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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 kukmin2013@gmail.com
승인 2013.09.16 11:57:27
수정 2013.09.16 19:11:51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국민TV라디오 <노종면의 뉴스바> 초대석에 출연했다. ⓒ국민TV뉴스
“모든 사람이 보고 있는 것을 본인들만 못 보고 있는 현상, 이른바 벌거벗은 임금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곽 전 교육감)은 채동욱 검찰총장 사임 사태를 이렇게 정의했다. 곽 전 교육감이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지난 3월 출소한 이후, 국민TV라디오 ‘노종면의 뉴스바-초대석’이 처음이다.
검찰이 저항해야 할, 분명한 시점
그를 다시 언론 앞에 나서게 한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임. 곽 전 교육감은 “법대로 직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총장을 잃고, 자리를 위협받게 되고, 사생활까지 캐서 나갈 것을 강요” 받는 상황이야말로 “선전포고 중 가장 무서운 선전포고”라고 했다. 그는 “권력이 정의가 겁난다고, 소문난 칼을, 보검을 두 동강 내버린 셈”이라며,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면 이 끝이 어디일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곽 전 교육감은 이 시점이야말로 “검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너무나 명징한 때”라며, “검사들이 독립성을 위해 주체적인 각성에 입각한 검찰 파동을 보고 싶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젊은 검사들에게 “이런 때에도 당신들이 숨죽인다면, 앞으로 굴종과 예속의 길 밖에는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하며, “검찰에도 권은희 수사과장 못지 않은 검사들이 많이 있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나서 특검을 도입하라는 제안도 던졌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법대로 조사하고 진실을 캐내려는 과정은 결국은 전·현직 대통령을 향해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관련 있는 사안들은 예외 없이 특검으로 갔다”라고 언급했다.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다
곽 전 교육감은 교육감 재직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공교육의 갈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공교육 혁신 제대로 못하면, 나라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아주 정직하게, 제가 한 일을 되돌아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시행착오는 최소화하고, 잘한 부분은 확산되게” 하기 위해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은 “찾는 사람에게 그때부터 행동으로 나타나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놔서는 안 된다”라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인터뷰 전문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하 노) : 2011년 8월 26일 중앙 언론들은 일제히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전에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단일화 상대 후보를 전격 체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오세훈 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끝난 지불과 이틀만이었고 상당수 국민은 정권 차원의 손보기, 찍어내기로 이해했습니다. 최근 여론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 역시 '정권 배후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곽노현이 바라보는 채동욱 사태'를 직접 듣기 위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하 곽): 네. 안녕하십니까
노 : 3월 출소하신 뒤로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은 트위터와 강연 등을 통해서만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출소 후 언론 인터뷰는 오늘이 처음이신가요?
곽 : 네. 그렇습니다.
노 : 거의 반년 동안 언론 접촉을 끊으셨던데 이유가 있는지요?
곽 : 본의 아니게 서울 교육개혁이 중단됐습니다. 또 교육희망을 열망하는 시민들께 좌절을 안겨드렸습니다. 너무나 송구스러웠고요. 그래서 이런 저에 대한 오해가 풀릴 때까지는 자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외활동을 안 한 겁니다.
노 : 많은 분이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하실 텐데요. 간단히 인사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곽 : 제가 원래 법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볼 때 최근 사태들이 특히 국정원 관권 개입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이 너무나 민주주의와 법의 관점에서 엄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구나. 정말 위기다.’ 이렇게 생각해서 마음속으로 큰 걱정이 들었어요. 특히 며칠 전 채동욱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전례 없는 공분이 치솟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폭풍 트윗을 날렸고요. 그랬더니 여기서 불러주신 건데요.
저는 고민은 있었습니다만 이것은 제 개인적으로 보면 ‘존재의 명령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왔고, 또 한편으로는 저와 똑같이 걱정하시고 분노하시는 시민들과 마음을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나와봤습니다.
노 :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번 사태 어떻게 보시는지요. 성격 규정이 궁금합니다.
