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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까지] 16
S#1. 종합 병원 외경 (저녁)
S#2. 병원 산부인과 수술 대기실 (저녁)
서희, 산모들 곁에 누워있다. 세준, 곁에 앉아있다.
두려운 듯 눈 감고 있는 서희. 세준, 천천히 손을 잡아준다. 서희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
세준 : 괜찮지?
서희 : (눈 뜨며 미소) ...걱정마, 오빠.
세준, 잡은 손에 힘주며 안타까운데...
간호사 : 한서희씨 보호자분,
세준, 일어난다. 서희, 두려움에 떨려온다.
S#3. 산부인과 진료실 (저녁)
세준, 산부인과 의사 앞에 앉아있다.
의사 : 산모나 아기 모두 무사할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알고 계시죠?
세준 : ...네.
의사 : 동의서에 날인해주시죠. 최선을 다해봅시다.
떨리는 손으로 수술 동의서에 날인하는 세준. 들어오는 황교수. 수술 가운 걸치고 있다.
황교수 : 세준아, 나도 같이 들어간다.
세준 : (돌아본다) 교수님.
황교수 : 걱정마라...(어깨 두드려주며) 무사할거다.
S#4. 수술실 앞 (저녁)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는 서희, 서희의 손을 잡고 따라가는 세준.
마지막인가 싶어 안타깝지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잠깐 희미한 미소 짓는 서희. 수술실 문 닫힌다.
S#5. 수술실 앞 (시간경과)
세준, 초조한 얼굴로 서성거리고 있다. 혜정, 뛰어온다.
혜정 : 오빠,
세준 : 어, 왔어?
혜정 : 벌써 들어갔어요?
세준 : 음.
혜정 : (글썽거리며) 말두 안돼, 벌써요?...차가 막혀갖구 쫌 늦었는데 벌써 들어가요?
세준 : 괜찮아...금방 볼텐데 뭐.
혜정 : 볼 수 있겠죠, 오빠?
기도하듯 눈을 감는 세준.
S#6. 민혁집 외경 (밤)
S#7. 동 거실 (밤)
민혁, 장회장 앞에 앉아있다.
장회장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민혁 : ...은지 나갈때 같이 가서 엠비에이 과정을 좀 공부하고 싶어요. 은지두 어차피 공부 욕심이 더 있구...
저 때문에 여기서 발목 잡혀 있는 것 보단 공부 계속 하게 해주는게 더 낫겠다 싶어서요.
장회장 : (가만히 본다)
민혁 : 제가 공부 하겠다니까 안 믿어지세요?
장회장 : ...아니다, 믿는다.
민혁 : 전문 지식 하나두 없이 회사 나가니까 우선 저 자신이 괴로워서요.
장회장 : 예전엔 그렇게 해라해라 해두 안하더니...대견하구나.
민혁 : ...
장회장 : 니 속 뜻...내가 모르는 거 아니다.
민혁 : (본다)
장회장 : (주위 살피고 심각해지며) ...얼마 못 산다는 얘기 들었다.
민혁 : ...
장회장 : 너, 그아이 때문에 괴로운 게지?
민혁 : 아뇨. 그런 마음 없습니다.
장회장 : ...유리한테 들었다. 세준이 그아이하구 결혼했다면서?
민혁 : ...
장회장 : 다 죽어가는 아이랑 결혼까지 하는 걸 보면 걔들이 어떡하든 맺어질 운이 있었든 모양이다...그 녀석 고집두 엔간하다.
(한숨) 내 생각에는, 니가 한번은 가서 사죄 하는게 옳지 싶다.
민혁 : (본다)
장회장 : 애비 말 듣구 가서 한번 만나봐.
유리, 이층에서 내려오다가 슬며시 본다.
S#8. 수술실 앞 (밤)
세준, 앉아있다. 눈감고 절실히 손을 모으고 있다. 이윽고 수술실 문 열리며 안에서 나오는 황교수와 일행.
세준 : (일어나며) 교수님...
황교수 : ...마음 많이 졸였지?
세준 : (긴장하고 본다) ...어, 어떻게 됐어요?
황교수 : ...축하한다...하늘이 도왔어...산모랑 아기 다 무사해....
세준 : ...(환해지며)
황교수 : 출혈이 많아서 아주 애를 먹었어. 정말루 하늘이 도왔다. 니 정성이 갸륵했던 모양이야. 예쁜 딸이다.
세준 : ...(눈물 주룩 흐른다)
황교수 : (씁쓸해지며)
혜정, 들어오며 본다.
혜정 : 살았어요?
세준 : (웃는)
S#9. 회복실 (밤)
깊이 잠든 서희. 혈소판 주사 맞고 있다. 세준, 들어온다. 감회 어리며 얼굴을 쓸어준다.
세준 : 서희야, 고맙다...정말 고맙다...
눈물 흘린다.
S#10. 병원 인큐베이터실 (낮)
세준, 인큐베이터에 든 아기를 보고 있다.
간호사 : 아기가 건강해요. 2.2킬로그램 밖에 안되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거예요.
인제 한 두달만 있으면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세준 : (들여다 본다)
간호사 : 아기 엄마는 왜 보러 안오세요? 같이 오세요.
세준 : ...(인사하며) 잘 부탁 드립니다.
S#11. 병원 복도 (낮)
서희, 환자복 입고 앉아있다. 병색 완연하다. 아기 안고 퇴원하는 산모와 가족들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세준, 다가온다.
세준 : 왜 나와있어? 들어가자.
