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日 석권, J팝은 韓 상륙
스타트업·첨단기업 교류 늘어
내한 공연이 예정된 일본 그룹 '아타라시이 각코'(왼쪽)와 '나니와단시'. 최근 한국을 찾는 일본 가수들의 콘서트는 팬들이 몰려 예매 개시 즉시 티켓이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일본 음악 팬들 사이에 지난 19일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12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공연하는 일본 인기 남성 록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히게단)의 티켓 판매가 정오에 시작되자 3분도 되지 않아 ‘매진’ 공지가 떴다. 이날 오후 8시엔 일본 남성 가수 유우리의 11월 공연 예매도 시작됐는데 마찬가지로 즉시 매진됐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선 일본 가수 열네 팀이 중·대형 콘서트를 열었고 대부분 매진됐다. 연말까지 예정된 일본 가수들의 공연을 합하면 올해 20개 넘는 J팝(일본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릴 전망이다.
일본 최대 연예 기획사 자니즈(현 스타토엔터) 출신 7인조 보이그룹 ‘나니와단시’의 첫 내한 공연도 내년 1월 예정돼 있다.
과거엔 ‘금기’였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J팝은 이제 공연 티켓 대부분이 ‘오픈 런(판매와 동시에 인파가 몰리는 현상)’ 사태를 빚을 정도로 한국에서 팬층을 두껍게 불려가고 있다.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의 지난해 J팝 재생 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일본에선 에스파·뉴진스 등 한국 뮤지션이 수도 한복판 도쿄돔에서 잇단 매진 공연을 할 정도로 K팝(한국 대중음악)이 주류 문화로 일찌감치 정착한 상태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이 친일 행위를 옹호한 이들의 공직·공공기관 진출을 막고,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정치권에선 반일(反日)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면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민간에서 문화뿐 아니라 기업 활동, 연구·개발(R&D) 등 일본과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양국의 협력이 강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친일·반일 편 가르기는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한 소모적 정치 논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때 외교 분쟁이 촉발한 무역 갈등을 겪은 한국과 일본은 지난 몇 년 사이 기업 활동과 민간 소비가 상호 간에 회복되면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연구 조직과 연구소를 설립했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 기업인 일본 이데미쓰 고산이 지난달 해외 첫 단독 R&D 법인·센터를 한국 오산시에 연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중고 거래 플랫폼을 각각 대표하는 ‘번개장터’와 ‘메루카리’가 지난 6월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에서도 일본 중고의 중고 물품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스타트업 사이에도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일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