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
이동우
나를 보면 누구나 절로 춤추게 된다네 쇼윈도 바깥 꾀죄죄한 발끝에서 시작된다네 빈 깡통 요란한 스텝에 낮잠 깬 여름 광장 말라붙은 분수 위로 땡볕이 구르네 가로수 그늘이 삼킨 발들을 뱉어내고 먼발치서 주저하던 맨발마저 춤판에 끼어들자 삽시간에 물드는 도시
삼삼오오 둘러앉아 길가로 삐져나오는 조명 불빛을 쬐던 무리가 꿈속 헤매듯 춤추네 쇼윈도 안의 나를 응망하더니 이내 유리벽으로 발을 들이미네 아무리 쑤셔 넣으려 한들 꿈쩍할 리 없네 꿈에서 훔친 건 꿈속에서나 만질 수 있을 뿐
명심해야 한다네 쇼윈도가 깨지면 그대들의 꿈도 깨진다는 것을 두 손 위에 나를 올리고 정성껏 닦는 상상쯤은 허락하겠네 또각또각 거리를 활보할 때마다 나를 힐끔거리는 뭇시선들 흉년 들고 돌림병이 돌아도 그대들은 나를 잊지 못하네
멈출 수 있다면 춤이 아니라네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도 내게 닿지 못하네 닿을 수 없어 전율하는 타란텔라, 타란텔라, 독거미에 물려 추는 춤도 춤이 아니라네 닥치는 대로 서로 밀치고 짓밟으며 쇼윈도를 향해 치달려야 춤이라네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가장 오래 가장 격렬히 춤춘 자의 절규 슬금슬금 서로 눈치 살피던 자들이 광기 어린 몸짓으로 순식간에 유리창을 깨고 나를 갈기갈기 찢네 광장 한복판으로 질질 끌고 나와 보란 듯 나를 불사르지만
다들 알고 있다네 핏빛 불줄기가 치솟을수록 그대들 가슴속 춤사위도 커진다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ㅡ 《창작과 비평》 2023년 가을호
ㅡ계간 《시산맥》(2024, 여름호), 제4회 시산맥시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