서희 : ...아기 봤어?
세준 : 음.
서희 : ...
세준 : 예뻐...인제 한두달만 있으면 안아볼 수 있대.
서희 : (쓸쓸해지며) ...
세준 : (할 얘기 없어지며) ... 보러 안 갈래?
서희 : 응...안 볼래.
침묵 흐른다.
세준 : (짐짓 쾌활해지며) 아기 이름 뭐라고 지을까?
서희 : ...
세준 : 생각해논 거 없어?
서희 : (바닥만 보는)
세준 : 내 맘대루 짓는다?
서희 : ...응.
세준 : 그러지말구 생각해봐라.
서희 : ...오빠 나 죽고나면 아기...잘 부탁해. 뻔뻔스러운 줄 알지만...오빠한테 부탁하는거 용서해줘...
눈물 흘린다.
세준 : (굳는) 한서희,
서희 : ...
세준 : 누가 너보구 죽는대?
서희 : ...(본다)
세준 : 애를 왜 나한테 부탁해? 엄마 놔두구 왜?
서희 : (고개 떨구며 괴로워진다)
세준 : 쓸 데 없는 얘기하지마. 한번만 더 그런 얘기해봐. 가만 안둔다? 산다 그럴땐 언제구 인제와서 왜 또 약해져?
아기 낳으면서두 벌써 죽을 고비 이렇게 잘 넘겼잖아.
서희 : ...(타이르듯) 오빠,
세준, 화난다.
세준 : 나하구 약속했잖아!
S#12. 소망원 원장실 (다른날 낮)
송원장, 책상에 끼워져있는 세준과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테이블 유리를 들어 사진을 뺀다. 찢어버린다. 결심 굳힌 듯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13. 옥탑방 옥상 (낮)
송원장, 올라온다. 문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없다. 송원장, 한쪽에 앉는다. 이런저런 생각들...분노와 섭섭함이 치솟는다...
손수건 꺼내 눈물 닦는다.
S#14. 황교수방 (다른날 낮)
황교수, 세준, 앉아있다.
황교수 : 정기적으로 와서 항암주사 맞도록 해라. 그걸로 연장 한다손 쳐두 그리 길진 않을거야...
나가서 남은 시간동안 최대한 즐겁게, 하고 싶은 것 다하도록 도와줘라.
세준 : ...
황교수 : 애는 누가 키울거냐?
세준 : ...
황교수 : 앞으로 정신없이 바쁠건데 어떡할거야? 어머니하곤 상의해봤어?
세준 : ...알아서 하겠습니다.
황교수 : (한숨)...니 녀석 팔자나 내 팔자나...참 고달프기두 하다.
세준 : ...
황교수 : 퇴원 수속 해라. 가끔 와서 애 잘크나 들여다보구.. 진통제 처방 해달라 그랬으니까 정 급할땐 니가 응급조치 해봐.
주사기랑 몇가지 챙겨주마. 통증 심해지면 재입원하자. 인제 너두, 우리두, 할만큼 했다. 마지막 소원 다 들어줘라.
세준 : ...교수님,
황교수 : 왜.
세준 : 서희 안 죽어요.
황교수 : (멈칫 본다) ...
세준 : 제발 그렇게 절망적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기적이란게 얼마든지 있잖아요.
황교수 : ...(한숨) 그래, 그러길 빌자.
세준 : ...(눈물 맺혀오는)
황교수, 착잡하니 본다.
S#15. 병실 (낮)
들어오는 세준. 서희 침대 비어있다. 멈칫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S#16. 인큐베이터실 (낮)
서희, 인큐베이터실 안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선다.
한서희 아기 팻말 앞으로 가만히 다가가서 바라본다. 멍하다.
서희 : ...(목메이며) 미안하다.
주저앉아 서럽게 눈물 흘린다. 뒤에서 들어오며 바라보는 세준.
S#17. 병원 앞길 (낮)
서희를 부축하고 나오는 세준. 송원장, 막 택시에서 내린다.
놀라는 세준과 서희. 서희, 고개 떨구고 만다. 송원장, 창백한 서희 모습을 망연히 본다.
송원장 : ...퇴원하는 거냐?
세준 : ...네.
서희 : ...
송원장 : 하마트면 엇갈릴뻔 했구나...
서희 : ...
송원장 : (세준 보고) 밥이나 먹구 다니니?
세준 : ...네.
송원장 : 에미 배고프다. 어디 가서 밥 먹자.
서희 : ...
S#18. 일식집 방 안 (낮)
서희, 세준, 송원장, 앉아있다. 서희 얼굴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송원장. 긴장 감돈다.
서희 앞에는 전복죽 그릇 같은 것 놓여있다. 세사람, 조용히 식사한다. 수저 소리 뿐.
세준, 한숨 쉬며 수저를 놓는다.
송원장 : 세준이 다 먹었으면 좀 나가있어라.
세준 : (본다)
서희 : ...
송원장 : 서희 안 잡아 먹는다. 나가있어.
세준, 할 수 없이 일어난다. 밖으로 나간다. 둘만 남는다.
송원장, 서희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송원장 : 일전에 세준이가 혼인신고 한다면서 내려왔었다. 인제 원 없겠구나.
서희 : (본다)
송원장, 긴 한숨 내쉰다.
송원장 : ...내 다 안다.. 그동안 너희 둘이서 내 원망 많이 했지?
서희 : ...(본다)
송원장 : 서희야, 나는 니가 참 밉다...세상에 누굴 이만큼이나 미워해본 적이 없어.
