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이 무척 여유 있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마치자 가벼운 차림으로 이른 아침의 퀘벡거리를 걸어보겠다고 다시 나왔다
해가 눈부셔 오늘 날씨 참 좋겠어하며 호기 있게 길을 나섰다
관광객으로 꽉 차 있던 거리가 너무나 한산하고 좋다
퀘벡의 아침거리를 이렇게 한가롭게 걸어보다니 하며 촐랑대며 올드타운으로 내려갔다
아직 도시는 잠에서 덜 깨어난 모습이다
이곳은
지금 막 나무가 초록초록 해지고 꽃들이 많이 피는 그야말로 봄의 절정이다
쌀랑하기까지한 아침공기가 무척이나 청량하게 느껴진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참 멋진 건물이다
남편도 어제저녁 무렵과 다르게 오늘은 천천히 이 호텔의 멋진 모습을 살핀다
그런데
인적 없는 뒤프랭 테라스를 온통 우리 둘이서만 차지한 듯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이 시꺼멓게 변한다
으잉?
그렇게 반짝이던 햇살이 다 어디 간 거지?
어젯밤에 이어 또다시 뛰듯이 호텔로 향한다
하나투어는 올드타운 가까운 이 고급호텔을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선택한 상품에 자부심을 갖게 한 현지가이드의 말도 다 무색해졌다
비를 피해 뛰어가는 길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퀘벡에서의 이틀간은 비와 함께였다
이제 우산을 손에 들고 퀘벡의 멋진 폭포 '몽모렌시'로 향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저 폭포 쪽으로 올라간다고?
아침에 버스에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때부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상하다
난 왜 전에 케이블카를 탔던 기억이 전혀 없을까?
그러면서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살펴보니 분명 주차장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그래, 전에는 이 주차장까지 버스로 왔었어하며 내 기억을 확신한다
이곳에 왔었다는 티를 절대 내고 싶지 않았었는데
할 수없이 가이드에게 물어본다
하나투어에서 이 몽모렌시에 올 때 전부터 버스가 아닌 케이블카를 이용했나요?
그랬더니 이 케이블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에는 버스로 이곳에 왔었노라고....
그럼 그렇지, 내 기억력이 어떤 기억력인데 하며 끄덕끄덕
빅토리아왕의 딸이 소유했었다는 별장의 아름다운 지붕빛깔이 비를 맞아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이 아름다운 별장은 화장실 이용장소로만 활용하기.
뉴욕의 고급스런 플라자호텔도 화장실 이용장소로 사용하는 우리 참 럭셔리하죠잉
사실 7년 전에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나이아가라 폭포를 봤는데 무슨 폭포를 또 본담?
몽모렌시? 이거 듣보잡 아님? 하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리고는 이 폭포를 보자마자 이 폭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 너무 멋지다!
이 철이 섞인 듯한 빛깔도 너무 분위기 있고 멋지다
폭포를 가로지르는 이 출렁다리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마치 내가 폭포 위를 걸어 건너고 있는 착각을 하게 한다
내 발밑으로 엄청난 폭포가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장엄함과 공포감을 함께 준다
이 폭포는 규모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폭포가 아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1.5배나 높은 폭포인데
이 폭포의 맨 윗부분에서 아랫부분까지 이어지는 바로 옆의 바위에 계단을 설치했다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멈춰 이 폭포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폭포의 몸통을 다 볼 수 있고 마치 폭포의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을 준다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하다.
얼굴에 미스트를 함빡 받으면서 말이다
계단 아래까지 내려가면 버스가 기다리기로 했는데
비로 인해 마지막 계단이 있는 전망대 아랫길에 물이 차올라 길을 막아놨다
그래서 우린 다시 내려왔던 계단을 올라 처음 케이블카를 탔던 지점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비도 내리는데 폭포로 가는 숲길을 다시 산책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제 우리가 깜짝 놀랄 것이라며 누누이 광고했던 랍스터를 먹으러 간다
팔뚝만 한 랍스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냈다며 가이드 스스로 만족감을 드러냈던 식당이다
팔뚝보다 작기만 해봐요 잉~~
랍스터가 등장하자 남편이 짓궂게 랍스터에 팔뚝을 대어 본다
진짜 남자들 팔뚝만 하다
가이드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함!
