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
 
바둑 넘은 알파고, 다음 목표는 스타크래프트?
 
“공수 동시에 이뤄지는 스타크래프트, 순간 판단·직관 앞서는 인간이 승리”
“수천 개의 컴퓨터 사용하는 알파고 50~60개 유닛 동시 조작 가능해 유리”
게임 관련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천재테란’ 이윤열 “알파고 도전땐 수락…충분히 이길 자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처음 봤을 때도 이렇게 두렵진 않았다. 인류의 적으로 등장한 인공지능의 모습이 무섭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에 불과했다. 간단한 바이러스 공격에도 맥을 못 추고 가끔 버그까지 일으키는 컴퓨터를 보면 당분간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현실에서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능력을 너무 얕잡아본 탓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면서도 완벽한 게임인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구글이 자랑하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에 우세승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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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체의 원자보다 많은 10의 170제곱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 ‘방어막’도 알파고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필살기를 앞세워 이세돌 9단의 장기인 직관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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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바둑 못지않은 머리싸움 필요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알파고가 다음 정복 대상으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꼽았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1998년 출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바둑의 이세돌 9단에 버금가는 임요환·홍진호·이윤열·이영호 등 수많은 스타도 낳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바둑 못지않은 머리싸움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서 머신 러닝 분야를 총괄하는 엔지니어 제프 딘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알파고의 다음 도전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둑과는 또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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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프로게임 방식 땐 인간 유리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묘수를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프로게임 방식으로 대결이 이뤄진다면 알파고가 이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단언한다. 스타크래프트는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한 수를 두면 상대방이 다음 수를 두는 ‘턴(Turn) 방식’인 바둑처럼 알파고가 경우의 수 계산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상대의 전술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특정 유닛을 보내 정찰하지 않는 이상 상대 전략을 눈치채기 힘들다. 따라서 순간적인 상황판단과 직관적인 대응에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는데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천재테란’으로 유명한 이윤열 전 프로게이머도 “도전이 들어오면 당연히 수락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와 어느 정도의 직관을 갖췄다고 해도 마우스와 키보드 컨트롤 능력에서 아직 인간을 앞서긴 힘들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인류 저항군 지도자는 한국인?
하지만 바둑에서처럼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세돌 9단의 기보를 대량으로 학습해 약점을 파고들었듯이 프로게이머의 수많은 ‘리플레이(플레이 화면과 기록을 고스란히 저장한 파일)’를 연구한다면 알파고의 실력이 급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바둑에서처럼 초당 10만 개가 넘는 경우의 수를 산출해 전략을 짠다면 프로게이머도 쉽게 이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인간은 유닛을 몇 개밖에 컨트롤할 수 없는 데 반해 인공지능은 수천 개의 컴퓨터를 사용해 50~60개를 함께 조작할 수 있다”며 “물리 조작 없이 알파고의 전산 입력만으로 대결을 펼친다면 알파고가 무조건 승리한다”고 장담했다.
이들의 전망대로 알파고가 스타크래프트도 정복할까. 그런데 이 같은 걱정에 앞서 한 가지 재미난 의문이 생긴다. 무슨 까닭으로 구글은 알파고의 테스트를 위해 바둑·스타크래프트 같은 한국인들이 강한 종목을 선택했을까. 인공지능의 능력을 제대로 테스트하기 위한 두뇌싸움은 한국인만이 가능하다고 구글에서 판단했을까. 갑자기 애국심도 발동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인공지능에 맞선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가 알고 보니 한국인이었다는…. 알파고로 인한 충격에 별난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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