서희 : ...
송원장, 서희 손을 잡는다. 서희, 움찔 놀라며 본다.
송원장 : 이 모자라구 불쌍한 것아...애비 에미 잘못 만나 그렇게나 고생하며 컸는데...어쩌면 이렇게 복이 없니?
어쩌면 이렇게 끝내 한번두 팔자 펼날이 없니...
서희, 눈물 떨군다. 송원장, 끌어안는다.
송원장 : 너 서러운 거 다 안다...내가 니 엄마 아니냐...내가 너 키웠어...인제 에미한테 다 털어놓구, 다 풀어라...
서희 : 원장어머니...죄송합니다...
송원장 : 됐다, 됐다...우리 서로 죄송한거 다 관두구...인제 니 마음 속에 맺힌 독을 다 털어내구 풀어...다 풀구나서...
포기하지 말구 끝까지 싸워라...꼭 나아야한다..나아야 나랑 싸울 힘이 있지...나아서 내 원망 더 들어라...
알았니? 꼭 낫거라.
S#19. 일식당 홀 (낮)
세준, 담배 붙여 물고 착잡하니 창가에 서 있다.
방을 나오는 송원장. 눈이 빨갛다. 손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다가온다. 백에서 통장을 꺼낸다.
송원장 : (미운듯) 이거 받아라. 니 앞으루 넣은 적금이야. 니꺼니까 니가 가져가라.
세준 : ...(본다)
송원장 : ...혼인신고 했으니 인제 보험두 될 거 아니냐...
세준 : (뭉클하며)
송원장 : 얼른 받아! 너같은 놈 낳은 거보면 내가 전생에 죄가 많긴 많은 모양이다.
세준 : ...(받는다)
송원장 : 애는 어쩔래?
세준 : ...걱정마세요.
송원장 : (기가 막히는) ...뭘 걱정말어? 병원서 나오면 바로 에미한테 데리구 와!
세준 : ...
송원장 : 어차피 학교두 휴학한거...곁에서 간호나 성심껏 해줘라...예전에 느이 아버지 아플 때 내가 못한게 많아
여태 한으루 남는다. 나중에 후회말구 원없게 해줘라.
세준 : ...
송원장 : 에미 간다. 서희 말구 니 몸두 좀 살펴라. (돌아서는데)
세준 : 어머니,
송원장 : (본다)
세준 : ...고맙습니다.
S#20. 세차장 (낮)
재석, 세차하고 있다. 들어오는 승용차를 피하다가 물벼락을 맞는다. 얼른 가서 호스 멈추고 한쪽에 가서 털썩 앉는다.
손으로 물기 닦으며 주머니에서 수첩 꺼낸다. 빼곡히 영어단어 써있다. 중얼거리며 읽다가 도로 집어넣어 버린다.
직원 : 재석아, 전화받아!
재석 : (돌아본다)
S#21. 패스트푸드점 입구 (낮)
들어오는 재석. 혜정, 가게 밖에서 창 유리를 걸레로 닦고 있다.
재석 : (어색한듯) 잘지냈냐?
혜정 : (멈칫 돌아보는)
재석 : ...잘지내냐구?
혜정 : 궁금하냐?
재석 : (씁쓸히 웃고) ...안 궁금하다.
혜정 : 궁금하지두 않을 거 왜 묻냐?
재석 : (한숨) 전화 왜 했냐? 사람 여기까지 불렀음 용건이 있을 거 아냐?
혜정 : (다시 걸레질 묵묵히 하며) ....서희 많이 아퍼...
재석 : (본다)
혜정 : 죽을병 들었어. 얼마 못산대.
재석 : (어이없어 보다가) ...그런 얘길 왜 여태 안했냐?
혜정 : 내가 너랑 언제 만났어?
재석 : (할 말 없는)
혜정 : 지영이냐? 요새 걔 안 만나냐? 걔가 얘기 안해? 서희, 애두 낳았어.
재석 : 애? 누구 애?
혜정 : 몰라, 몰라.
재석 : 세준이 형 애냐?
혜정 : 모른다니까? 나는 하나두 몰라. 묻지마.
재석 : 그 기집애 미쳤구나? 죽을 거 애는 왜 낳아?
혜정 : (본다) 애 뗄 수가 없었대. 안그럼 애두 죽구 서희두 벌써 죽었을거야.
재석 : (어이없는)
사이.
혜정 : 한번 만나나 보라구.
재석 : ...(본다)
혜정 : ...그래두 우리 셋이 소망원서 같이 자랐구...그래두 세상에 의지할 친구라군 너랑 나 뿐이잖아. 우리가 남이냐?
재석 : ...
혜정 : ...(미운듯 보다가) 고시 공분 잘하냐?
S#22. 옥탑방 외경 (밤)
S#23. 옥탑방 안 (밤)
상 들고 들어오는 세준. 서희, 한쪽에 누워 잠들어있다.
테이블 위에 약병과 봉지들이 빼곡하다. 치료법에 관한 온갖 책들도 쌓여있다.
세준 : 밥 먹자, 서희야.
서희 : (눈 뜨고 일어난다) 언제 밥을 했어?
세준 : 소고기와 두부를 넣은 맛있는 죽이 왔습니다. 야, 정말 맛있어. 내가 해놓구 내가 놀랬다.
서희 : ...(물끄러미 본다)
세준 : 먹어 봐, 얼른.
서희 : ...응.
수저 드는 서희. 한숟갈 뜬다.
