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가는 길

[김영일]

 

창덕궁 가는길

우리 화산중학교는 학생 수 80명의 소규모학교이기 때문에 3년에 한번 씩 수학여행을 간다. 수학여행지는 부여, 공주 그리고 경주는 벌써 초등학교 때 가봤다고 해서 정한 곳이 서울방면이다. 용인 에버랜드에서 장미축제와 놀이기구 등을 즐긴 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지인 월미도에서 숙박하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철부선을 10분정도 타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며 놀면서 오다보면 이곳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이다. 우리는 이곳 공항을 견학하였는데 안내하는 아줌마 해설사 설명을 듣고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보고 새삼 놀랐다. 공항 완공은 2020년을 목표로 지금도 건설 중이고 갯벌 땅에 건물은 지진에 대비해 떠있는 식으로 설계되어 지어져 있고,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된 영광을 안고 있어 시설 면이나 아름다운 면에 있어서 가히 세계적인 공항임을 알 수 있었다. 순전히 우리 기술진에 의해 제작 설계되었고 8분의 설계사가 참여해 제작되었는데 그중 여자 설계사가 주역이 되어 설계했다는 말을 듣고 여기서도 여성상위 시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체 건물은 보라매 형상이고 선모양은 태극선 무늬를 활용하여 한국의 미를 살렸다고 설명한다. 특히 잘 단장된 식물원과 유리통로, 자동온도 조절기능장치 그리고 철로 만들어진 골조물 등은 인상적이었다. 항상 이곳을 통해 해외여행에 나서지만 사실 이런 훌륭한 시설이 갖추어진 줄은 몰랐다. 이곳을 견학하고 서대문 형무소를 거쳐 창덕궁에 도착했다.

창덕궁은 태종 5년인 1405년에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진 궁궐로 1459년 세조 때에는 그 규모가 15만평에 이르렀다고 한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궁궐 대부분이 불에 타 소실되었다가 선조에 의해 복구가 시작되어 광해군 때 완료되었으나 인조반정에 의해 또다시 소실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친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창덕궁은 광해군 이후 고종 때까지 13대에 걸쳐 270년간이나 왕이 정사를 보았던 곳으로 정궁인 경복궁보다도 오랫동안 왕이 거처하던 궁이다. 한편, 창덕궁 후원은 한국 전통 조경의 특성이 잘 보존된 대표적 궁궐정원으로 현재 28동의 정자와 누각이 남아있다. 1997년 12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은 이제는 국제적으로 보호되어야할 인류 공통의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돈화문(敦化門) 앞의 풍경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탓인지 외국인이 무척 많이 온다. 우리 얘들은 외국인만 보면 꼭 나를 부른다. 도와달라는 것이다. 마침 호주에서 신혼여행 차 온 말쑥한 부부가 있었는데 야단이다. 사진을 같이 찍자. 되지도 않은 영어지만 의사소통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살짝 얘들한테 가르쳐 주면 그렇게 좋아하고 이야기해보고 즐거워한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해설사를 기다린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 무려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얼마든지 얘들한테 설명할 준비가 되어있지만(홍순민의 궁궐이야기와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기행을 읽어보면 도움이 됨) 개인적인 해설은 안 되고 꼭 창덕궁에서 지정한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것이 약간 개선되어 목요일에는 자유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음 대하는 문이 돈화문이다. 敦化의 뜻은 백성을 가르치어 감화시킨다는 뜻이다. 태종 12년 창덕궁의 정문으로 창건되었으며 이듬해 태종의 공덕을 새긴 일만 오천 근의 동종을 달았던 곳이다. 지금의 돈화문은 선조 40년 재건되었으며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2층문 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곳은 원래 월대가 있었으나 순종황제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밀어버리고 아스팔트를 했다가 1997년에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돈화문을 통과해 우리는 나이 지긋한 해설사를 따라 설명을 듣는데 아주 공부를 많이 하는 학자 분인 것 같다.

이곳을 지나면 회양목 3그루가 보인다. 이것도 다 뜻이 있다. 3정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천교가 나타난다. 금천교는 1411년에 건축된 그러니깐 600년이 지나도 튼튼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다. 이것을 보니 10여 년 전 성수대교 사건이 생각난다. 우리 선조들은 장인정신과 나라님이 사시는 곳에 다리를 만든다는 자긍심 하나로 이런 튼튼한 다리를 만든 것이다. 금천교를 지나 조금을 지나면 진선문에 이른다. 진선문은 태종 때 이곳에 신문고가 설치되어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약간의 의문점이 생긴다. 곳곳에 군사들이 지키고 있는 데 어떻게 백성들이 이곳까지 와 신문고를 칠 수 있을까 아마 정치적인 쇼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사실 기록에는 왕이 친히 나와 백성들의 억울함을 들어주었다니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진선문을 지나면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사다리꼴 모양이다. 오른쪽에는 숙위 군사들의 막사가 보이고 조금을 지나면 왼쪽으로 창덕궁의 법전인 인정전이 나타난다.

