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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진사 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 중에서도 셋째 딸이 제일 예쁘다던데,,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명가'를 보니 딸은 안 나오는군요.
얼마나 예쁜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구마..
상인과 장사의 도리를 알려면 의주상인 임상옥을 주인공으로 한 ‘상도(商道)’가 있고, 생산과 축재의 도리를 알려면 경주 최부자집을 배경으로 한 ‘명가(名家)’나 최서희의 '토지'가 있군요.(최씨 집안은 여하튼 대단해요.). 이들에게서 삶의 참 철학을 배웁니다.아! 또 장인의 도리를 알려면 ‘허준’이나 ‘식객’도 있군요.
모든 연속극이 그렇지만, 첫 3회까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일단 초장에 시청자의 마음을 확 잡고 나면,그 다음 부터는 좀 지루하게 풀어가는 방법을 씁니다. 기승전결에 맞추어 진행을 하다보니 그 전개과정 중간에 연애도 나오고, 음모도 나오고 ,싸움도 나오고, 갈등도 나오고 여하튼 굴비 엮듯이 줄줄이 나옵니다.
첫회를 보니,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큰 꾸지람으로 삶의 기초를 알려줍니다. 추운 겨울 어느날 손자 국선이가 집안의 하인들을 시켜서 마을 어귀의 도랑에 징검다리를 놓도록 시킵니다.많은 사람들이 바지를 걷고 찬물에 들어가 도랑을 건너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인을 동원하여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그것을 보고 대노하여 손자로 하여금 두식경(1시간)동안 맨발을 물속에 담그고 있거라 지시합니다.명령 완수 후 얼어터진 발을 붙잡고 손자가 항의 합니다.
‘할아버지는 맨날 남을 도우라 하면서 제가 남을 위해 도랑에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 왜 잘못된 것입니까?’ 그러자 할아버지 말씀. ‘ 보아라! 발이 퉁퉁 부었구나. 사람을 돕기 위해 또 다른 약한 사람을 고통에 밀어 넣는다면 어찌 그것이 사람의 도리라 할 것이냐.” 어린 국선은 할아버지로부터 인간의 도리를 하나 얻습니다.
(사람을 돕기위해 또 다른 약한 사람을 고통에 밀어 넣는다면
어찌 그것이 사람의 도리라 할 것인가.)
2회에는 병자호란 당시 곡간에 쌓아 둔 쌀을 다 풀어 죽을 끓여 피난민들에게 배식을 합니다. 뿐 아니라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어진을 하자 할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팔아 군량미로 사용하도록 했으며 스스로 노구에 갑옷과 투구를 썼습니다. 문중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것입니다. 향년 69세에 전사를 했는데, 집안에 장례비용 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빈 털털이 집안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할아버지인 최진립은 최씨 가문의 파시조(派始祖)입니다. 그 아들이 최동량이요, 손자가 지금 연속극 주인공인 최국선(차인표 분)입니다. 이 사회환원 정신은 최부자 문중의 제일 마지막 부자였던 후대 최준(崔浚)에게 까지 내려옵니다. 최준은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내 놓았으며, 1970년 죽기 전에 마지막 남은 논.밭을 팔아 지금의 영남대학교 재단에 희사해 버리고 맙니다. 그로부터 최씨 문중은 있으나 최부자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전장에 나가기 전에 국선의 어미이자 며느리에게 맡긴 물건 하나가 있습니다. 전란이라 전쟁터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국선이가 커서 어려움에 봉착할 때에 열어보도록 보자기 하나를 건네 놓았던 것입니다.
그것이..’되’ 입니다. 쌀을 펄 때 사용하는 되 말입니다.
상도의 임상옥에게 계영배가 있었듯이 최부자 댁에는 되 가 있었습니다.
집안이 쫄딱 망한 후에야 국선은 조부가 남긴 빈 ‘되’에 담아야 할 인생을 배웁니다. 즉,부(富)를 이루는 이치. ‘생선이 부족하면 그물을 더 만들어야 하고,쌀이 모자라면 땅을 더 일구어야 할 것이다.’