세준 : 어때?
서희 : ...와아, 놀랍네, 정말?
세준 : (만족)...다 먹을 수 있지?
서희 : ...응.
세준 : ...평가를 해야지...몇점?
서희 : ...백점.
세준 : 와아, 너 되게 후해졌다?
서희 : 이백점 만점이야. 놀랍게 싱겁군요? (찌푸리며 웃는)
세준 : (웃고) 싱겁게 먹어야 돼, 임마...너 그전에 너무 짜게 먹었었어.
서희 : ...오빠 안 먹어?
세준 : ...나중에...나 그냥 너 먹는 거 볼래.
서희 : 왜?
세준 : ...너 먹는 거 보는게 더 배불러.
서희 : ...
세준 : ...서희야...너 참 예뻐.
서희 : ...나두 알어...나 계속 예쁠테니까, 오빠두 먹어.
세준 : (웃고)
서희 : 오빠 우리 여행가자...신혼여행 가야지...아기 낳구 가기로 했잖아.
사이. 세준 표정이 점점 불안으로 굳는다.
세준 : ......갑자기 왜 여행이 가고 싶어?
서희 : ...
세준 : ...안돼. 아직 무리하면 안돼. 다음에 가자.
서희 : 괜찮아...나 옛날에 오빠랑 같이 갔던 그 바닷가 있지? 거기 가고 싶어. 언제 갈까?
세준 : ...몸 좀 나아지면...
서희 : 몸 괜찮다니까? 여행 가자...나 무리 안하고 천천히 걸어다닐께. 가서두 방안에만 꼭 틀어박혀 있을께. 가자, 오빠.
세준 : ...(보다가) 밥 먹어. 내일 아기 보러 병원가자.
서희 : ...
세준, 본다. 울리는 전화벨.
세준 : 여보세요...
S#24. 포장마차 (밤)
재석, 앉아서 소주 마신다. 들어오는 세준.
세준 : ...오랫만이다.
재석 : 한잔 해요.
세준, 잔 받는다.
재석 : 결혼 했다면서요?
세준 : ...음.
재석 : 인제 들었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두 모르구 있었는데...죽을 병이래며요?
세준 : (본다)
재석 : 미쳤어요? 그런 기집애랑 뭐하러...(참는다) 서희 그렇게 아픈데, 결혼은 뭐하러 해요? 그거 무슨 겉멋입니까?
세준 : ...겉멋으루 보이냐?
재석 : 겉멋이지 ...그런 거 형처럼 고이고이 자란 사람들이나 부릴 수 있는 겉멋이예요. 나같으면 그런 기집애 다신 안 만나요.
끔찍하게 멋부리구들 있네.
세준 : ...
재석 : (잔 들이키며) 기집애, 참 골고루 병신 짓 한다. 죽을려면 혼자 죽지...
사이. 잔 따라주는 세준.
세준 : 재석아, 서희 안 죽어.
재석 : (본다)
세준 : 그렇게 함부로 얘기하지마라. 죽는거 그렇게 쉬운 거 아냐.
재석 : ...나두 다 들었어요.
세준, 일어나 재석 멱살을 움켜쥔다.
세준 : 누가? 누가 그렇게 자신있는데? 데리고 와봐!
재석 : (멍한) 형.
세준 : 서희 죽는다구 누가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냐구?
재석 : ...
세준, 멱살 풀고 흥분 가라앉힌다.
세준 : 미안하다...암튼 말 조심해.
재석 : ...(안쓰럽다)
세준 : 집에 한번 놀러와라. 서희 너 만나면 반가워 할거야.
재석, 주머니에서 만원 지폐 열장쯤 뭉쳐진 뭉치를 꺼낸다. 툭 내려놓는다.
재석 : 별로 가고 싶지 않네요...이거나 받아요.....(머뭇하다가) 혜정이가 갖다주라 그래서...서희 꼴 보다가 성질 나면요,
이걸로 소주나 사서 마셔요.
세준 : (본다)
재석 : 옛날부터 나는 형이 참 싫습니다...내가 안하구 못하는 것만 골라서 하는게 보기싫구 밉네요.
(일어나며) 계산은 형이 해요. 나 먼저 가요.
세준 : ...
재석 : (돌아서다 열받는다) 그래요. 형 말 맞아요.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어요. 서희 그 기집애 여태 고생만 했는데
억울해서라두 더 못 죽을거예요. 살려서 둘이 한번 보란듯이 제대로 살아봐요.
눈시울 젖어오는 재석, 멀어진다. 세준, 돈뭉치 바라본다.
S#25. 옥탑방 골목 (낮)
유리, 조심조심 층계를 올라온다. 장미 바구니 같은 것 들고 있다.
기분 착잡하다. 들어갈까 고민하며 망설인다.
S#26. 옥탑방 안 (낮)
서희, 아기 새옷과 젖병, 기저귀, 파우더분 등 새로 산 아기용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다.
아기 양말 하나를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머리 쓸어올리는데 머리카락이 수북이 빠진다. 기운 없이 조용히 한쪽에 눕는다.
유리(E) : 서희씨...
서희, 놀라서 얼른 문 열어준다. 유리, 문 앞에 서있다. 짐짓 밝다.
유리 : 들어가두 돼요?
서희 : ...들어오세요.
유리 : 오빤 어디 갔어요?
서희 : ...잠깐 뭐 사러 나갔어요.
유리 : 연락없이 불쑥 와서 놀랐죠?