수프가 먼저 나오고 샐러드 접시를 다 비울 즈음 랍스터가 나온다
그런데 이 거대한 랍스터를 하나 다 먹고, 남편이 반이나 뚝 떼어 건네준 것까지 모두 먹어치웠다
남편은 갑각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노력에 비해 입에 들어가는 게 별로 없다나 하면서......
이 랍스터는 입에 한아름 넣고 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은데도 말이다
아무튼 내가 한 개 반이나 먹은 셈이다
그 대신 밥이랑 감자는 손도 안댔어요
일행 모두들 흐뭇한 표정으로 이 식당을 나섰다
이제 우린 다시 몬트리올까지 3시간을 달려 내려간다
휴게소마다 커피 판매하는 모습이 다양한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풍경은 다양하게 블랜딩 한 커피를 내려
포트에 담아 커피이름표를 붙여놓은 모습이다
비치되어 있는 컵에 선호하는 커피를 내려담은 후 카운터에 가져가면 계산을 해주는 방식이다
주문과정을 생략한 절차다
컵이 엄청 대형이라서 둘이 나눠 마시기에 적당한 양이다
우린 호텔을 나설 때 룸에 비치된 1회용 컵을 가지고 나와 유용하게 사용했다
호텔룸도 이젠 커피포트가 아닌 드립커피 메이커를 주로 비치하는데
테이크아웃용 컵과 뚜껑까지 넉넉하게 비치해 하나씩 들고 나오면 이럴 때 아주 유용하다
호텔 비치용품도 이제 점점 진화하는 모양이다
커피 마셔가며 달려오니 어느덧 몬트리올에 도착했다
몬트리올은 르랑스의 식민지였다가 영국과 프랑스가 본격 패권다툼을 벌인 장소이다
남의 나라에서 두 나라가 싸우는 형상이라니...
결국 영국이 승리 해 캐나다를 영국의 식민지로 만들었지만
이 퀘벡만은 프랑스의 문화를 보호받을 수 있는 퀘벡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경제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유럽 각국의 이주민들이 모여들어 활발한 혼합문화를 이루고 있다
노트르담 성당은 한창 공사 중이다
자끄 까르띠에 광장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우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버스커의 기타 연주에 심취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즐기는 무리에 섞여있다가 거리의 화가들 그림을 구경하면서 다녔다
이 기타리스트는 무척이나 현란한 기타 연주 솜씨를 보였다
우린 편안한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리듬에 몸을 흔들흔들거렸다
몸치인 남편은 둠칫거리는 나를 보고 그저 웃지요
이 아저씨도 무척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로 둘러싼 관중들을 까르르까르르 웃게 했는데
언어가 빈약한 우린 그저 어리둥절.
바디랭귀지로도 웃을 수 있다
이 까르띠에 광장 골목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한다
몬트리올에서 하룻밤 묵고 이제 육로 국경을 통과해 미국땅으로 다시 넘어간다
가이드는 가장 조심해야 할 일로 가방에 절대 과일이 들어있으면 안 된다며 누누이 강조한다
과일 하나라도 발견되면
국경 이민국에서 몇 시간 대기할 수도 있다며 남은 과일 오늘 모두 먹어치우라고 신신당부한다
말도 잘 들어요
룸에 올라오자마자 가방 펼쳐놓고 남은 사과 먹어 없애기 작전에 돌입한다
사실
방금 저녁 먹고 들어와 배도 무척 불렀는데 짐 정리하기 전에 깔끔하게 먹어 없애기로 한다
호텔에서 조금 걸어가면 캐나다에서 마실 수 있는 팀홀튼 커피점이 있었는데
배도 부르고 피곤하기도 하여 나갈까 갈등하다가 그냥 쉬기로 한다
이제 이 팀홀튼 마실 기회는 오늘이 마지막인데 포기하고 말았다
일찍 일어나 국경을 넘어가야 하니 좀 일찍 자는 게 낫다는 핑계를 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