왜란 이후 조선의 정전 인정전(仁政殿)

창덕궁의 정전(법전)인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사신 접견등 주요 국가 행사를 치르던 곳으로 순조 4년에 복구된 것이 그대로 남아있다. 겉으로는 2층의 수려한 모습인 인정전의 내부는 상하 구별이 없이 탁 틔여 엄숙함 마저 느껴진다. 바닥에는 마루가 깔려 있고 당시 창덕궁에 전기가 들어온 까닭에 천정에 달린 샹들리에가 새삼 새로운 분위기다. 용마루에는 오얏꽃 문양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일본의 사쿠라 꽃'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조선이 독립국임을 상징하는 이씨(李氏)의 표상이다. 그리고 인정전 현판을 쓴 분은 한석봉과 동시대 사람인 이해룡이라는 분이 썼다고 한다. 경복궁 근정전처럼 신하들의 지위가 적힌 품계석이  있고 조정에는 박석이 깔려 있는데 기계로 깎아서 인지 투박하고 옛스런 맛이 덜하다. 이곳을 나와 오른쪽을 보면 왕이 직접 고관들과 현안문제를 두고 논의를 했던 빈청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순종 임금이 타고 다닌 1903년산 제너럴 모터스에서 제작한 캐디락 자동차가 진열되어 있는 어차고로 쓰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주재소인데 이는 조립식으로 되어 이동하며 왕이 쉴 수 있는 이른바 이동식 휴게실이다. 왕이 한번 행차하면 많은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 자제했다고 하는데 정조는 아버지 묘소 현릉원을 참배하러 가기위해 이것을 가장 많이 애용했다한다. 이곳에서 앞으로 보면 낙선재가 나온다. 주변에는 많은 잔디가 깔려있는데 동궐도에 보면 이곳에는 많은 궐내각사가 있었던 곳이다.

낙선재 

왕위에 오른 후에야 혼례를 치른 헌종이 재위 13년 되던해 후궁 김씨를 위한 처소로 마련한 곳이 낙선재다. 영친왕이 이곳에서 승하하셨고 1989년 4월까지 덕혜옹주, 영왕비였던 이 방자 여사가 사시다가 돌아가신 곳으로 그 쓸쓸함과 아쉬움이 절실히 느껴진다. 낙선재는 현재 창덕궁을 통해서 갈 수 있지만 궁궐지에 의하면 원래 창경궁에 속한 건물로 석복헌, 수강재 등과 함께 한 일곽을 이루고 있었으며, 후원에는 취운정, 상량정, 한정당 등 여러 채의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관람할 수 있는 지역 외에도 상당히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을 나와 보면 또 잔디밭이 보인다. 옛날 동궁 말하자면 세자가 거처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왕자수업을 받았던 건물들이 많이 있는 곳인데 없어지고 모두 잔디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곳은 항상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경당과 교대로 나누어서 관람할 수 있다.

희정당

임금님의 침전이다. 1917년 화재에 의해 소실되었던 것을 1920년에 경복궁 강녕전을 헐어내고 옮겨다 재건하였다. 희정당은 창덕궁의 여러 건물들이 그렇듯 조선후기 서구 문명이 유입된 흔적을 잘 보여주는데 첫번째로 우리 전통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현관이 나타나 있고 자동차가 들어와 댈 수 있도록 한 구조도 볼 수 있다. 또한 내부에는 붉은 카페트에 인정전과 같은 샹들리에, 서구식 가구가 놓여 있어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경술국치의 현장 대조전(大造殿)

왕과 왕비의 침전이다. 왕이 상주하던 곳인 까닭에 지붕에  용마루가 없다. 희정당과 마찬가지로 1920년 경복궁 교태전을 헐어다 옮겨지은 것으로 화려하지 않은, 검소한 모습이다.

월대는 창경궁 통명전이나 경복궁 교태전만큼 넓지는 않지만 아담한 멋이 풍긴다. 고종황제는 가끔 당대의 명창을 불러다 명성황후와 함께 이곳에서 궁정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은 한일합방조약을 체결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면서 순종황제께서 운명을 다한 곳이다. 일본은 순종을 ‘창덕궁 이왕’으로 격하하고 창덕궁과 함께 철저히 세상과 격리시켰다. 순종은 평생을 괴로워하시면서 이곳 대조전에서 생을 마감한다. 다음은 순종황제가 남간 유언이다. “지난날 한일합병은 일본이 멋대로 만들고 선포한 것이다. 나는 죄인이다. 나는 500년 종묘사직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고 이천만 내 백성에 죄인이다. 죽지 않는 한 이것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노력하고 광복하라. 광복하라......”