서희 : ... (본다)
유리 : (씩 웃고) 진작...서희씨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세준 오빠가 전에 결혼한단 얘기했을때 축하한단 말을 차마 못했거든요.
늦었지만 축하해요...(꽃바구니 내밀고)
서희 : ...고마워요.
유리 : (아기용품들 보다가 양말 한켤레 들며) 예쁘다...
서희 : ...(쓸쓸히 웃고)
유리 : ...몸은 좀 어때요?
서희 : 아플때두 있구 안 아플때두 있구 그래요...아플땐 금방 죽을 것처럼 아픈데 안 아플 땐 아무렇지두 않아요.
꼭 다 나은 것처럼요...(웃고) 건강해보이죠?
유리 : (망설이다가)....아기는요?
서희 : ...병원에 있어요. 인큐베이터에서 한두달쯤 더 있어야 된대요.
묵묵히 바닥만 보는 두사람...잠시 침묵 흐른다.
서희 : ...저어...부탁 드릴 게 있는데요...
유리 : (본다)
서희 : 나중에요...가끔 들러서...우리 아기 잘 자라는지 봐주실 수 있어요?
유리 : ...
서희 : 세준오빠 잘 사는지두 한번씩 살펴주실래요? 유리씨한테 부탁하는게 제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그래요...
어려운 부탁인 줄 알아요...그래두 꼭 좀 부탁 드려요,
유리 : ...
서희 : 유리씨가 가끔 아기한테 들러주면요, 저 정말 기분 좋구 마음 놓일 거 같아요.
유리 : ...(마음 아픈데)
서희 : ...
S#27. 옥탑방 옥상 (낮)
세준, 장 본 것 들고 기운없이 올라온다.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난간 앞에 등 돌리고 앉는다.
넋나간 듯 쭈그리고 앉아 울기 시작한다.
안에서 나오는 유리. 멈칫 선다. 세준 뒷모습을 잠시 아프게 본다.
S#28. 검정고시 학원 앞 (낮)
지영, 한쪽에 기다리고 있다. 들어오다가 지영을 보는 재석. 얼른 피하지만 들키고 만다.
지영 : 자,잘있었어요?
재석 : ...
지영 : ...거,검정고시 잘치세요.
재석 : (본다)
지영, 쵸콜렛 상자를 하나 내민다.
재석 : (본다)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재석. 지영, 얼른 다가가 가로막는다. 다시 가는 재석. 지영, 또 가로막는다.
지영 : 도망가지 마요.
재석 : (본다)
지영 : ..그,그동안 나만 말더듬는거 아니었어요. 재,재석씨두 마찬가지예요. 마,마음 속으로는 훨씬,훨씬 더듬거리는 사람이예요..
비겁하구...못나구 삐뚤어졌어요.
재석 : ...
지영 : 우,우리 약속해요.
재석 : (본다)
지영 : 우,우리...일년 있다가 딱 일년 뒤에 오늘...여기서 다시 만나요...그,그때까지 재석씨두 마음 속으로 말더듬는거 고치구
용감해져봐요...대학두 붙구요..나 ,나두요... ...그때까지...수,수다쟁이 될께요...
재석 : ...
지영 : (눈물 핑 돌며) ...나,좋아하면 자신있게...자기 자신한테 자신있게...그렇게 사는 사람 되세요...
나,나두 그때까지 말 잘하도록...노력할께요. ...야,약속해요.
재석 : ...
지영 : ...(단호하게 본다)
S#29. 병원 앞 주차장 (낮)
차에서 내리는 민혁. 병원 건물 올려다본다. 긴장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S#30. 신생아 인큐베이터실 앞 복도 (낮)
민혁, 다가온다. 간호사, 안에서 나온다. 망설이는 민혁. 다가간다.
민혁 : 실례합니다.
간호사 : 네?
민혁 : 한서희씨 아기 상태를 좀 알고 싶어 그러는데요.
간호사 : 부모님 아니시면 면회 곤란합니다.
민혁 : ...
서희, 다가온다. 민혁과 눈 마주친다. 놀라서 얼어붙는 민혁.
서희 : ...아기 건강해요.
민혁, 핼쓱한 서희 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서희 : ...아기 보러 왔어요?
민혁, 난감해지며 외면한다..
S#31. 병원 앞뜰 (낮)
민혁, 서희, 나란히 앉아있다. 어색한 냉기 흐른다.
민혁 : 나 곧 외국에 공부하러 가. 한 사오년 예정으로 나가게 될 거 같다.
바라보는 서희. 덤덤하다.
서희 : ...잘됐네요.
민혁 : 그전에 한번쯤 너 만나고 싶었는데...이렇게라두 보게 돼서 다행이다.
서희 : (본다)
민혁 : 결혼했다면서?
서희 : ... (본다)
민혁 : 나한테 어떤 책임 같은 거 묻지마. 난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아이에 대한 책임, 너에 대한 책임...누가 봐두 없어.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저 애가 내 앤지 누구 앤지두 알 수 없는거야... 그러니까 내 원망 너무 하지마라.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했어.
서희 : ...(절망스럽게 본다)
민혁 : (할 말 없어지며 일어나는) 그럼...돌아와서 나중에 연락할께...그때 다시 보자.
서희 : ....네. 그래요.
민혁 : 잘지내라.
서희, 씁쓸한 미소 어리며 본다. 민혁, 그 눈길에 당혹스럽다. 서둘러 돌아선다.
멀찌기 현관 쪽에서 둘을 바라보는 세준.
