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조던과의 기습인터뷰를 꾸민덕분에 잃은 것도 많았습니다.조던에 앞서 나오는 수많은 스타들,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제이슨
키드,알렌 아이버슨,게리 페이튼 등 평소같으면 한번 보기도 힘든 스타들이 보디가드도 없이 제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워낙 스타들이 많으니까 눈길 주는데마다 별들이 반짝반짝(?)하더군요 ^^
저 유명한 찰스 바클리도 바로 제 옆에서 어느 방송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습니다.살이 겁나게 쪘더군요.챔피언반지를 한번 끼는게 소원인 친구였는데...(유타에서 19년을 콤비로 활동했던 칼 말론과 존 스톡턴도 바클리처럼 챔피언링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지요)
어쨌거나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 스타들과 간단한 인터뷰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언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조던때문에 길목을 지킬 수밖에 없었지요...지금 생각하면 어찌나 아까운지...ㅠㅠ
그렇게 기다리길 10여분.웅성웅성 소리가 나더니 마침내 조던이 나오더군요.그런데 앞뒤로 두명의 경호원같은 사람들이 있는거에요.역시
조던은 특별했습니다.그는 가히 유니폼을 입은 제왕이었지요라커룸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복도에서 조던을 급습(?)키로 했지만 이런 상황에선 정상적인 방법은 불가능했습니다.그렇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는 조던의 옷소매라도 잡았다간 몰매를 맞지 싶었습니다.
일단 주목을 끌어야 했습니다.조던이 제 옆을 지나는 순간,갖고간 캠코더를 들이대며 냅다 소리쳤지요."미스터 조던! 코리아에서 온 기잡니다"했다.유독 '코리아'를 강조했습니다.허다한 미국기자처럼 보였다간 조던이 눈길이라도 주겠습니까.조던은 힐끗 저를 보더니 "여기선 인터뷰가 좀 곤란하다"고 말하더군요.같이 따라붙으면서 "한국의 팬들에게..."어쩌구 하면서 말을 붙였습니다. 그 순간 앞의 경호원이 팔로 저를
가볍게 밀더군요. 더 이상은 불가능했습니다.
좀 허무하더군요.그렇다고 소싯적처럼 '무뎃포기자'로 행동할 수도 없었습니다.어차피 약속도 안했는데..공개기자회견에 가면 조던의 말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었었을테니까요.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각,그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변의 미국기자들 반응이었습니다.불과 서너걸음 함께 걸으며 짧은 말을 나눴을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부러운 눈빛을 보낼 정도였습니다.조던이 한마디라도 해주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반증이었지요.
며칠후 또한번 조던을 볼 수 있었습니다.이번엔 LA에서였지요.한국을
떠나기전에 워싱턴 위저즈와 LA클리퍼스와의 정규리그 경기 취재를
미리 신청했거든요.올스타전이 조던이 보여주는 화려한 쇼타임도 소중한 기회지만 정규리그에서 펼치는 조던의 진짜 경기도 꼭 한번 보고싶었습니다.
경기장은 저 유명한 스테이플스 센터였습니다.아시겠지만 LA를 프랜차이즈로 하는 NBA팀은 명문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두 팀입니다.NBA의 대표적인 클럽인 레이커스야 잘 아시겠 '동네북'으로 소문난 클리퍼스에 대해선 잘 모르실겁니다.기왕이면 조던도 보고 만년꼴지 클리퍼스도 구경해야겠다싶어 마음이 들떴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클리퍼스는 동양이 32연패라는 기록적인 참패를 한
98~99시즌 클리퍼스도 개막후 12연패든가 한심한 성적을 보여 "동양이
울지마라 우리가 있다~"뭐 이런 신파조의 기사제목이 나왔던것이죠.그
동양이 지금은 내로라하는 강팀이 됐는데 클리퍼스는 여전히 약팀의
이미지를 못벗고 있더군요.
클리퍼스가 NBA에 가입한 것은 70~71시즌인데 처음엔 버팔로 브레이브스라는 팀이었습니다.그렇게 8시즌을 보내다 샌디에이고로 옮기면서 클리퍼스라는 이름을 쓰게 됐지요.LA에 온 것은 84~85시즌부터입니다.지난해까지 총 32시즌동안 전적이 925승 1667패이니 승률이 고작
35.7%입니다.승리가 패배보다 많았던 시즌이 고작 다섯 번밖에 안되니
말다했지요.그나마 디트로이트에 있던 알빈 갠트리감독이 온
2000~2001시즌부터 조금씩 성적이 오르고 있었습니다.