곽 : 이 사건의 뿌리에는 국정원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채동욱 총장이 국정원 관권 개입의 진실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시 경찰청장을 구속기소하자고 했다지요. 그러다가 불구속으로 결론은 났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게 됩니다. 이게 사실 굉장히 어려운 결단이라고 보입니다. 법대로 한 거죠.
정권 창출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 이것을 정권이 바뀐 후에 검찰로서 조사하게 된 거니까 누가 하더라도 쉽지가 않은 건데요. 굉장히 딜레마적인 상황일 텐데 법대로 한 겁니다. 그런데 법대로 한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법대로 할 것이 두려워서 결국은 본인의 손으로 임명한 검찰 총장을 임기 5개월 만에 사생활을 들춰내고 뒤를 캐내서 사표를 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쫓아낸 사건 비슷한 건데 이건 진실과 정의에 대한 선전포고다. 법과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이렇게 생각이 들었고 아마 선전포고 중에 제일 무서운 선전포고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사건에서는 어떻게 보면 구린 진실을 가진 권력이 정의가 겁난다고 소문난 칼을 보검이죠. 이걸 두 동강 내 버린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나머지 진실을 캐라는 국민의 요구, 사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역하려고 하는 의지가 드러났다. 그래서 거의 임금님이 벌거벗은 사건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노 : 채동욱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 제기들이 청와대가 주도했는지는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사안의 성격을 그렇게 규정하신다는 거죠?
곽 : 네. 전체적으로 누가 주도했느냐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건 우리가 알 수가 없는 거죠. 현재로서는... 그건 누구든지 다 숨길 테니까요. 그러나 일의 진행을 보면, 일의 선후를 본다면 적어도 큰 틀에서는 분명한 게 아닐까 생각을 한다는 것이죠.
노 : 앞에서 폭풍 트윗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젊은 검사들의 저항을 독려하는 내용이 많이 눈에 띠였습니다. 검사들이 저항에 나서야 하는 이유,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곽 : 제 마음에서 바로 젊은 검사들에게 고한다는 얘기가 떠오르는 거에요. ‘지금이 당신들이 일어설 때다. 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이때에도 당신들이 숨죽인다면 당신들은 앞으로 굴종의 길, 예속의 길 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법대로 한 검찰총장을 그것이 정말 정권의 입장에서 너무 아프기 때문에 정권이 내쫓은 거거든요. 보통은 국민이 검찰총장이 정권의 입맛대로 한다고 법대로 하지 않는다고 내쫓으라고 아우성을 치는 거거든요.
이것은 아주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 겁니다.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검찰이 법대로 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죠. 검찰이 어떻습니까?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버리는 수밖에 없듯이 검찰이 법대로 직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총장을 잃고 자리를 위협받게 되면 사생활까지 캐서 나갈 걸 강요받게 되는 상황 이른바 음습한 공포라고 김윤상 대검 검찰과장이 얘기했던 그런 상황이 일반화되면 이건 정말 큰 일이죠.