‘되’는 쌀을 계량하는 최소의 도구입니다. 손 한 움쿰을 한 홉이라 하고, 10 홉이 한 되(升) 이며, 10 되가 1 말(斗)입니다. 10 말은 또 한 석(石)이 됩니다. 통상 두 석을 한 가마니라 합니다. 그러니까 최부자를 통상 만석꾼이라 하는데, 약 5천 가마니 정도의 소작료를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이게 얼마나 많냐 언뜻 실감이 안 가지요? 사람이 하루 세끼를 먹는 다면 하루에 세 홉이면 됩니다. 일년이면 10 말 즉, 한 석을 먹습니다. 만석꾼이면 1만명이 일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식을 보유한 것입니다. 부자지요.그것도 엄청…
여하튼, 3회부터 청년이 된 국선은 가세가 기울어진 집안을 일으키고자 돈 벌기 쉬운 도박에 빠집니다. 그 아비 최동량은 집안에 쌀이 떨어지던 말던, 내자가 병을 얻어 죽던 말던 조상들의 행적을 적은 기록들을 얻기 위해 전국 각지로 돌아 다닙니다. 국선은 아버지의 현실과 동 떨어진 선비식 사고에 반기를 듭니다. 서당에서 훈장이 군자의 도리를 가르칠 때 얼굴 붉히며 대 듭니다.” 처자가 굶고 있는데도 책만 보며 청백리 노릇을 한다면 그것이 군자의 도리입니까? 투전을 하더라도 처자를 먹여 살려야 가장의 도리가 아닙니까?” 라고…
이때 대규모 상단의 대방(당시 부보상의 우두머리)인 장길택을 만납니다. 투전목에서 밤새도록 투전(화투의 ‘섰다’와 같음)을 하느라 꽤제제한 국선을 본 장길택은 이 한마디로 손을 떼고 자신을 따르도록 했습니다. “투전으로 뜻을 이루느니, 먼지로 집을 짓고 거미줄로 신을 삼는 것이 더 빠르다.”
(먼지로 집을 짓고,거미줄로 신을 삼는 것이 더 빠르다.)
(처자가 굶고 있는데도 책만 보며 청백리 노릇을 한다면 그것이 군자의 도리입니까?
투전을 하더라도 처자를 먹여 살려야 가장의 도리가 아닙니까?)
장사를 배우면서도 국선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조부에게서 배운 삶의 철학은 장 바닥엔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선은 장길택으로부터 장사의 기법을 배운 것 보다 재물을 쓰는 법을 더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부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배웁니다. 밥상에 앉아 반찬 그릇 위치를 바꾸면서 장길택은 ‘이와 같이 장사(유통)란 똑 같은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회전 행위다.” 그러다 반찬 한 그릇을 밥상에 추가 하면서 “ 자네 조부는 자네가 이렇게 하나를 더 보태는 일을 하길 원하셨네.”
바로 생산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농사를 말 함이지요.
당시 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요즘 말하면 노점상이 밀집한 곳을 난전(亂廛)이라 하는데, 한양에서도 유명한 칠패난전은 가난한 서민들의 생존을 위한 전쟁터였습니다. 한양이란 이 복잡한 동네는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음모와 잔머리,권력가,세도가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려고 얽혀있는 환경인데 서민들이 욱작북작하는 이 시전이야 말로 국선의 눈엔 인생의 희망으로 보였습니다. 이것은 최부자댁의 육훈(六訓)과도 일맥상통하는 일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수 많은 백성들이 바라는 일이면 하늘은 반드시 따른다.했듯이 사람들은 시전을 보지 않고 권력과 부자.가진자의 편에 관계를 맺어 부를 늘리고자 그리 노력하고 있는 것이 보였던 것입니다.
중국 노래중에 방룡이 부른 眞心英雄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찬란히 빛나는 뭇 별 중 누가 진정한 영웅인가?.(燦爛星空誰是眞的英雄)
평범한 사람들이 내게 가장 큰 감동은 주나니.. (平凡的人們給我最多感動)
여하튼 장사 때려 치우고 이때까지 받은 품삯 200냥을 들고 귀향했습니다.
이때부터 아마 농사를 통해 만석꾼이 되어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 중에 연인 단이와의 애틋한 사랑.
하인 아들과의 삼각관계. 권력에 시달리는 애환사가 전개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집사람 이름도 단이인데...헐~그 당시에도 보는 눈은 있네요.)
(장사(유통)란 똑 같은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회전 행위다.농사는 생산이다.)
경주 최부자 댁은 그 만석꾼의 재산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12대 300년 동안 몇 번이나 망했다 일어섰다 하며 한 일가를 이어가는 그 정신에 있습니다. 재물은 어떻게 모아야 하는 지, 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를, 요즘같이 돈 벌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라 하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우리 후대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의 철학에 있습니다. 장자에게 전 재산이 상속되는 예전에는 부의 대물림 이 가능했겠지만, 요즘같이 상속법에 따라 가족끼리 평등하게 재물을 나누어 분산시키는 법이 있는 한 최부자 댁이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이제는 대를 이어 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재물은 어디까지가 분수에 맞는 양이고, 그 한도에서 어떻게 쓰느냐 하는 철학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엄밀히 말하면 경주 최부자 가문은 부의 대물림이 아니요,부의 창출과 관리방식의 대물림이라고 보여집니다.
