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각산(正覺山)을 영남알프스의 언저리봉이라고 한다.
아마도 영남알프스 옆뽈떼기에 붙어있어 생긴 별칭같다.
내로라하는 영알의 준봉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며 설움을 곱씹었을 정각산이지만 능선의 한자락을 단장천으로 깔아 앉히는 승학산을 거느리고
위로는 미륵 실혜 정승 구천을 호위하는 중심봉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않아 능선의 한자락은 아예 천황산에다 등을 기대놓고 있다.
필자는 4년여 전에 구천리 마을회관을 원점회귀하는 도상 13.5km의 산길을 7시간동안 걸은 적이 있다. <☞ http://blog.daum.net/bok-hyun/223>
한적한 능선길을 영알의 준봉들과 어깨를 나란히 걷노라면 산고수장(山高水長)의 고장이란 말이 헛말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들머리가 다를 뿐 추억의 산길을 다시 한 번 찾는다는 느낌이다.
밀양(密陽)은 ‘볕이 은밀하게 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마른 장마속 이글거리는 태양은 높은 산들에 둘러쌓인 밀양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일기예보는 으례히 밀양을 폭염의 고장으로 각인시키고 밀양의 낮기온을 섭씨 36도로 예보하고 있다.
거기다 습도까지 가세하니 말그대로 고온다습(高溫多濕)으로 푹푹 찌는 듯하다.
신대구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밀양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부산 덕천동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어느 새 밀양IC로 내려선다.
창 밖으로 눈에 익은 산들이 아는 체하며 눈인사를 건넨다.
아래 개념도는 참고용
네비엔 '호반테마랜드' 또는 '호반갬핑장'을 입력하여 발례마을 입구인 삼거리에서 하차를 한다.
대형버스는 여기까지.
발례마을 표석이 있는 'Y로' 중간의 대형 안내판엔 대소농원의 문패가 붙어 있고,그 꼭대기엔 정각산 약 4km라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15t 이상 진입금지'된 우측 포장도로를 따라 백운암까지 약 한 시간을 걸어야 한다.
폭염주의보가 내려 이글거리는 포장로를 걷는 맛이란...ㅜㅜ
도로 중앙으로 구름을 이고있는 산이 정각산인 듯하다.
좌로 발례마을회관을 지나 마을을 관통하여...
뜨거운 햇살이 익히는 얼음골사과밭을 지나...
곧장 '호반테마랜드'방향으로 간다.
앞으로 능선 한자락을 내어놓은 뾰족한 정각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포장로는 지루하게 이어지고...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애기사과도 바알갛게 익어간다.
이제 여기에서 '호반테마랜드'와 이별이다. '호반테마랜드'는 직진이고 우리가 가야할 백운암은 우측 오르막길이다.
길 좌측 숲속에 은폐된 스텐레스 이정표의 백운암 방향이 '호반테마랜드'를 가리키고 있다.
백운암과 정각산은 오른쪽 오르막길이라는 사실.
지루한 포장로를 걷다 돌아보니 사진 중간에 운문산과 오른쪽 영알의 맏형격인 가지산이 반쯤 가려져 있다.
포장로 좌 우에 기립해 있는 석장승 두 기는..
삭발한 스님을 닮아 있다.
석장승 스님의 표정은 사찰 일주문에서 악귀(惡鬼)를 발로 밟고 선 '사천왕(四天王)'의 표정처럼 무섭다.
비오듯 흐르는 땀방울을 식히려 두어 평 나무그늘에서 두어 번 쉬었다가 백운암 주차장에 닿았다. 소형차는 여기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다시 뒤쳐진 후미팀들을 기다리며 바람없는 주차장에서 애꿎은 물만 벌컥벌컥 마셔댄다.
백운암 주차장에서의 이정표.
철교를 건너면 당우 한 채와 삼층석탑이 유일한...
백운암(白雲庵)엔 스님은 출타중이고 안계신다.