왜냐하면 검찰은 사실은 불의와 싸우라고 법이, 국민이 만들어 낸 거거든요. 국민을 대신해서 불의와 싸우라고. 그러니까 국민이 갖고 있는 칼이에요. 이 칼이 녹슬면 불의를 치는 게 아니라 불의한테 국민이 당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 이른바 거악을 척결하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들잖아요. 검찰이 거악을 척결한다는 건 금권과 권력에 굴하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드러내서 특히 거악의 진실을 드러내서 정의를 갖고 온다는 뜻 아니겠어요. 그래서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 세력하고 치열하게 싸워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검찰의 고유 업무에요. 만약 검찰이 이것을 안 하면 사회의 기반이 되는 신뢰라는 게, 특히 공권력 공공당국의 권위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사회발전은 기약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이번 사건은 분명하게 신호가 뭔고 하니 전에 검찰이 그런 얘기 한 적 있어요. ‘우리 검찰은 개다. 주인이 물라고 하면 무는 개다.’ 그랬는데 이건 오욕의 역사거든요. 이건 민주화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극복한 걸로 생각하고 극복한 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거의 다시 그렇게 돌아가려고 하는 거고, 정권이 거의 청와대의 뜻과 청와대의 이해가 정의다. 다시 말해서 힘이 정의다. 이거 모르면 꺼져라.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라면 정말 나라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노 : 네. 청와대와 법무부는 압력설 이런 것들을 부인하고 있어요. 그러나 많은 분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채동욱 총장의 사태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앞으로 진행될 공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곽 : 그거야 알기가 어렵죠. 그렇지만 이건 전제로 말씀드려야겠네요. 개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사안의 속성상 누가 검찰총장이라도 완벽한 일 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을 전제로 하고요. 생각해보면 이걸 한번 보세요.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대선 과정의 적법성 여부가 문제가 됐고 이것을 누가 봐도 너무 명백해서 국정원이 댓글 등으로 관권 개입하고 경찰이 수사결과 허위 발표하고 이런 사실이 너무 분명해서 가릴 수가 없게 된 거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조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런데 이것을 법대로 조사하고 진실을 상당 수준으로 캐내려고 하다 보니까 결국은 전•현직 대통령을 향해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사실은 특별검사를 꼭 도입해야 하는 거지요. 사실 지금 대통령께서도 특검 상시화, 상설 특검 도입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사실은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요.
여기까지 설령 안 가더라도 앞으로 고소 고발 사건이 많아서 줄줄이 수사해야 되요. 국정원과 경찰 불법행위 관련으로.. 그중에서도 여권의 핵심 인사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이나 권영세 주중대사 같은 분들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는 거죠. 정말 굵직한 수사입니다. 아마 정권과 여권 전체로 보면 이것이 가장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바로 대통령한테 불똥이 튈 수 있고 안 그래도 상처가 굉장히 클 테니까요. 지금까지 채 총장이 해온 걸로 보면 이런 수사에서 큰 줄기가 바뀌거나 타협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아마 그런 걸 우려해서 선제적으로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아주 이례적인 일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거죠.
노 : 구체적으로 보자면 향후 국정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김무성, 권영세 이 두 분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기 어렵지 않겠나 이렇게 전망하시는 거군요.
곽 : 수사야 다 하겠죠. 고발, 고소돼 있고, 민주당 쪽에서 고발한 상태 아닙니까? 그래서 수사는 진행되겠습니다만 수사가 축소되고 왜곡되고 그럴 가능성을 걱정하는 거죠. 이번에 법대로 검찰총장을 정권의 결정적 이해에 어긋난다고 정말 무리하게 쳐냈다고 보는데요. 이건 분명한 사인이죠. 그렇게 하지 말라는 사인이고 누가 되더라도 그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죠. 이 맥락이. 그렇기 때문에 젊은 검사들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죠.
노 : 지금 말씀하신 것을 뒤집어보면 채 총장이 있는 상태로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가 정권이 원하는 대로는 안 될 것이다.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정권이 이렇게 판단했다고 보십니까?
곽 : 그렇죠. 왜냐하면 지난번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시 경찰청장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자 또 기소하자 이걸 놓고 법무부 장관하고 한판 붙었잖아요.
노 : 지난 6월의 일이죠.
곽 : 네. 그때 아주 굉장한 뚝심을 갖고 있다는 걸 보였고, 그렇게 해서 구속은 양보했지만 선거법 위반 기소는 관철했단 말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그때부터 채 총장이란 분이 자리 미련을 버리고 정말 가시방석에 앉길 선택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난 원칙대로 가겠다. 국민만 보고 원칙대로 간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고요. 그렇게 해서 국민들 마음에 기억되는 검찰총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거든요.
노 : 그랬던 검찰총장인데 지난 9월 6일이었죠. 조선일보에서 혼외 자녀가 있다는 보도를 했고, 일주일 만에 법무부에서 감찰지시가 떨어졌고 직후에 사퇴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정권에 의해서 조율된 것이라고 확신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곽 : 글쎄 일련의 사태 진행을 보면 분명해 보이죠. 왜냐하면 지금 걸려있는 게 몹시 크거든요. 근데 이런 것을 정말 정도를 걸을 때 궁지에서도 벗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건 내가 아무리 아니래도 국민들이, 그리고 일반적인 눈으로 볼 때 나나 내 선거캠프의 핵심 인사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이야말로 특검으로 가야 할 사안이다.