(중요민속자료 제 27호.경주교동 최부자 댁)
최부자 댁엔 다음과 같이 육훈(六訓) 과 육연(六然)을 가문의 정신으로 삼고 있습니다.
육훈은 집안을 다스리는 지침이요, 육연은 자신을 지키는 지침입니다.
육훈
1.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마라.
과거의 초시를 합격하면 진사 벼슬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벼슬이라기 보다 진사부터가 양반층이라 아마 양반계급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벼슬만 하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영국속담 처럼 벼슬이 높아 질수록 감옥이 가까워진다 는 진리를 최진사댁도 잘 알고 있었는 듯.
2.만석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재물이 쌓이는 것에 적절히 제동을 걸어라 하는 훈계인 듯 합니다. 제동이 풀리면 욕심은 욕심을 낳아 무리수를 두는 법.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작료를 평소에는 소출의 7~8할을 받다 가도 만석이 넘어 가면 5할이하로 낮추었습니다. 이러니 너 나 할 것 없이 최진사댁의 농토에 소작인이 될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3.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남의 어려운 환경을 이용해서 재물을 만들지 말라는 말인 듯 합니다. 당시 흉년기에 쌀을 사기 위해 농토를 헐 값 에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를 이용해 날름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경계한 말입니다.
4.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최부자 댁의 주택은 99칸이라 합니다. 대다수가 지나는 나그네의 객방으로 사용했는데, 며칠이던 몇 달이던 부담 없이 먹고 잘 수가 있었습니다. 통상 한 해 농사로 거둬들이는 소작료가 3천석 정도 였는데, 1천석은 가솔들이 사용하고 1천석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1천석은 과객들을 위해 남겨 놓았다니 그 양이 어마어마 합니다. 중국의 맹상군은 3천 식객을 거느려서 유명한데, 최진사댁의 1천석 양식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5.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주변에 굶주린 사람이 있으면 종국엔 내가 굶주린다는 철학. 유마경에 유마거사가 병석에 누워 있으며 한 말이 있습니다. “중생이 모두 아픈데,내가 어찌 안 아플수가 있느냐” . 그런 철학이 이어져 최부자 댁의 마지막 만석꾼인 최준은 어느 스님에게 받은 금언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고 합니다.즉.”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 두면 악취가 나 견딜수가 없고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6.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불쌍한 며느님들..종가댁의 곳간 열쇠는 여인네가 책임졌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렇게 혹독하게 근검절약을 배우지 않으면 열쇠 막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곳간 지키는 종부의 손에 가문의 흥망이 갈라지는 시대였지 않습니까.
최부자 댁의 종부들만 아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주(秘酒)가 있습니다. 바로 ‘교동법주’ 란 민속주.
요즘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마셔 보고 싶군요.
육연은 이렇습니다.
自處超然(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對人靄然(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無事澄然(일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 고),有事敢然(일을 당했을 때 용감하게 대처하며),得意淡然(뜻을 얻었을 때 담담히 행동하고),失意泰然(실의에 빠졌을 때 태연히 행동하라)
우찌되었던......
이것도 중요하지만,무엇보다 셋째 딸은 도데체 몇 회부터 나오는지 원~~
9대가 진사 벼슬을 지냈으니,도데체 어느 대 때의 셋째 딸을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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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매번 스프링님의글을읽으면서 감탄을합니다.
좋은글 자주부탁드릴께요..
저도 명가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경주최씨 최치원선생의 33대손 '최OO'라고 굳이 밝히진 않겠지만, 저의 조상님의 이야기가 훈훈하군요..요근래 흔히 회자되는'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illige:귀족의 의무]' 의 한국판이 최부자집이라죠?
하하..그 최가 이 최 맞지요?
오! 스님,
어미타파..산짜이 산짜이..()()()
" 김상옥 "![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5.gif)
우뚱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 임상옥 " 님이 아닌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내가 넘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 중에 한 분이라서리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난 그리 알고 있는디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 임상옥" 님 이 중국에서 꼭 표본으로 ![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7.gif)
고 살아야 할 훌륭한 분이죠 " 임 상 옥 님 "
아..임씨 맞습니다.얼릉 고쳤지요.시에시에~
요새 드라마에 푹 빠지셨군요. 하긴 약주 드시는 것보다 훨씬 좋지요!
음~ 스프링님도 이번기회에 영어공부 마력에 빠져보심이~ ㅎㅎㅎ
잼나게 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중국 부자들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