疑婦無脚 (의부무각)
한 신랑이 첫날밤에 합근주를 마시고
一新郞合巹之初夜 일신랑합근지초야
처와 기쁨을 나누려고
將與妻交歡 장여처교환
이불 속으로 손을 더듬어보니
衾下手撫 금하수무
여자의 두 다리가 없었다
女無兩脚 여무량각
깜짝 놀라서 말하기를
乃大驚曰 내대경왈
“내가 다리없는 마누라를 얻었군, 장차 어디에 쓰리오.”
『吾得無脚之妻矣 將焉用哉!』
급하게 장인을 불러서
急呼聘翁 급호빙옹
그 연유를 말했더니
告其緣由 고기연유
장인이 괴이하게 여겨서 딸에게 따져 물었더니
翁怪之而詰問於女 옹괴지이힐문어녀
딸이 말하기를 “신랑이 장차 일을 행하러 하기에, 내가 먼저 다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女曰 『郞將行事 吾先已擧脚故也』 여왈 랑장행사 오선이거각고야
《蓂葉志諧》
명엽지해는 조선시대 홍만종이 쓴 한문소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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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못쓰게 하는 남의 이야기 하나/ 김민정
-곡두 19
드라마 보다 자막에 밑줄 그은 이야기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서 김영옥 할머니가
다리 저는 아들이 결혼시켜달라고 조르니까
이렇게 말했다.
야, 이 미친놈아,
밭일은 안 하고 밤일만 생각하는 새끼야,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이순재 할아버지가
택시로 함께 드라이브 나선 강부자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창밖 사람 구경혀.
어차피 평생 모르고 살다 갈 사람들이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문학과지성사, 2019.
첫댓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