중전마마의 쉼터 경훈각(景薰閣)

경훈각은 대조전 뒤에 연결된 생활공간이다. 이곳이 가장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건물이다. 수라간이 있고 많은 왕들이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부엌과 화장실, 아궁이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역시 1917년에 불타버려서 다시 지었다. 지금은 단층이지만 원래는 이층건물이었다고 한다. 후원 주합루 건물에서도 일층은 규장각(奎章閣), 이층은 주합루(宙合樓)라고 했듯이 경훈각이라는 이름도 1층을 가리키는 것이고 2층은 징광루(澄光樓)라고 했다. 동궐도에는 경훈각이 2층 건물에 청기와를 얹은 것으로 그려져 있다.

창덕궁 후원에서 (後苑)

창덕궁 후원은 ‘비원(秘苑)’이란 별칭답게 오랫동안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 아직도 43만3000여 m²(12만여 평) 가운데 70% 가까이가 비공개 지역이다. 나무가 130여 종에 200년이 넘은 거목이 울창한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15분 정도 걸으니 볕이 잘 드는 곳에 굴참나무, 물박달나무가 나타났다. 막다른 길에 이르자 사방이 온통 갈참나무다. 갈참나무는 나뭇결이 곧고 단단하다. 

물에 발을 담근  나그네의 형상 부용정(芙蓉亭)과 부용지(芙蓉池)

창덕궁 관람중 중간 휴식을 취하는 곳이 부용지다. 사각의 넓은 연못 중심에 작고 둥근 섬이 앉아 있는데 음양오행설에 따라 조성한 것이라 한다. 부용지(芙蓉池)는 가로세로가 30미터에 달하는 네모꼴의 큰 연못이다. 동궐도를 보면, 옛날에는 이곳에 배를 띄워 놀았음을 알 수 있다. 그 한 가운데에는 동그란 섬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전통적 우주관에서 비롯되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것이다

연못의 남쪽 지벽 모서리에는 모나지 않는 물고기 조각을 볼 수 있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다는 데서 새겨넣은 듯하다. 부용지 남쪽에는 부용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꽤 복잡한 듯한 구조를 하고 있는 이 정자는 위에서 보면 亞자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앞쪽 초석 2개가 부용지 속에 드리워져 있어 그 정취가 가히 낭만적이다.

임금님의 문, 탕평책의 산실 어수문과 주합루

부용지로 내려가는 언덕에서도 이미 보이는 주합루는 다락집 분위기의 2층 건물로 1층은 규장각 서고, 2층은 열람실이다. 1층 서고에 있던 서책들은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져서 일반인들에게 마이크로필름 등으로 공개되어 있어 열람이 가능하다.

주합루로 올라가는 계단입구에 마련된 어수문은 임금은, 물고기에게 있어 물처럼 모든 신하를 잘 어우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문으로 임금이 사용하는 문과 신료들이 드나드는 문이 달리 되어 있다. 태국에서 게이쇼를 볼 때 부용지와 규장각 건물을 배경으로 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과거 시험장 영화당

부용지 동쪽에 자리한 영화당은 왕실 가족들의 휴식처로 사용되기도 하고, 과거를 시행하는 날이면 임금이 직접 친림하여 과장을 둘러보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당 앞쪽 비교적 넓은 뜰인 춘당대가 과장으로 이용되었는데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었다고 한다. 영화당에 올라서면 춘당대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게 되어있다.

정조를 본받고 싶었던 효명세자의 정신 기오헌(寄傲軒) 

기오헌은 순조(純祖, 23대)의 아들 효명세자(孝明世子, 뒷날 헌종 때 翼宗 칭호를 받음)가 지은 집이며, 그가 가끔씩 와서 독서를 즐기던 곳이다. 효명세자는 할아버지 정조를 무척 존경하였고 그 개혁정신을 본받고 싶어했다한다. 홑처마의 팔작지붕이고 단청을 하지 않은 검소한 집이다. 온돌방 하나와 대청, 누마루로 되어있다.

늙지 않게 하는 문과 연꽃이 아름다운 곳 불로문(不老門)과 애련정(愛蓮亭) 

불로문은 단 한 덩어리의 돌을 깎아서 만든 문이다. 이걸 만들 때도 얼마나 정성이 들었는가를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다. 조금만  정으로 잘못 쪼아도 다 깨져 수포로 돌아가는데도 그렇게 만들었다니 새삼 정신력과 집중력이 돋보인다. 이름 그대로 이 문을 지나는 사람은 늙지 않고 장수한다는 말인데, 불행히도 조선왕조 27대 왕들 중에서 장수하신 분은 몇 분 되지 않는다. 이 문을 지나면 작은 연못이 나오는데 이를 애련지라고 한다. 연꽃을 사랑한다? 그럴 듯하다. 애련정은 1692년(숙종 18)에 지은 정자다. 왕 자리도 편치 않을 때가 많은데 연꽃을 보면서 잠시 힘든 생활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해설사는 이곳의 가을 풍경은 정말 비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덕궁에서는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궁궐 안 아흔아홉 칸 사대부집 연경당(演慶堂)