경기가 열린 것은 2월 12일이었습니다.30분전쯤 스테이플스 센터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습니까.평소 클리퍼스 경기는
관중이 1만명을 넘기기가 힘든데 시즌 4번째로 매진(20,578석)이었습니다.왜 그랬을까요.네~ 조던때문이었지요.어쩌면 LA에서 열리는 조던의 마지막 경기인데 사람들의 관심이 없을리 없지요.
사전에 신청한 일일패스를 걸고 물어물어 자리를 찾아갔습니다.며칠전
애틀랜타에선 최고의 명당에서 경기를 관전했는데 애고고~경기장 제일 높은 꼭대기에 제 자리가 있더군요.거기서 보는 농구코트는 책받침만했습니다.선수들이 꼭 성냥개비만하더군요.ㅎㅎ 하지만 가운데 매달린 대형 전광판이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꼭대기서 본 스테이플스센터
NBA경기장에 가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양한 전광판 서비스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경기장에 올 가치는 있거든요.어떻게 보면 경기보다 쉬는 시간이 더 재미있을때가 많습니다.재미있는 퀴즈와 치어리더들의
신나는 댄스와 흥겨운 음악,다채로운 행사,또 수시로 관중들의 재미있는 모습을 카메라가 잡아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거든요.이날의 퀴즈중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마이클 조던을 빼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배출한 NBA의 MVP는? 답은 밥 맥듀라는.경기도 보고 농구상식도 늘고, 임도 보고 뽕도 따는거죠.ㅎㅎㅎ
전광판에 생일을 맞은 관객들을 축하하는 문구가 보이네요
사실 그날 일일패스가 한 장 남길래 LA에서 사업하는 지인을 동반했더랬습니다.한껏 생색을 낼려구 했는데 이 분이 전반 끝나기전 슬그머니
사라지더군요.그러더니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코트가까운쪽에
좌석이 있으니 내려오라는거에요.무슨 티켓을 구했나 갸우뚱한채 내려갔더니 아는 외국인 사업가가 보유한 시즌티켓을 갖고 있더군요.혹시라도 제가 일일패스를 못받을까봐 미리 확보했다나요.기자따라가니까
제일 좋은 자리겠거니 했는데 맨 꼭대기인 것을 알고 부랴부랴 아는 사람을 콜했던 겁니다.
요 사람이 시즌티켓을 준 미국사업가입니다.그옆의 귀여운 꼬마는 아들이구요
제가 구경시켜준다고 큰 소리쳤다가 도리어 신세를 지고 말았습니다.어찌나 계면쩍든지 ^^덕분에 후반은 현장감 넘치는 경기를 실컷 즐길
수 있었습니다.조던의 플레이도 잘 관찰할 수 있었구요.
아참~경기전에 클리퍼스 진영을 살펴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친구가 있더군요.왕즈즈였습니다.한때는 만리장성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후배 야오밍에 가려 전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지요.이날도 후보 명단에 있었지만 교체투입도 안되더군요.왕즈즈의 신장이
216cm나 되지만 NBA에서는 그정도 키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어보였습니다.어느 정도 기량이 따라줘야하는데 왕즈즈는 파워도 떨어지고 기술도 부족하니 클리퍼스에서조차 벤치신세를 지는것이었습니다.그밖의 외국인선수로는 유고태생으로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다 건너온 가드
마르코 야릭이 있었고 자마이카 출신의 라마 오돔,나이지리아 출신의
마이클 올로워칸디가 있었습니다.
기념티 등을 팔고 있는 클리퍼스 매장입니다.성적은 좋지 않지만 사는
사람들도 많고 값은 또 어찌나 비싼지...
클리퍼스의 홈경기였지만 조던 때문에 관중들의 응원은 7대3으로 워싱턴의 우세였습니다.불쌍한 클리퍼스...경기는 예상대로 워싱턴의 우세로 진행됐습니다.10점정도 리드하다 클리퍼스가 신나게 쫒아가면 다시
벌어지고 하는 경기가 지속됐습니다.조던은 1쿼터 46초만에 헤이우드가 슛블록으로 스틸한 공을 받아 호쾌한 드라이빙 덩크로 팀의 첫 득점을 따내 관중들을 열광시켰습니다.1쿼터 조던이 6득점하며 27-19 워싱턴 리드.2쿼터에서 클리퍼스는 주포 에릭 핏코스티가 12득점으로 분전해 51-51 동점을 이뤘습니다.3쿼터는 조던의 타임이었습니다.2쿼터에서 득점없이 5개의 도움으로 어시스트에 주력했던 그는 13득점으로 다시 경기를 84-74 리드로 되돌려놓았습니다.
