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네 에세이72
새들의 노래, 그리움의 언어
새봄에, 짝을 맺고
무사히 새끼를 길러낸 새들은
여름이 저물면 저마다
월동지로 흩어진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 봄빛이
다시 숲에 스며들 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저마다 그 자리로 돌아온다.
떠났던 길을 되짚어 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새가
그 자리에서 다시 지난날의 짝을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옛말에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앉는다 했으니, 새들이 해마다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다림은 노래가 된다.
숲을 채우는 저 소리,
사람의 귀에는 같은 종의 새라면
거의 똑같이 들리는 그 노래가,
새들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언어로 들린다고 한다.
짝의 목소리에는 지문처럼
고유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새들은 그 미세한 결을 읽어내어
수많은 소리 가운데서도 단 하나,
지난봄의 그 인연을 정확히 찾아낸다.
사람이라면 수화기 너머
목소리 하나로 그리운 이를
알아채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새들의 사랑은 그렇게,
소리에 새겨진
기억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봄이 오면 숲은
하나의 커다란 합창단이 된다.
텃새도, 철새도,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새도
저마다 목청을 돋운다.
구애의 노래, 그리움이 가득 밴
애절한 언어들이 바람에 실려 흐르고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퍼져나간다.
숲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서서
그 찬란한 선율에
귀 기울이던 순간들이 많았다.
그것은 단순한 새소리가 아니라,
자연이 차려낸 하나의 성대한 잔치였다.
가만히 듣다 보면 그 소리에도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짝을 잃었거나 둥지가 파손되었을 때
토해내는 처절하고 비통한 울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낮게 깔리는 불안한 경계음,
그리고 봄이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애틋한 구애의 노래. 이제는 그 결이
조금씩 구별되어 들린다.
새 소리를 오래 연구해온
이들의 말을 빌리면,
새들도 사는 지역에 따라
사투리를 쓴다고 한다.
같은 종이라도 지역마다 음률과
높낮이가 미묘하게 달라,
그 안에 담긴 뜻도 저마다
다르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말이 지방마다
다른 가락을 지니듯, 새들의 노래에도
저마다의 고향이 배어 있는 셈이다.
새나 사람이나
이치는 다르지 않은 듯하다.
고운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맑게 씻어주지만,
날카로운 소리는 불안을 불러온다.
우리 사람들의 말도 마찬가지다.
이유 없이 앙칼지게 변하는 억양이나
상대를 얕보는 말투는.
사람 사이에도 좋을 것이 없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반대로 노래를 곱게 잘하는 이를 두고
꾀꼬리 같다 하지 않던가.
유난히 푸르던 봄과 여름,
나는 새들을 관찰하며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오래 귀를
기울이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숲 가득 울려 퍼지는 합창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 깊이 맑고 청량한 기운이
차오르고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마음속 깊은 평온이 솟구친다.
그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들으며
문득 바라게 된다.
우리 사람 사는 세상에도
다툼과 불협화음보다는 화합의 노래,
사랑의 노래가 가득했으면 ....
새들은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그 자리로 돌아와 서로를 알아보고,
다시 사랑을 노래한다.
사람도 그렇게, 서로의 목소리에
새겨진 고유한 결을 알아보고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 사는 세상도 저 숲처럼 맑고
화창한 합창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새들도 사람들도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노래를 기다리며
나도 노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2026.7.19
배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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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네 에세이 72 / 새들의 노래, 그리움의 언어
배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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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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