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종이접기:연꽃을 접듯이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야구장에 갔을 때, 그 땡볕을 가릴 모자를 신문지로 쓱싹 만들어 쓰는 일은 아마 지구상에서 한국사람이 제일 잘 할 것이고, 어렸을 때 간단한 종이배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본이었으며, 좀 어렵다고 하는 종이학도 조금만 배우면 쉽게 접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꽃을 제일 많이 접었는데, 어느해 초파일을 맞아 연꽃을 접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접곤 하였으나 나중에 연꽃이 주변의 생태계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수생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연꽃을 접을 때 그 하나하나에 특별히 정성을 들여 접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렇게 종이접기를 시작했던 내가 드디어 한국을 떠나 미주지역에 ‘종이공예문화’의 모든 것을 전파하기 위해 2003년 설립한 <워싱턴종이문화교육원>은 미주지역 최초의 [한국종이문화재단] 지부로써 수도 워싱턴디씨와 버지니아주 그리고 메릴랜드주를 넘나들며 그 소임을 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간 신문사 문화센터, 각 한국학교 특별활동, 한인교회 문화교실, 여러곳의 시니어 센터 및 많은 개인과 단체를 통해 종이접기를 포함한 모든 종이문화관련 강좌를 널리 보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1년 여름 메릴랜드주와 2012년 2월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이접기특강’을 실시하여 뜨거운 호응을 받았으며, 올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도 예정된 바 ‘한국종이접기’의 주류권 진출에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의 종이문화란 종이가 발명된 이래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문화행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오늘날은 작은 종이 한 장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접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하게 종이접기의 형태가 발전하였습니다. 우리의 역사기록에도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종이접기가 있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한지를 이용한 공예품은 그 시대 여인들의 높은 기호품이었으며, 가까이하는 생활용구로써 뿐만 아니라 민속예술로 까지 발전하여 아름다운 전통문화의 한자리를 빛내고 있었습니다.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생활용품은 민속적인 미적감각의 조형미로 그 시대의 멋을 잘 반영하였으며, 종이를 접거나 오려서 나타낸 도구의 문양들을 보며는, 소박하고 독창적인 지혜속에서 주제와 표현의 자유로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성을 들인 종이 한 장으로도 한 마리의 새가 되고, 꽃이 되고, 동물이 되는 신기하고도 즐거운 종이조형의 세계인 것입니다.
간단한 재료로 시간과 공간의 구애됨 없이 남녀노소,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집중력, 탐구심, 조형감을 키워주워 자녀들 지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연로하신 분들께는 치매예방효과도 있겠고, 신체장애자에게는 재활요법효과도 있는 등 그 교육적, 예술적, 의학적 가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지금도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처할 때는 종이접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연꽃 접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진흙밭에 핀 연꽃이 주변과 어우러지며 정화의 기능을 묵묵히 감당하듯이, 미국이라는 이질적인 타향에 우리의 한국문화인 종이접기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연꽃의 질박한 정신으로 나아간다며는 언젠가는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연꽃이 피워지듯이 우리의 종이문화가 이 미국땅에 뿌리내리며 빛을 발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