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그런 영화로 넘겼었는데
온라인에서 누가 감독판이 나왔다길래
별거 있겠나 싶어 패스하려고 했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원작소설이 진짜라길래 용기를 내봤다
와~ 할 건 아니지만
재밌다, 색깔 독특하다
가장 기묘한 지점은, 열일곱 여자아이가 자기발로 걸어 들어가 창녀가 된 스토리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떻게 견뎠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책 끝에 작가는
북극 원주민? 그린란드 이누이트 얘기가 뜬금없이 나오더니
소설 배경 부산 구암 바다를 그렇게 연결시킨다
친절하게 작가가 구암 은 허구라고 소개했길 망정이지
지도에서 찾아볼 뻔
그도 그럴것이 영도에 가덕도에 다대포에 실화가 곳곳에 튀어나온다
아, 완월동까지
처음 본 영화랑은 다른 결말
이제 감독판을 봐야겠다, 또 어떤 변주가 나올라나
늘 하나마나한 짓거리를 하거나 하나마나한 말을 씨부려대기 때문에 사람들은사람들은그를 하나마나라고 부른다
그러다 귀찮아서 그냥 마나라고 부른다
... 놈은 그저 실없는 소리를 끝없이 씨부려대야 하는 슬픈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천씨 아저씨의 마술이 가짜였는지 모르지만 사탕은 모두 진짜였다
... 하지만 늙은 창녀에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은 이 거리를 월농이라고 불렀다. 달을 희롱한다는 뜻이다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월농의 건너편엔 완월동이 있다 ... 달을 완상한다는 뜻이고, 달에 익숙해진다는 뜻이고,
달을 가지고 논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달을 사랑한다는 뜻도 있다. 이름만 들으면 우아하고 풍류 가득한 동넨데
실제론 달을 찢고, 달을 때리고, 달을 괴롭히고, 달을 울리는 동네에 가까웠다
완월동은 사창가였고 월농은 술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깡패들이 보호비를 내지 않는다고 인숙의 포장마차를 박살냈을 때도 인숙은 울지 않았다
인숙은 방안에 웅크려 며칠 무슨 생각을 하다가 완월동으로 터벅터벅 들어가서 창녀가 되었다. 인숙이 열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슬프게도 구암 바다에서 쓸 만한 것들은 모두 늙었다 .. 정작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늙었다는 그 자체였다
늙은 창녀처럼 늙은 건달도 갈 곳이 없다. 건달이 늙으면 겁이 많아지고 겁이 많아지면 일을 가리기 시작한다
가시가 너무 뾰족해서 도둑이 다치겠는데요?
창살은 원래 그러라고 만드는 거다
그럼 장미 문양은 왜 넣는데요?
뭐 도둑만 사는 세상은 아니니까
그들은 병신 같거나 허약하거나 이 거친 세상을 견디기에는 너무 낭만적인 사람들이었다
구암 바다를 한번 떠난 여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남자는 뜯어지고 찢겨진채 비굴한 모습으로도 돌아오는데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여자가 더 자존심이 세서인지 여자가 더 살 만해서인지 알 수는 없었다
비밀은 없고, 마음은 안타깝고, 피는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