S#32. 병원 주차장 (낮)
민혁, 차로 다가온다. 세준, 뒤에서 다가온다.
세준 : 가니.
민혁 : (흠칫 돌아본다)
세준, 돈봉투를 본넷 위에 내민다. 멈칫 보는 민혁.
세준 : 이 돈 도로 가져가라...
민혁 : ...
세준 : 이런 거 필요없어.
민혁 : ...(봉투 바라본다)
세준, 차에 기대고 서서 담배 붙인다.
세준 : ...민혁아,
민혁 : (본다)
세준 : 너 그거 알어? 그동안 내가 너 여러번 죽이고 싶어했어..
민혁 : ...그런데?
세준 : 그런데...(씁쓸히 본다) 인제보니 넌 그럴 가치두 없는 자식이다.
민혁 : ...
세준 : 아이 문제는 걱정마라...넌 잊고 살아두 돼. 내가 키워.
서희랑 내가 결혼해서 낳은 애니까 당연히 내 아이구, 내가 키우는 거야. 신경 끊어라.
민혁 : (본다) ...서희 얼마나 더 살 수 있어?
세준 : ... (웃고) 그게 무슨 말인데? 누가 서희 죽는다 그러든?
민혁 : ...
세준 : 잘가라. 우리 다신 만나지 말자.
돌아서서 멀어지는 세준. 민혁, 봉투와 세준을 물끄러미 본다.
S#33. 거리 (낮)
민혁, 승용차 몰고 가는 중이다. 분노가 잔뜩 어려있다.
신호대기에 걸려 급정거 한다....점점 멍해진다. 식은 땀 닦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이윽고 신호 바뀐다. 모르고 있다가 뒷차 경적 울리는 소리에 번쩍 놀란다.
S#34. 고속버스 터미널 (다른날 낮)
세준, 서희, 걸어온다. 세준, 벤치를 쓱쓱 닦고 얼른 서희를 앉힌다. 큰 쌕을 내려놓는다.
서희 : ...아프니까 참 좋은데? 오빠가 뭐든지 다 해주잖아?
세준 : (화난듯 묵묵히 곁에 앉는다) ...
서희, 바라본다.
서희 : 오빠, 우리 지금 신혼여행 가는거야. 그렇게 나랑 여행 가는게 싫어? 뭐 화났어?
세준, 쌕에서 겉옷을 하나 더 꺼낸다. 서희에게 걸쳐준다.
세준 : 감기 걸리면 안된다 그랬지? 왜이렇게 얇게 입었어?
서희 : ...
세준 : 마스크두 해.
마스크를 꺼낸다. 잠시 말 없어지는 두사람. 서희, 시무룩하다.
세준 : (씩 웃고) 화 안났어. 나두 너랑 여행가는거 좋아. 좋지 왜 안 좋겠어,
서희 : ...
세준 : 정말 화 안 났다니까? 사람들 이렇게 많은 데선 마스크해. 균 들어오잖아. 마스크 안해서 화났어.
서희 : (마스크 하며) 오빠 우리...가는 길에 잠깐 소망원 들렀다 가자.
세준 : (본다) 소망원은 왜?
서희 : ...오랫만에 가보구 싶어...잠깐 들렀다 가자, 응?
세준 : ...
S#35. 소망원 앞 마당 (낮)
세준, 서희 들어온다. 아이들 뛰논다. 서희, 다가가서 아이들 쓰다듬는다.
서희 : 이름이 뭐야?
꼬마 : (수줍음 타며)
서희, 한아름 사들고온 과자 봉지 같은 것을 푼다.
서희 : 과자 먹자!
아이들 몰려든다. 바닥에 주저앉아 꼬마들과 과자 나눠먹는 서희.
세준, 농구하는 아이들과 어울린다.
송원장, 멀리 현관에서 나오다 보고 멈칫 한다. 일어나며 인사하는 서희. 세준, 멈추고 본다.
송원장 : 언제 왔니?
세준 : 방금 왔어요.
송원장 : 왔으면 들어오지.
서희 : (돌아보며) 오빠, 잠깐만 여기 좀 있을래?
서희, 송원장 쪽으로 간다. 의아하게 보는 세준.
S#36. 원장실 (낮)
송원장, 서희, 마주 앉아있다. 아직 서먹하다.
송원장 : 힘든데 여기까지 뭐하러 왔니.
서희 : ...
송원장 : 좀 어떠냐? 병원은 잘 다녀?
서희 : ...네.
사이.
서희 : (망설이다가) 저어...원장어머니...
송원장 : 왜?
서희 : 사실은 저 오늘...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송원장 : (본다)
서희 : 저...이제 얼마 못 사는 거 알아요.
송원장 : ...매사 마음 먹기 달렸다. 지레 포기하지마라.
서희 : ...네, 그럴께요...그런데, 원장어머니...만약에...그래도 안되면요...
송원장 : (본다)
서희 : ...제 눈...오빠한테 주고 싶어요.
송원장 : (놀라며)
서희 : ...저...오빠한테 항상 받기만 했어요...저두 오빠한테 한가지쯤 해주고 떠났으면 좋겠는데..
뭘 줄려구 마음 먹어두 저한텐 줄게 아무것두 없어요...그런데 사실은 이것두...제 욕심 차리는 건지 몰라요...
저, 오빠 눈속에서 새로 살고 싶어서 그러나봐요...
송원장 : ...
서희 : ...오빠한텐 편지 써놨어요. 저 죽고 나면... 원장어머니께서 잘 설득해주세요....
