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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정들도 산길 같아서 오고 가지 않으면 그 길은 끊어지나니. . .
이렇게 인사를 시작했더니 부산의 후배친구 박 춘규 사장은
눈길을 처음 걸으면 발자국이 남지만 그 길을 오고가면 눈길이 열린다고 답을 하더이다.
친구들간의 우정은 이리도 오고 가면 정이 도타와 진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는 인삿말의 대구이다.
오늘 우리는 부산 친구의 집에 와서 이런 인삿말을 주고받으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
몇년전 부터 오래된 친구 중학교 동기친구인 임 봉규 ( 서울대상대출신, 은행, 봉제업체, 청림대표 )사장과 그의 형제같은 후배 박 춘규 ( 신발업체, (주)삼우산업 대표 ) 사장의 성의어린 초대를 거듭 받아왔었다.
안동 친구 몇이서 점심을 먹다가 마침 동석한 임 대용 ( 주 뉴질랜드총영사 ) 대사가 청도를, 운문사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럼 가을 나들이로 청도 여행이나 하자고 했는데,
이런 국가기밀이 어느새 새어나가 청도 인근 양산에 새로 제 2 주거 별저를 마련하여 우거하고 있는 임 봉규 사장이 알게 되고, 또 그의 지근거리 후배친구 박 춘규 사장이 알게되어 청도 운문사를 슬쩍 스치고 바로 양산으로 오라는 초대를 받은 것이다.
우리 못말리는 점.대.위. 위원장 최 준걸회장의 불같은 성화로 우리는 무엇에 쫒기듯 청도를 거쳐 양산에 있는 임 봉규 별장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안그래도 파킨슨이라는 못된 손님이 들어 고생하시는 몸도 성치 않은 임 봉규 친구의 부인이 함께 어울리는 다인들과 소리하는 동생같은 귀인을 불러서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차공양에, 소리 공양에 더더구나 아픈 아내를 대신하였다는 임 사장이 직접 정성드린 꽃꽂이 꽃공양에 이르기 까지 석가 세존도 누리지 못할 격을 갖춘 환대를 받게 되어 우리는 감격, 또 감동을 받고 놀라고 또 놀라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어디 그 뿐인가 파킨슨을 앓는다는 부인이 잘 외워지지도 않는다면서도 알뜰히 준비했을 멋진 시 낭송까지 하여서, 더더욱 놀라게 하고,
형수님이 시 낭송하는데 나는 그냥 있을수 있냐면서 박 사장도 작자미상 안동찬가를 읊어대는데는 우리 일행은 그저 신선이 되어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싶어 눈물까지 훔치면서 감동받고 감격하고 있다.
부산 사는 안동 친구들도 접빈객, 봉제사라는 안동의 절대가치를 이리도 실제 살고 있다니 정말 안동은 안동인 모양이다.
사실 이 임 사장도 언젠가 큰 수술을 받은 엘로카드보유자이고 더구나 박 사장은 몇달전에 위암 수술을 받은 투병중 환자이신데 그 아픈 몸을 이끌고 이렇게 멀쩡한 우리들을 환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하시려는지 아예 이번 나들이는 자기들에게 맡기라고 하시기 까지 하니. . . 이를 어찌할꼬 !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
놀란 마음을 운남 고급 보이차로 달래고 있는데 시조창 정가의 < 청산은 어찌하여. . . > 소리가 대금의 자지러지는 반주에 맞춰 우리를 주저 물러 앉게 만든다.
경영업체들을 정리하고 이젠 유유자적 인생을 누리고 살려고 하시는 이 두분을 바라 보면서 느끼는 이 모든것이 이 가을에 우리가 그저 철학을 하게 한다.
그리고 다정하게 정 도탑게 나누고 사는 우정이 우리를 마음 다숩게 해주고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는 반가움이 두고두고 잊지못할 감동의 순간을 마련한다.
바로 이것이 살맛나는 우리 인생이 아니런가 ? 이게 우리가 마련할 시절이 아니던가 ?
그래서 지난번에 만났을때 아, 나, 쓰죽 우리 모임의 부산지부 지부장으로 임시 임명했던 임 봉규 사장에게 세계총재 자격으로 엄숙하게 최종승인을 선언하고 박 춘규 사장도 함께 하도록 일괄 승인 하였다. 하, 하 정말 웃긴다 정말 !
그래 우리 이리 사세나 그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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