사실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은 예외 없이 특검을 한 거거든요. ‘내가 특검을 약속했고, 내가 한국 사회의 모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을 내 과업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 시대의 잘못된 유산, 국정원이나 검찰이나 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이 정권에 사병처럼 구는 이런 현상 정말 바로잡겠다. 우리 아버지도 그것을 정말 원하시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는 거거든요. 정말 그렇게 하기를 바라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에는 사실 계속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거든요. 도대체 끝이 어딘가 겁날 정도예요. 처음에는 NLL 대화록을 느닷없이 공개하지 않습니까? 국면 전환을 하려고 하는 거죠. 또 몇 년 묶은 대형 공안 사건을 터트려보고 그러더니 아예 검찰총장, 법대로가 가져올 우환을 뿌리부터 잘라야겠다. 그래서 검찰 총장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를 한 거죠.
저는 이런 식으로 진행 되면 이 끝이 어딜지 정말 두렵고요. 정말 이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거든요. 과감하게 바꾸면, 권력은 잘못한 걸 바로잡으면 박수와 갈채를 받거든요. 참 놀라운 현상이에요. 권력을 안 가진 사람은 잘못한 걸 특히 큰 잘못을 바로잡아도 야단맞거든요. 그런데 큰 권력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환영 받고 칭찬받게 돼 있고 더 큰 감동을 주거든요. 정말 안 늦었어요. 지금이라도 바꿔야 합니다.
노 :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오랫동안 굳혀왔고 또 ‘아버지의 공은 이어받되 과는 절대로 계승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셨는데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혹시 문제가 아닐까요?
곽 : 글쎄요. 모든 국정의 책임은 할 수 없이 대통령이 지게 돼 있는데요. 특히 검찰청장급 인사 이런 걸 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을 나는 몰랐다고 할 수가 없는 사항 아니겠습니까? 저는 많은 사람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던가 이런 분들을 얘기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어떤 겁내야 할 때 그 사람을 겁내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고요.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말씀을 쭉 해오셨는데 검찰청장이 법대로 하지 않고 권력 편을 들고 황금의 편에 선 것이 비정상의 극치인 거거든요. 그것을 바로잡아서 정상으로, 즉 법대로 하겠다는 채 총장이야말로 사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애지중지해야 할 그런, 상 줘야 할 분 같거든요. 정말 모르셨다면 그럼 참 좋겠어요. 모르셨다면 지금에라도 이런 측면들을 감안하시는 게 옳지 않을까 이런 생각인 거죠.
노 : 이번 사태가 역풍을 부를 것이다. 이런 예견을 하셨더군요. 어떤 역풍, 어떤 식으로 일어날 거라고 보십니까?
곽 : 사실 모든 사람이 보고 있는 걸 본인들만 못 보고 있는 현상. 이른바 벌거벗은 임금님 현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론의 책임도 큰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상황에서 너무 무리수를 계속 던지면 역풍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바보 같아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사람들은 진실을 원합니다. 다만 그것이 혼란으로 가길 원하진 않는 걸 거에요. 그래서 한 눈 감고 있는 건데, 그걸 다 무시하고 두 눈 다 감으라고 하면 누구나 일어서게 돼 있어요. 그리고 검찰도 마찬가지죠. 지렁이도 밝으면 꿈틀거리는 건데 이런 엄중한 국면에서 꿈틀거리지 않을 수 있습니까?
보십시오. 벌써 역풍이 불고 있잖아요.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이 벌써 검찰에서 경찰에 권은희 과장 된 거 아닙니까? 거기다 박은재 대검 기획단장 이분도 법무장관에게 항의성 공개서한 보낸 것 아닙니까? 굉장히 이례적인 겁니다. 여태까지 검찰총장이 그만둘 때 순장조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까? 법무부 장관이 그만둘 때 순장조가 나타난 적이 있었나요? 이건 정말 이례적인 거거든요.