혹시 오빠가 거절하더라두... 꼭 그렇게 해주세요.
송원장 : ...
서희 : ...(고개 숙이고) 그동안 저 때문에 마음 고생 많으셨죠?
송원장 : ...
서희 :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송원장 : 서희야...
서희 손 잡고 말을 못 잇는 송원장.
S#37. 바닷가 (낮)
세준, 서희,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온다. 겹겹이 감싼 옷과 모자 차림의 서희.
서희 : (바다보며) 와아, 참 좋다!
세준 : ...(웃고)
서희 : 이런 데서 살면 병이 저절로 낫겠다.
세준 : ...안 피곤해?
서희 : 괜찮아...
문득 장난끼 발동하며 세준을 향해 물을 뿌리는 서희. 피하는 세준. 다시 뿌리는 서희.
세준 : 한서희! 자꾸 장난 칠래?
왁 끌어안는다. 두사람, 장난치며 키득거린다. 숨 몰아쉬며 기침하는 서희.
세준 : (얼른 다가오며) 거봐...힘들잖아.
서희 : ...(기침한다) 괜찮아.
세준 : 그만 들어가자.
서희 : ...아냐, 정말 괜찮아...조금만 걷자, 오빠.
세준 : 안돼. 들어가.
서희 : 일분만...
신 벗어들고 나란히 바닷가를 걷는 두사람.
서희 : 오빠 나는...어릴때 꿈이 뭐였냐면...선생님 되구 싶었어. 중학교때 세계사 선생님이 계셨는데...수업두 재밌었구
나한테 참 잘해주셨어. 선생님을 좋아하니까 세계사는 항상 백점이었어. 세계사 선생님 되는 게 꿈이었는데..
세준 : (마음 아픈)
서희 : ...참 이상해...요즘 나 제일 하고 싶은게 공부야... 영어공부도 하고 싶고, 읽고 싶은 책두 많아지구...
학교두 다시 다녀보고 싶어. 자꾸 욕심이 생겨.
세준 : 공부하면 되잖아? 학교두 다니면 되잖아. 자꾸 욕심부려, 서희야. 더, 더 많이 부려두 돼. 그래야 싸울 힘이 생겨.
서희 : 응....
세준 : ...
서희 : ...오빠는 의사 되는 거 말구 다른 꿈 없었어? 어릴때로 돌아가서 이다음에 뭐할래, 그러면 뭐 되구 싶어?
세준 : ...되고 싶은 거 없어...어릴때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더 일찍 너랑 결혼했을 거야...
강제로 꽁꽁 묶어서라두 진작 너랑 같이 살았을거야.
서희 : ...(웃는다) 그렇게 내가 좋아?
세준, 웃고 서희 어깨를 두른다.
S#38. 콘도미니엄 외경 (밤)
S#39. 콘도 거실 (밤)
세준, 씽크대 앞에서 쌀을 씻고 있다. 서희, 소파에 기대고 세준 등을 가만히 바라본다. 쓸쓸하다. 속이 점점 메스껍다.
세준 : 뭐, 먹고 싶은 반찬 없어?
서희 : ...응.
세준 : 저녁 먹구 나랑 요 앞 숲에 산책 나가자...(돌아보며) 기분 어때?
서희 : ...좋아. 수학여행 온 거 같애.
세준 : ...(웃고) 안 아퍼?
서희 : ...응, 안 아퍼...(태연히 일어나며) 오빠 나 좀 피곤해서... 방에서 조금만 누워있을께.
세준 : 그래, 들어가 쉬어. 금방 저녁 해줄께.
서희 : 응.
서희, 안방으로 들어간다.
S#40. 동 거실 (시간경과)
식탁 위에 갖가지 성찬을 늘어놓는 세준. 촛대에 양초도 켜놓고 음악도 은은하게 켜놨다.
세준 : 서희야,
S#41. 콘도 안방 (밤)
서희, 침대에 누워있다. 열나고 몹시 아프다...
세준, 반쯤 열린 방문 밖에서 저녁 준비하고 있다. 머리맡에 약봉투가 수북하다.
세준(E) : 서희야, 뭐해?
서희 : ...어어, 왜?
세준(E) : 저녁 다 돼 간다!
서희, 침대에서 기어내려오며 쓰러진다. 방에 딸린 욕실로 기어간다.
S#42. 동 욕실 (밤)
서희, 다 토한다.. 뛰어 들어오는 세준.
세준 : 서희야!
서희 : ...괜찮아, 오빠...(떠밀며) 나가있어!
욕실 바닥에 기진해 쓰러진다. 얼른 일으키는 세준.
세준 : 진통제 맞자...잠깐만 기다려.
서희 : 아냐! (억지로 떠밀며) 오빠 좀 나가있어!
세준 : 서희야,
서희 : 얼른! ... (울며) 나 오빠 보면 자꾸만 살고 싶단 말이야! 나가있어!
세준, 끌어안고 같이 운다.
S#43. 콘도 안방 (밤)
서희, 세준, 나란히 누워있다. 스탠드 불빛이 고요하다. 세준, 서희 어깨를 두르고 가만히 쓸어준다.
세준 : ...서희야,
서희 : 응?
세준 : 내일 아침에...아침에 눈 뜨면...다 나아라..
서희 : ...응.
힘주어 꼭 끌어안는 세준. 가슴 아프다.
서희 : ...오빠, 나...
세준 : (본다)
서희 : ...아기 한번만 안아보구 죽었으면 좋겠다.
