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말고사로 이번학기 마무리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우리한국음식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고기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불고기의 화려한 부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로 한국 외식업계에 그야말로 한 획을 그었던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이 어느날 문득 불고기형제가 되어 돌아왔을 때,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통적인 반응은 한 가지, "뭐 불고기라고?"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람들이 품었던 기대와 걱정은 외식 아이템으로서 불고기의 성공 가능성을 저울질 하는 것이었다. 한물 간 아이템의 진가를 알아본 뛰어난 감식안인지, 아니면 한식의 세계화에 급급한 섣부른 결정인지 의견은 분분했다. 이제 론칭 10개월째, <불고기브라더스>는 강남, 명동, 사당, 일산, 목동점에 이어 저번 달 17일 염창점까지 차례로 문을 열었다. 줄줄이 사탕이다. 과연 성과는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불고기브라더스>는 개점 3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상회하고 꾸준히 성장그래프를 그린다고 한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3년 고지를 넘어서면서 간신히 흑자를 냈던 데 비하면 눈부신 성과라고... 그 미래는 더욱 주목된다. 그리고 이것은 '왜 지금 불고기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인 셈이다.
2. 지금 왜 다시 불고기인가?
美 부시대통령이 우리나라 땅에 발을 딛고 뱉은 첫 마디가 “우리 이제 불고기 먹으러 갑니까?” 였다는 일화가 있다. 여기서 깜짝문제, 부시대통령은 불고기를 영어로 뭐라 말했을까?
힌트를 주면 갈비탕은 Short Rib Soup, 된장찌개는 Soybeen Paste Stew, 낚지볶음은 Stir-fried Baby Octopus...우리 전통음식을 영어로 표현하기에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정답은 바로 Bulgogi, 한국식 발음과 동일하다.
이렇듯 불고기는 김치, 비빔밥과 함께 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식으로 세계인의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2003년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374명을 대상으로 한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무엇입니까?’ 라는 설문조사에서도 불고기는 단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 불고기를 하는 한식당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잘 하는 집을 찾기란 가뭄에 콩나듯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뚝배기 불고기나 불고기 백반 등이 그 명백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단 맛과 뺏뺏한 육질, 느끼한 국물 그리고 힘없이 뚝뚝 끊어지는 당면 등은 불고기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저하시킨 원인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는 불고기 잘 하는 집이 드물다는 사실은 역으로 불고기가 외식업계블루오션아이템이 될 수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3. 불고기와 스키야키, 야키니쿠와 불고기
소설 ‘변경’에서 발견한 불고기와 스키야키의 관계
이문열의 소설 <변경>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배경은 1960년대 중반, 주인공 영희가 어머니에게 그녀의 연인을 소개하는 자리가 바로 서울 무교동 불고기집이다. 당시 불고기 1인분은 300원. 그 때 돈 300원이면 ‘볼쌀 한 말 가격으로 온 식구가 닷새 먹을 양식’ 정도로 불고기는 고급 외식아이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불고기가 계란에 풀어 고기를 찍어먹는 스키야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아래 본문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고기는 우리가 꾸울테이 가서 접시에 생계란 몇 개 깨온나” 뭔가 기세에 눌린 아가씨가 반문도 못하고 작은 접시에 날계란을 두 개 깨서 가져왔다. 그러자 어머니는 뜨거운 불고기를 후후 불어가며 먹고 있는 인철 앞으로 내밀며 말햇다. “그래 상시럽게 불어대지 말고 고기를 여다 찍어 먹어라”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으나 그날 연출로는 하이라이트였다. 인철이 시킨대로 해보니 고기는 날계란 때문에 알맞게 식고 불고기의 뜨거움에 반숙이 되어 아주 먹기에 좋았다. 따라 해본 영희도 창현도 신기해했다.
야키니쿠는 불고기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야키니쿠는 일본의 3대 외식 아이템으로 외식산업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키니쿠 업종은 그다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패망 후 생긴 신업종으로 대중화된 지는 겨우 1950년대 중반부터로 추정된다. 고기를 직접 불에 굽는(직화) ‘야키니쿠 굽는 방법’은 일본 전통요리 방법에는 없었다. 이 요리법을 일본에 정착시킨 것은 재일 한국인이었다.
일본에서 고기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메이지시대가 되어서야 겨우 불교의 육식금지 계율이 풀렸다. 이렇게 시작한 고기요리가 규나베(쇠고기 전골), 스키야기, 샤브샤브와 같은 종류의 요리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직화 구이법이나 육류 요리법은 없었다. 한편 한국에서의 불교계율에 따른 육식금지는 유교국가인 조선성립으로 15세기 무렵 풀렸지만, 그 이전 13세기에 북방 육식민족인 몽고 지배의 영향으로 동물고기는 이미 먹을 수 있었다. 이것이 고기요리 문화로서 서민생활에 기반을 두고 20세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이러한 생활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거주하면서 야키니쿠 점포로 이어진 것이다.
-정대성 교수의 <야키니쿠의 기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