그러자 클리퍼스는 4쿼터부터 스피드가 좋은 가드 퀜틴 리차드슨이 조던을 전담마크하더군요.하지만 별무소득이었지요.특히 4쿼터 중반 왼손으로 배구토스하듯 연결한 절묘한 어시스트는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막판 경기는 접전양상이었습니다.클리퍼스는 3분56초전 96-98로 추격전을 전개했습니다.그러나 조던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그 이상의 추격은 불가능했지요.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워싱턴의 승리가 굳어진 종료 18.4초전 조던이 6파울아웃당한 것이었습니다.관중들은 일제히 심판에게 야유를 했습니다.그때 파울은 제가
보기엔 줘도 그만,안줘도 그만인 것이었습니다.관중들은 요령없는 심판 때문에 조던이 경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었지요.며칠 전 올스타전에선 욕심많은 케빈 가네트가 조던을 방해하더니 이번엔 심판이? 구태여 영웅을 퇴장시킬게 뭐람...쩝~
조던은 싱긋이 웃더니 관중들에게 팔을 흔들어 인사하면서 벤치로 가더군요.이렇게 조던의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본 조던의경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꿈을 꾼 듯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조던의 플레이를 현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조던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단지 그와 동시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요.끝으로 지난달 20일 조던이 뉴욕타임즈등 유력지에 실은 감동의 은퇴광고
'농구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을 올립니다.아듀~조던!
농구에게,(Dear Basketball)
우리가 만나지도 벌써 28년이 다 돼가는군요.부모님께서 우리 집 주차장 뒤 공터에서 당신을 처음 소개해주셨지요. 만일 누군가 그때 저에게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 지를 말해줬더라면 아마 믿지 못했을겁니다.저는 당신의 이름조차 잘 몰랐거든요.
그후 이웃들을 통해 당신을 보기 시작했고 TV에 나온 당신을 보았습니다.운동장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당신을 지켜보곤 했지요.우리는 짧은
시간에 친해진 것 같습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는 대학때
당신에게 정말 호감을 많이 느꼈고 때로는 정말 심각해지기도 했답니다.당신은 그때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었지요.
저는 상처받고 울기도 했습니다.그때 저는 어느때보다도 당신을 원했습니다.그레서 노력했습니다.몸을 던져가면 경기에 임했습니다.생각하고 달렸습니다.당신을 연구했습니다.나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고 저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전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지 못했었지요.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스미스감독은 어떻게 당신을 사랑하는지,어떻게 당신을 잘 들을 수 있는지,어떻게 당신을 이해하는지,어떻게 당신을 존경하고 감사하는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그리고 결국 일이 일어났지요.그날 밤 루이지애나 슈퍼돔에서 조지타운대와의 챔피언전의 마지막 순간,당신은
구석에 있던 저를 찾아냈고 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그이후 당신은 저에게 단순한 공도,단순한 코트가 아닌,그 이상의 무엇이었습니다.당신은 저의 인생이었고 열정이었으며 삶에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였습니다.당신은 저의 가장 훌륭한 팬이면서
또한 가장 가혹한 비평가였습니다.당신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동맹관계였지요.당신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저의 여권이었고 수백만 팬들의 가슴으로 통하는 비자이기도 했습니다.
저보다 앞서 뛰었던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드립니다.저와 경기한 모든
선수들,우승과 우승반지,올스타전과 플레이오프,마지막 슛,버저비터와
거친 파울,승리와 패배의 모든 순간에 감사드립니다.23번 등번호에도
감사드립니다.스미스감독 로허티감독 알벡감독 콜린스 감독 잭슨 감독, 감사드립니다. 제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어주고 격려해주신 모든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당신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만 당신을 사랑한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당신은 저 이전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걸 압니다.그러나 저는 우리의 관계가 매우 특별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저는 당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NBA에서 뛰었던 저의 날들은 분명 끝났지만 우리의 관계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던으로부터(From Jordam)
첫댓글 노래가 안어울려요~ 림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