세준 : ...
서희 : ...나중에...아기한테...미안하다구, 얘기 좀 전해줄래? 엄마 용서해달라고 얘기 좀 해줘...나 많이 원망할거야...
나두 우리 엄마 많이 원망했거든...벌 받나봐.
세준 : ...니가 직접 얘기해.
서희 : ......그래.
사이.
서희 : 오빠...
세준 : 응?
서희 : ...고마워.
세준 : (본다)
서희, 세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을 스르르 감는다.
세준, 팔을 풀어주며 이불 가지런히 덮어준다.
세준 : 서희야...
서희 : ...
세준 : (불안하다) 자니?
서희 : ...(조그맣게) 응.
서희, 평화롭게 눈 감고 있다. 세준, 불안하게 본다.
세준 : ...몸 좀 나아지면 대공원에 바이킹 타러가자. 너 그거 타 보는게 소원이었잖아...
그리구...우리 아기 백일 되면, 셋이서 제주도 여행가자.
서희, 죽은 듯 고요히 잠들어 있다.
세준 : 한라산두 올라가구, 돌하르방두 보구...셋이서 같이 유람선두 타자...사진도 많이 찍고...
서희 : ...
세준 : ...생각난다...너 고등학교 입학식날...우리 처음 같이 사진 찍었지? ...(미소) 그때 너...참 많이 웃었는데...
서희 : ...
세준 : ...서희야,
불안한 침묵 흐른다. 서희 감은 눈 위로 눈물이 희미하게 맺혀있다.
세준, 고집스레 천장만 바라본다.
세준 : ...자니?
서희 : ...
세준 : (떨려온다. 눈물 주룩 흐른다) ...
S#44. 클럽 (밤)
민혁, 혼자 앉아서 술 마시고 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민혁 : 여기 계산해요.
지갑에서 수표 한장 꺼내서 던지는 민혁. 나간다.
S#45. 클럽 주차장 (밤)
휘청거리며 나오는 민혁. 차로 다가가 키를 꽂는다. 엉망으로 취했다.
S#46. 거리 (밤)
민혁, 차 몰고 간다. 취기에 앞이 여러갈래로 흐릿해진다. 울리는 핸드폰.
민혁 : ...네에...
유리(E) : 오빠, 어디야?
민혁 : 왜.
유리(E) : 서희씨 소식...들었어?
민혁 : ...
유리(E) : 지금 어디야? 좀 만나.
민혁 : 서희가 누구냐?
유리(E) : ...오빠,
민혁 : 나, 그런 사람 몰라.
민혁,전화를 끊는다. 속력 높인다. 앞차를 추월한다.
앞에 가던 차 운전자가 손짓하며 뭐라고 욕을 한다. 민혁, 무시하고 달린다.
S#47. 국도변 (밤)
민혁 승용차, 달리고 있다.
이윽고 맞은 편에서 오던 차를 피하려다가 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쳐박힌다.
승용차, 기우뚱하며 언덕 아래로 굴러 물속으로 반쯤 잠긴다.
운전대에 엎어지는 민혁. 눈 감으며 의식을 서서히 잃는다.
S#48. 종합 병원 외경 (낮)
S#49. 병실 (낮)
의사, 세준 눈에 감았던 붕대를 푼다. 송원장, 긴장하며 곁에 앉아있다.
의사 : 어때요? 보여요?
세준 : (둘러본다)
의사 : 통증은 없어요? 잘 보여요?
세준 : ...네...잘 보여요.
송원장, 세준 손을 잡는다.
세준, 시선으로 방안을 하나하나 둘러본다. 창 밖이 환하다. 눈부신 듯 시선을 떨군다.
S#50. 놀이공원 (세월경과)
바이킹 타는 세준과 바다(4세).
S#51. 놀이공원 일각 (낮)
바다, 세준과 함께 풍선을 사고 있다. 세준이 풍선 값 계산하는 동안 몰래 숨는 바다.
세준, 풍선 받아들고 주위 두리번거린다.
세준 : (놀라서) 바다야? 바다야 어디갔니?
바다, 한쪽 모퉁이에 쪼그리고 숨어있다. 세준, 놀라서 마구 찾는다. 바다, 까르륵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세준, 돌아서서 다시 오며 찾다가 이윽고 곁눈으로 바다를 발견한다. 모른 척 한다.
세준 : 바다야! 어딨어? (짐짓) 어휴, 안되겠다. 못찾겠네?
(아무데나 대고 소리치며)...바다야, 너 여기서 혼자 잘살아라! 아빠는 간다!
바다, 멍하니 본다. 멀어져가는 세준. 일부러 서둘러 간다.
바다, 두려워진다. 이윽고 쫓아가다가 놓치고 두리번거린다. 왕 운다.
세준, 숨었다가 쓱 나온다. 낄낄거리며 돌아와 안아준다.
바다, 뿌리치며 때리다가 매달려 통곡한다.
세준 : (끌어안고 웃으며) 울지마...임마, 니가 먼저 아빠 놀렸잖아?
바다 : (계속 훌쩍거리며) ...
세준 : (눈물 닦아주며) 어이구...그렇게 서러워?
바다를 안아서 번쩍 들고 걸어가는 세준. 풍선을 꼭 쥐고 인파 속으로 멀어지는 두사람.
S#52. 옥탑방 옥상 (밤)
불 환히 켜진 창문. 화분이 놓여있다.
세준이 서희에게 준 그 화분...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