그리고 서울 서부지검에서 당일 밤에 평검사 회의가 열려서 청장에게 사태를 재고해주십사 하는 건의를 한 거죠. 그런 형식으로 온건하게 성명을 냈고 또 중앙지검, 북부지검, 부산지검에서도 평검사 회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노 : 일단은 유보한 상태더군요.
곽 : 그렇습니까? 저는 만약에 지금도 이런 상황에서도 검사들이 가만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법과 정의를 운운할 수 있을까요. 이건 정말 영혼 없는 하이에나 엘리트 집단 이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법과 정의에 대한 충성 대신에 만약 조직에 대한 충성과 자리에 대한 선망만이 남는다면 흔히 말하는 조폭 조직하고 다를 게 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번에야말로 검찰의 독립성. 밖에서 지켜줄 수 없거든요. 법으로 만들어놔도 어려운 거 거든요. 본인들이 주체의 각성이 필요한 거거든요. 독립성을 위한 검사들의 주체적 각성에 입각한 검찰 파동, 이런 거 정말 보고 싶어요. 저는 검찰에도 권은희 과장 못지않은 훌륭한 여검사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만사에 때가 있거든요.
노 : 여검사들만 있겠습니까?
곽 : 젊은 검사들이 많아요. 지금이 분노할 때라고 생각하고요. ‘더는 이런 시녀 소리, 떡검소리, 정권의 충견소리 못 듣겠다. 나는 이제부터는 금력, 권력에서 독립해서 또 통념과 편견으로부터 독립해서 엄정하게 오직 진실만을 위해서 수사한다.’ 그렇게 다짐할 것을 국민들이 다 바라는 거고요.
거악과 부패 없는 대한민국의 젊은 검사들의 거사를 기대하고 있을 거에요. 거사라는 건 독립성을 지키라는 겁니다. 헌법의 정신을 지키라는 거에요. 정말 제2, 제3의 권은희 검사 기다리는 마음이 저는 간절해요.
노 : 거사라는 표현을 쓰셔서 혹시라도 보수언론에서 그것만 딱 떼어서 선동했다느니 이런 우려가 있어 보인다만 거사는…
곽 : 법과 정의를 위한 거고요. 자기들의 최소한의 직업적 자존심, 국민의 칼로서의 소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평판사들은 여러 차례 사법파동을 일으키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줬거든요.
그런데 검사들은 언제나 판사와 똑같은 예우와 존경을 받길 원하고 그렇게 행세를 하거든요. 건물도 똑같이 짓잖아요. 똑같은 규모로 그러면서 이럴 때에는 준사법 기관으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우리는 행정부의 일원으로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몹시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노 : 앞서서 일부 검찰의 간부들 사례를 들어서 그들을 ‘순장조’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 순장의 의미가 매우 이례적이고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교육감님 트위터에 보니까 ‘순장이 아니라 궐기가 필요하다.’ 이런 글을 적으셨더군요. 어떤 식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곽 : 저는 제일 위험한 게 정신과 철학을 잃은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영혼이 없는 조직이죠. 검찰 집단의 영혼은 법과 정의입니다. 이른바 세상이 두 쪽 나도 진실과 정의를, 특히 거하게 진실을 파헤쳐서 정의가 뒤따르게 해라. 이것이 검찰 조직의 혼이죠. 그런데 이런 혼이 없고 이런 정신이 부패한 조직에서는 양화가 견디지를 못해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돼 있습니다. 더럽다고 승진을 포기한다거나 뒤처지게 돼 있어요. 더러는 쫓겨도 납니다. 그것보다는 제 발로 나가요. 그렇게 되면 쭉정이만 남기 쉬운거죠.