당우 오른쪽으로 외로이 선 삼층석탑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낮은 기단에 낀 이끼는 연륜을 가늠케 한다.
낮은 1층 기단에 올려진 1층 탑신은 2,3층 탑신에 비해 너무 길어보여 언밸런스해 보이지만 지붕돌(옥개석) 처마를 살짝살짝 추어올린 모습은 영락없는 통일신라시대 탑을 닮아있다. 좀 둔해 보이긴 해도...
.
철교 아래로 흐르는 작은 개울엔 맑디맑은 청정계곡수가 흐르고 소박한 암자 뒤론 청옥병(靑玉屛)이 둘러쳐져 있으니 가히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풍수라 할 만하다.
옛날 선인들은 풍수지리를 완성하기 위하여 앞마당에 작은 인공연못을 파기도 하잖았던가?
(산길은 백운암 앞 철교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계류를 좌측 겨드랑이에 끼고 오른다.)
정열의 빨간 셔츠 이형규 전회장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제법 가파른 오름길에서 만덕동 새댁이들이 가쁜 숨을 고른다.
거북을 닮았나?
가파른 오르막 우리들의 오름짓은 계속되고 땀은 비오듯 이마며 목덜미를 적시더니 이내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눈 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암벽. 곱게 깔린 이끼들 틈새를 비집고 암벽 정수리에 올라 앉는다.
WOW! 이윽고 터지는 조망. 운문지맥(雲門枝脈)이다.
사진 제일 오른쪽 깨진바위로 보이는 억산에서 좌로 구만산 육화산으로 운문지맥이 뻗어간다.
운문지맥은 영알의 최고봉인 낙동정맥의 가지산(迦智山)에서 분기하여 운문산(雲門山),억산으로 흘러와 구만산,용암봉,중산,낙화산,보담산,비학산을 거쳐 밀양강변에 이르는 도상 33.7km의 산줄기를 말한다.
우리가 초입을 잡았던 곳.
사진 우측으론 우리가 밟고 갈 능선이,그리고 그 뒤로 억산과 구만산 육화산이,능선 앞으로 북암산까지 가늠된다.
카메라를 더 오른쪽으로 돌리니 우리가 나아갈 능선에 솟은 실혜산과 더 우측으로 정승봉과 영산(구천산)이 나무에 살짝 가려져 있고 그 뒤로 운문산과 가지산이 우뚝 솟아있다.
고개 들어 잡목사이 하늘금을 올려다보다 이윽고 하늘금(주능선 갈림길)에 닿았다.
단장면 방향은 승학산 가는 길이다.
반대편 산자락을 타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연출하지 않은 만덕동 새댁이들의 뒤태가 아름다워 셔터를 누르곤...
자리바꿈을 하였더니 이제는 양산쪽 영알이 줄기차게 하늘금을 그린다.
왼쪽 가까이에 향로산과 백마산 그리고 밀양호가,그 뒤로 영축산에서 흘러내린 시살등 죽바우등과 오룡산 염수봉까지 가늠된다.
무거운 구름을 잔뜩 이고선 첩첩의 낯익은 산들.
주능선에 붙어서는 제법 여유로운 발걸음이다.
정상에 선 일행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정각산의 소박하지만 앙증스러운 표석은 예전 그대로이다.
영알의 그것에 비하여 너무 홀대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상에서의 이정표
정상부근에서 느긋하게 식탁을 차렸다. 그리고는 룰루랄라 평이한 능선길을 걷는다.
지난번 내가 올라왔던 폐광굴이 있는 처매덤골(구천리회관) 갈림길이다.
구천리회관(폐광굴) 갈림길의 이정표
다시 만나는 뻥 뚫린 전망대.
힘든 산행의 와중에서도 조망에 넋을 빼앗긴 일행들.
일직선으로 하늘금을 그리는 영남알프스
방향을 살짝 틀면 영알의 최고봉인 가지산이 구름을 잔뜩 이고있다.
중간에서 만나는 이정표
줄을 이어며...
내려서니 끝방재다.
