타일렀더니 관리소장이 고맙다고 점심 한 끼 사더라고요. ㅋㅋㅋ 열심히 노력하시는 느린이 님 아마도 잘 배우시고 좋은 시간 많이 가지게 될 거에요.
뭐든 하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참..대단하십니다 그려..어렸을적 울집 노친네가 장구채로 날 때린 기억이 불현듯 납니다..그래서 내가 채를 앞다쥐 밑에 꽁꽁 숨겨놔 부렀지라..근데 그 신주단지 모시듯하던 장구(장고의 사투리였었나 보져?)가 언제 없어져 부렀는디 모르겠데요..지금은 거동도 불편한 노모에게는 담배와 더불어 가슴앓이 체증내리게하던 훌륭한 벗이었다는 것을 아주 오랜 후에야 알게 되었네요..느린이님의 열정에 갈채를 보냅니다^^
뭐든 새로 배운다는 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대단하세요. 더구나 그 어렵다는 사물놀이를...글을 너무 재밌고 생생하게 써서 마치 장면을 직접 보는 거 같네요. 뭐 고집이야 나이든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겄어요. 다 지 꼴린대로 사는거지..너그러운 느린이님이 신경 끄고 배우셔야 할듯 ㅎㅎㅎ
정진하시어 은제한번 쏠로 공연허시지요.사이회 모여놓고.....
그거 한번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데 내가 사물놀이 3년을 지도해서 1등상 탔다우
헤헤~~~어제는 가서 꼬시기 모드로 들이댔더니 ~~~말랑말랑 해짐서 잘하던디요~쿵따따따
너무재미있어서 많이 웃고갑니다 ~~~~~
느린님은 절대로 똥고집아녀유 사물놀이 좋지요 아마 사이회에도 몇사람있을거예요 언제 한번 합~를!! 저는 시작할려면 꽹과리를 하고 시~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