그래서 고위직을 오래 남아있는 생존형으로 오래 남아있는, 기개 없는 쭉정이들, 예를 들면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고요. 바람 따라 일어나요. 이런 생각 없는 갈대들이 고위직을 차지한다.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가진 하나의 칼인데 그 칼의 날이 사라지는 거거든요. 기가 사라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건 곤란하다 이런 악순환은 안되니까 남아서 정신 차리라는 거예요.
검찰이 똑바로 정신 차리면 국민이 박수를 보내죠. 검찰 스스로 지금은 특검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야 할 때인 겁니다. 복잡한 얘기도 아니에요. 제가 대단한 얘기 하는 게 아니거든요. 누구든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국면에서 검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나올 것 같거든요. 너무나 명증한 때에요. 이렇게 명증한 때는 두 번 다시 잘 안 오거든요. 그래서 제가 잘못하면 선동처럼 들리는 얘기를 하게 되네요.
노 : 요약을 하자면 더럽다고 피하지 말고 검찰조직을 지켜달라 이런 뜻이죠.
곽 : 제대로 지켜달라는…
노 : 구체적으로는 특검을 요구하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느끼지 말고 이 국면에서 특검을 요구해라 이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죠?
곽 : 스스로 더 이상 이 사태에 대해서 입장을 정하고, 그런 다음에는 그런 대안으로 나가는 게 정도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것을 자기 직역 침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거든요. 정의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 이해의 상충이 있을 때는 거기에 맞는 정의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거거든요. 그걸 터부시 할 이유는 없죠.
노 : 검찰 스스로 특검을 요구하는 상황. 저도 예상을 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상황에 비춰볼 때 일종의 묘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6개월 만에 나오셨는데 앞으로 활동 계획 여쭤보겠습니다.
곽 : 저는 아무래도 교육감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반추하면서 공교육이 갈 길을 모색하려고 해요. 그것 공교육 혁신제도를 못하면 나라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아주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주 정직하게 제가 한 일을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도대체 거대 조직에서 특히 교육을 혁신하고 개혁한다는 게 어떤 절차와 방법, 어떤 이념과 가치로 가야 하는가, 그 중에서 저는 어디까지 제대로 하고 어디에서 잠시라도 잘못 생각을 했나 이런 것들을 진솔하게 일반 시민들과 나눠서, 제가 했었던 시행착오는 최소화하고 제가 잘했던 부분은 확산되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책을 쓰고 있고요.
그 외에는 제가 법으로 모든 공직을 맡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어떤 법도 한 사람이 공익이나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을 막지 못하거든요. 한 사람이 선의를 더 심화해 나가고 또 주체로서 각성을 심화시키는 것을 막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런 일을 하려고 해요. 과거에도 그렇게 살아오기 위해서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때만이 제가 시민들께 받았던 과분한 사랑과 성원에 보답할 수 있다 생각하고 잘 아껴서 시간을 잘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노 : 구체적으로 단체활동을 하실 계획을 갖고 계신 건가요?
곽 :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것이 없고, 과거에 적지 않은 인권단체나 시민사회단체와 관여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교육감 3년 하면서 많이 단절도 됐고 그랬죠.
그것보다는 지금 제가 해야 할 것은 교육 쪽으로 좀 더 치중하면서 가고 싶고요. 다만 이번에는 정말 예외적으로 워낙 크게 제 안에서 끓어올라서, 내면의 소리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얘기했는데 너무 날 선 얘기가 아니었나 걱정도 되네요.
저는 그렇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희망을 놔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절망을 교사해서는 안 되고요. 김윤상 과장도 그런 말을 했더군요. 학도병의 선열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만들어놓은 아주 자랑스러운 나라인데 우리가 이것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시민으로서 각자 선 자리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함께하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희망은 언제나 있다. 찾는 사람에게 그때부터 행동으로 나타나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늘 얘기가 절대로 어떤 의미에서도 현재의 시국이라고 하나요. 이런 것을 너무 비관적으로 그린 게 아니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 : 네. 알겠습니다. 이른 시간에 스튜디오까지 나와주셔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곽 : 네. 고맙습니다.
노 : 지금까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말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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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의 좌천은 역사에 남을 최고의 명예다.
↑ 18포인트 궁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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