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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일년전부터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 동창, 깨복쟁이 동무들을 만나는 날이다. 항상 그렇듯이 놀러가는 날 아침은 부산함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아이구 엄니, 어떡해. 세상에......’ 머리맡에 두고 잔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이럴수가......’ 정신이 없었다. 괘종시계에 5시를 맞추어 놓고 잤는데 깜박 단잠이 들어 듣지 못했던가 아님 종이 고장났나 보다. 영자한테 5시에 일어나 전화를 해주기로 했는데...... 영자한테 전화를 했다. “야, 가시내야, 이제야 전화하면 어떡하냐?” 수화기 너머 들리는 앙칼진 영자의 목소리가 경보기보다 더 세게 울린다. 어제 순연이하고 통화하면서 영자가 자기 좀 깨워달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거두절미하고 “응, 순연이가 너한테 일어나자 마자 전화한다고 해서......나 바빠 끊는다” 즉각 철커덕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가 온 집안에 둔탁하게 울려퍼진다. 잠옷차림에 수덕이, 칠순이한테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부터 했다.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라고. 조용했던 집안이 나의 수선스러움과 분주함으로 가득찼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우리 공주님에게 “원경아, 라면 먹지 말고 엄마가 해둔 밥 꼭 챙겨먹고, 오늘 할 일 잊지 말고, 컴퓨터 게임 너무하지 말고 정신을 좀먹는 나쁜 사이트 들어가지 말고 등등....” 신신당부 내지 일장연설을 한바탕 할텐데 그것마저 까먹었다. 각화동 금호아파트 앞에서 7시에 광주나라 친구들이 모두 모여 출발하기로 약속했는데...... 다정나라 가시내들에게 6시 50분까지 모두 오라고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가 이제야 일어나다니 ‘아이구, 나 죽었다.’ 하늘이 노오랗다. 뭣이 내게 이렇게 웬수짓을 했을까?' 어제밤에 식구들 식사준비 좀 하고, 대충 집안 정리 좀 하고, 만난다는 기쁨, 설레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좋은생각 6월호를 전부 읽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어 잠든 것이 웬수로다. 세수도 안하고, 화장도 안하고, 친구들 앞에서 폼 좀 재려고(그런다고 나무양판이 쇠양판 되는 건 아니지만) 어제밤에 챙겨둔 옷, 선그라스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주차장으로 달려나와 자동차에 시동을 걸자 말자 출발했다. 차에 오르니 잠바, 우산, 물수건 선탠크림 등 빠뜨린 것도 많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 하루는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선탠하는 날이다. 내게 없는 것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친구들한테 빈대근성을 발휘하자.’ 그래도 감동은 오래 간직하고 싶었는지 도우미 카메라는 챙겼다. 출발한지 5분도 채 안돼 수덕이 집앞에 도착했다. ‘이노무 가시내, 얼마나 요란법석을 떨고 나오려는지 아직도 안 나왔네. 썩을년!’ 혼자서 욕을 서리발대로 해대고 세수도 제대로 못한 맨 얼굴에 화운데이션만 찍어발랐다. ‘젠장맞을 어제 목욕하고 맛사지하고 지붕개량하고 오두방정 다 떨었는데 도로아미타불이다.’ 화장을 하면서 수덕이한테 전화를 하니 짝궁이 받는다. 방금 나갔단다. ‘미리 댕글고 있을 일이지. 전화를 몇 번씩 하게 만드냐.’ 또 욕이 나오려고 한다. 입술루즈까지 다 바르고 나니(내가 화장한 시간은 채 2분도 걸리지 않는다.) 풍만한 육체미와 뛰어난 화장술을 자랑하면서 수덕이가 나타났다. 