연경당은 궁궐 내에 있지만 사대부 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곳이다. 연경당의 대문인 장락문(長樂門)은 솟을대문이다. 평대문(平大門)이 대문을 설치한 행랑채의 지붕과 같은 높이, 같은 지붕 속의 것이라면 솟을대문은 행랑채 지붕보다 한 층 높인 지붕을 덮고 있다. 연경당이라는 이름은 사대부 집의 사랑채인 연경당을 두고 한 말이다. 입구인 장락문으로 들어가면 하인들이 기거하는 방들과 마구간 그리고 간이 화장실이 나온다. 그곳에서 보면 두 개의 문이 나타나는데 오른쪽은 사랑채로 통하는 문인 장양문, 왼쪽은 여자들이 사용하는 안채의 문인 수인문이다.

사랑채 동쪽의 선양재는 책들을 보관하고 책을 읽는 서재이다. 중앙에 큰 대청을 두고 양쪽에 온돌방을 두었다. 그리고 정면이 되는 서쪽으로 기둥들을 세우고 맞배지붕을 덮어 차양을 만들었다. 정자살로 짜여진 문짝을 가로로 달고 끈으로 잡아당겨 기둥에 단 고리에 매어 놓아 햇빛을 조절하였다. 선양재 뒤쪽으로는 농수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정자이다. 단청이 없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남성의 공간인 사랑채를 지나면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가 나온다. 안채는 사랑채와 연결되어 있고 음식은 안채의 뒷담 밖인 ‘반빗간’이란 곳에서 했다고 한다. 그곳을 별채라 부르는데 여인들이 목욕하는 곳도 바로 별채에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듯 연경당은 궁궐 안에 있으면서도 사랑채, 안채, 별채, 서재, 정자, 후원까지 완벽하게 갖춘 사대부 집의 형태이다. 연경당은 순조28년(1828)당시 왕세자였던 익종의 청으로 사대부집을 모방하여 궁궐 안에 지은 이른바 99칸 집이다. 순조의 왕세자인 익종은 순조9년에 태어나 순조 27년 왕명으로 대리청정을 하다가 순조30년(1830)에 세상을 떠났다. 그 뒤 아들이 헌종으로 즉위하자 왕으로 추증되어 익종으로 종묘에 봉향되었는데 연경당은 바로 익종의 대리 청정 때 창덕궁 안에 지은 것이다. 순조대왕이 세자인 익종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이곳에서 자주 휴식을 취했다고 왕조실록은 전하고 있다.

관람정부터는 일반인의 관람이 금지되어 있지만 근래에 일부 인터넷 예약자들에 한해 개방하고 있다. 관람정은 한반도 모양을 한 반도지라는 연못에 위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자 속의 정자 존덕정과 후원의 꼭대기에는 능허정과 취금정이 있다고 하며 울창한 숲속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보고 있으면 천상의 세계가 바로 이 옥류천 일대라고 해설사는 나에게 살짜기 설명해 주었다. 다시 창덕궁을 관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 이곳을 구경하고 싶다.

보통 이것으로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후원 숲을 지나오면 호젓한 길이 나온다. 학생들은 점심을 먹지 않아 배고파한다. 그래도 녀석들은 나를 잘 따라 온다. 마지막 까지 열 명의 학생이 나를 따른다. 때마침 우리와 함께했던 외국여성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나는 얼른 어디서 왔냐고 물었더니 아프리카 북부 튀니지에서 왔단다. 불문학을 전공한 교수 출신이라 하는데 상당히 미녀였다. 한국에 온 목적은 한국불교에 관해 연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 하는데 아는 한국인 교수가  갑자기 일이 생겨 우선 혼자 창덕궁을 관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정말 아름답고 다 영어를 잘 하고 안내를 잘 해주어 10일간의 일정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다고 털어놨다. 튀니지는 옛날 카르타고다. 지중해 패권을 두고 한니발 장군이 로마 스키피오와 대결을 벌였던 이야기를 하니깐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한다. 서양사에 관심이 많다고 하자 그녀는 금새 우리와 친해진다. 우리 학생들과도 금방 어우러져 영어로 농담도 하고 즐거운 한때를 즐길 수 있었다. 

[김영일]

창덕궁 가는길에 시립미술관 쪽을 보니깐 모네의 작품전이 8월까지 전시되고 그 옆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중국국보전이 9월까지 전시된다고 합니다. 6월 서울답사때는 이곳도 함께 일정에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서울 언제 가보아도 볼거리가 많네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