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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과봉은 욕지도에서 조망이 최고로 좋은 곳이다
- 개미목에서 도로를 버리고 왼편 산길로 접어들면 산비탈에는 온통 고구마밭이다. 수확이 끝난 밭에는 고구마덩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곳 고구마는 외지인들에게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통영의 특산품이다. 된비알을 5분쯤 오르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정자가 있다.
이곳이 욕지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물론 주변 조망은 말할 것도 없다. 푸른 바다에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해안선의 절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통영 화가 전혁림 화백은 ‘코발트블루, 청색의 의미는 바로 통영의 바다 빛깔’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자에서 곧장 넘어서면 이정표(노적 2.0km, 혼곡 0.5km)가 있는 도로를 만난다. 이곳에서 맞은편의 통나무 계단길로 오르면 잡풀이 뒤엉킨 밭두렁을 따라 왼편으로 에돌아 나아간다. 해송이 빽빽한 비탈길을 벗어나면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도로에 올라서게 된다. 여기가 천황산으로 접어드는 산록으로 대기봉까지는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등산로 안내판 오른편으로 열려 있는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편편한 구릉지대로 오르면 무덤이 있고, 이 무덤을 왼쪽에 끼고 돌면 숲길이 이어진다. 지금쯤이면 육지의 산에는 단풍도 시들어가고 있을 때지만 이곳은 아직 푸르고 싱싱한 숲이다. 기온이 따뜻하고 날씨가 좋은 남해안의 기후 탓도 있겠지만, 섬에서만 자생하는 상록수림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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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일출봉에 오르면 천황산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섬의 형태를 읽을 수 있다. 2 포장도로를 걷다보면 잔잔하게 펼쳐진 바다가 남국의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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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전망이 좋은 할매바위를 지나 염소목장 출입문을 지나면 로프가 설치된 바위를 오르게 된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한 배려임을 엿볼 수 있다. 로프를 잡고 올라서면 매바위. 주변 조망이 빼어나 발아래로 욕지항과 지나온 등로가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경사가 가파른 된비알이다. 휴식으로 식었던 땀이 등줄기를 타고내릴 즈음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대기봉(355m)을 밟고 올라선다. 상봉은 갈림길로, 이정표(혼곡 1.9km, 태고암 0.9km, 새천년 기념탑 1.5km)에 나무 벤치와 테이블이 있을 뿐이다.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주변 조망을 즐기다가 태고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숲속을 잠시 벗어나면 널찍한 평원이 나타나고 눈앞에 천황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오를 수는 없다. 기암의 상봉은 군부대 시설물이 차지한 통제구역이다. 1981년부터 군사보호구역으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해 왔다. 최근 욕지 주민들은 천황산 정상 개방을 요구하는건의문을 부대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곳 천황산의 유래는 일제의 잔재는 아닌 것 같다.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산기슭의 제당에 천황산신천제(天皇山神天帝)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 산의 상봉 서남쪽 처마바위 아래에는 제65대 삼도수군통제사 이세선 장군(임기 1687-1689)의 친행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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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온이 따뜻하고 날씨가 좋은 남해안의 특성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푸르고 싱싱한 숲. 2 석간수 한 모금이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는 태고암.
- 오른편 산비탈로 5분이면 태고암이라는 조그만 암자에 이른다. 법당에 산신각 요사채 각각 한 동으로 이뤄진 단촐한 암자다. 이 암자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 한 모금은 산행의 피로를 씻기에 충분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다시 도로를 따라 10분이면 안내판이 서있는 삼거리인 태고암 입구. 왼편 시금치재(덕동재)를 넘으면 덕동으로 통하고, 오른편 도로로 내려서면 여객선 부두에 닿는다.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면 짙은 숲속이다. 비스듬히 왼편 능선으로 붙으면 시금치재에서 약과봉으로 연결되는 산길과 마주친다. 이 길로 오른편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면 공동묘지를 지나 20분 거리에 약과봉(315m)이다. 약과봉은 욕지도에서 조망이 최고 좋은 곳으로 여겨진다. 섬 전체는 물론이고 연화열도의 섬들을 비롯해 날씨만 좋다면 대마도와 매물도, 거제도, 미륵산, 남해도, 여수 소리도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산은 이정표(논골 1.3km)가 가리키는 숲속으로 잇는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숲속을 빠져나와 KT송신탑이 보이는 도로에 선다. 도로를 따르면 욕지항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곧장 동항리 여객선 부두에 닿는다. 부둣가에는 천연기념물 제343호인 모밀잣밤나무숲이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