미대를 갔으면 화가로 대성했겠다. ‘얼른 타그라. 늦겄다.’ 최대한 상냥함과 부드러움을 가장해서 마음속의 욕지거리는 발뒤꿈치로 꾹꾹 밟아 누르면서 말했다. 수덕이의 일장 연설이 봇물처럼 터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뭐하고 어쩌고 저쩌고...... “야, 순덕이 보고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전화 좀 해라. 칠순이 한테는 전화 했능께 놔두고’ 어느새 지원우체국 앞에 도착, 저만치 한껏 멋부린 똑순이 칠순이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똑순이는 시간 약속을 잘 지켜.’ 칠순이를 태우고 잽싸게 삼익 아파트 입구로 달렸다. 순덕이 이년은 아직도 안 나왔다. “빌어묵을 년, 지금이 몇시인데” 시간을 보니 7시가 다되어간다. 또 욕이 나온다. 오늘 내 입에 욕만 그득차서 치깐 냄새만 풍긴다. 옆에서 덩달아 수덕이 칠순이까지 거들고 나선다. “기다리는 사람이 미리미리 나와 기다려야제. 차를 기다리게 해.” 핸드폰을 때리니 즈그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호랭이 물어갈 년.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지. 어디 즈그 집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나." “빨랑 아파트 앞으로 나와 늦었어” 김치가 무거워서 못들고 온단다. '그 큰 덩치에 김치 그까짓게 뭐가 무겁다고 다른 일은 몸 사리지 않고 일등으로 잘하면서....' 즈그 짝궁을 불러 들고오게 하고 지는 혼자 할래할래 손까지 흔들면서 온다. 뭐, 지는(순덕이는) 무거운 것을 들면 안된다나. 서방없는 년은 서러워 못살겠다. 아무튼 순덕이 짝궁에게 간단히 고맙다는 인사만 한둥 만둥 손쌀같이 각화동 금호아파트로 달렸다. 7시는 조금 넘었으나 다행히 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우리들을 태우고 갈 늠름한 버스가 떠억 버티고 있었다. 회장님을 비롯하여 머시매들은 모두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광주나라 송우회 머시매들 다시 군대에 보내야겠다. 군기가 다 빠져 20명정도 참석한다고 하더니 겨우 11명 나왔다. 다정나라 이쁜이들 11명은 100% 참석인데......역시 우리 다정나라 가시내들 최고! 송우회 머시매들 뭔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다정나라에 와서 연수 좀 받아야겠다. 이태백 키다리 휘안이가 근처에 도착했는데 못찾고 헤맨단다. 벌써 이태백이 된 것은 아닐테고...... 드디어 휘안이 도착, 버스는 즉각 고향나라로 출발했다. 엊그제 만나고 맨날 보는데도 고향 친구들은 왜 이렇게 정답고 반가울까? 그래서 고향지키미들을 데리러 가고 순천나라 친구들을 데리러 가고 부산나라에 가서 서울나라 아이들과 전국에서 온 아이들과 모두 한데 어울려 한바탕 흥겹게 놀고 오나보다. 부산동창님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진수성찬에, 멋진 풍경에, 즐거운 가무까지 정말 흥겹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37회 남교1회 동창님들 모두 빛나보이고 이 세상에서 최고의 선남선녀였습니다. 앞으로 1년 뒤의 만남을 지금부터 카운트 다운 시작합니다. |
첫댓글 우리는 2005. 5. 28. 부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6-70대가 되어도 두고두고 그리워 할 것이다 언제나 편안한 친구들 고맙다. 대서37, 남1회 아자 아자 아자!
호랭이물어갈 가시네들 그냥 놔둬선 절대 안되네....<힘이모자라면 내 지원 나감세>. 보이지않는 곳에서 매사 열정적인 순옥이같은 친구들이 있기에 우리들에 우정은 영원할꺼야.../.어느세 사진까지 고마우이../
순옥이면 눈이 유난히도 컷던 그 순옥인가? 재미있게 살고 있군!! 열성 아줌마들 화이팅! 글보니 보고 싶다. 언젠 하루쯤 여유를 가지고 친구들 보고십네! 그런데 봉덕이 수덕이 외엔 얼굴이 기억이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