왼쪽에 보이는 비포장 임도는 송백리(송백교회 4.3km) 가는 길이고 정승동 마을(1.4km)은 오른쪽 내림길이다..
끝방재 사거리의 이정표
끝방재에서 더위에 지친 우리들은 구수회의(鳩首會議)를 연다.
의제(議題)는 실혜봉으로 계획대로 진행을 하느냐,아님 여기에서 탈출을 하느냐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9명은 탈출조,4명은 정상조로 편성.
바람 한점없이 꽉 막힌 실혜봉 오름길을 발등만 보고 걷노라니 너무나 예쁜 보랏빛 산도라지꽃이 길을 막는다.
그제사 여유를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니 울울창창 적송(赤松)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767봉(미륵봉)을 지나 다시 안부에 내려선다.
마지막 오름인 실혜봉을 코앞에 남겨두고 만나는 사거리에서,오른쪽 산사면을 에두르는 길은 실혜봉을 밟지 않고 정승봉으로 질러가는 길이다.
우리는 실혜봉에서 원서리로 내려서야 하기 때문에 직진 오름을 해야한다.
그런데 오른쪽 산사면 지름길에 국제신문 시그널이 붙어 있다.
그건 작년에 국제신문이 다시 답사한 <구천마을 버스 정류장-정승동-끝방재-정승봉-정승고개-도래재(만둥이재)>때 달은 표식이다.
그 새 스텐으로 만든 실혜봉 표식이 바껴 서있다.
실혜봉 정상에서 진행방향으로 100여 미터 내려서면 만나는 'Y로' 삼거리에선 좌측으로 내려서야 한다.<중요지점>
좌측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자 이내 펼쳐지는 운문산과 가지산의 준령.
내림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내려닫기에는 무리가 없다.
능선 끝자락에 이르러 산길이 모호해지더니 웃자란 잡초와 칡덩쿨이 등로를 덮고 있다.
풀섶을 헤치고 큰 건물 뒤로 내려서서 ...
돌아보니 무슨 창고건물인지 설명이 없어 알 길이 없다.(위에 있는 건물 뒷자락으로 우리가 타고 내려온 능선이 보인다.)
길을 따라 내려서니 앞자락에 수리봉(767m)과 우측 뒤로 억산과 좌측 뒤로 북암산(807m)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번듯번듯한 용도 불명의 대형건물들을 뒤로하고...
24번 국도에 내려서면 좌측에 보이는 주황색 지붕이 원당마을회관 건물이다..(위로 난 도로는 신작로이고,아래는 구도로)
원당마을회관
원당마을회관에서 바라보는 우리가 내려온 길.
버스 정류장은 원서리 정류장이다.
원서리는 석골사 입구이다.
수리봉과 북암산과 억산과 구만산과 운문산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석골사가 아닌가?
거기다 한여름 시리디시린 계곡수는 완전 덤이다.
36도의 폭염에 한 껏 데워진 몸을 수로에 담그면서 산행은 끝이난다.
차량 이동중 제공된 맥음료와 소주 몇 잔은 꿀맛 같다.
이백- 將進酒(술을 권하며)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군불견 황하지수천상래 분류도해불부회)
君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군불견 고당명경비백발 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인생득의수진환 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천생아재필유용 천금산진환부래)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팽양재우차위락 회수일음삼백배) <하략>
그대, 보지 않았는가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콸콸 흘러 바다에 이르러 다시 돌아가지 못함을
그대, 보지 않았는가
멋진 저택에서 거울에 비친 백발을 탄식하나니,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카락이 저녁녘 흰눈이 내렸구나!
인생에서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즐기기를 다할지니
금술동이를 부질없이 달빛 아래 두지 말고 어서 가져오게나
하늘이 나를 낼 적엔 재능이 반드시 쓸 곳이 있었겠지
천금의 돈도 다 쓰고 나면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니 뭐 아끼려 드는가?
양을 삶고 소도 잡아 즐겨보세
모르긴 해도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해야지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