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잠시 휴대폰을 끄고 자연을 관상하세요"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근영 / 바티칸뉴스 번역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죠.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와 함께하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바티칸뉴스 김근영 가비노입니다.
▷ 교황께서 퇴원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군요.
▶ 지난 4일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기 위해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하신 교황님은 지난 14일 정오 무렵 바티칸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돌아오시는 길에 성모 대성전에 들러 ‘로마 백성의 구원’이신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하셨는데요. 수술의 좋은 결과에 감사드리고, 모든 병자들, 특히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서 만난 병자들을 위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 수술 결과가 좋다니 다행입니다. 지난주는 연중 제16주일이었는데, 교황께선 이날 삼종기도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요.
▶ 교황님은 퇴원 후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사도궁 서재 창문에서 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날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자고 초대하셨는데요. 특히 일중독에 빠질 위험, 행동주의의 덫에 빠질 위험을 경고하셨습니다. 교황님은 교회 내에서도 우리가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모든 것이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을 소홀히 대하고 우리 자신을 중심에 두려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예수님의 초대를 받아 ‘정말로 쉬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교황님은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경계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을 멈추고, 휴대폰을 끄고, 자연을 관상하고, 하느님과 대화하면서 다시 태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교황님은 조급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아야 타인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러한 가엾이 여기는 마음, 곧 연민은 관상의 결과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연민은 관상에서 나옵니다.’ 만일 우리가 참으로 쉬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는 참된 연민을 겸비할 수 있습니다. 만일 관상적인 시선을 함양한다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태도 없이 우리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주님과 긴밀한 관계에 머물고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무디게 하지 않는다면, 해야 할 일들이 우리에게서 힘을 앗아가거나 우리를 삼켜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 말을 새겨들으십시오. 우리는 ‘마음의 생태’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생태는 쉼, 관상, 연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름휴가 기간을 놓치지 맙시다!”
▷ 작은형제회의 신임 총봉사자가 선출됐군요. 교황께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셨다면서요.
▶ 교황님은 작은형제회, 그러니까 프란치스코회의 신임 총봉사자로 선출된 마씨모 조반니 프라셀리 신부에게 친히 축하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교황님은 총봉사자 선출 소식을 듣자마자 프라셀리 신부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셨는데요. 실제로 프라셀리 신부는 「바티칸 뉴스」 기사를 보고 교황님의 축하 메시지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수술 후 병원에 입원해서 회복 중인데도 불구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낼 생각을 하셨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라고 전했습니다.
▷ 젊은 경제인과 기업인들이 전지구적 변화의 프로세스를 증진하는 자리죠. ‘프란치스코의 경제’. 이번에 새로운 행사를 시작했다면서요.
▶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는 10월에도 ‘프란치스코의 경제’ 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네 차례의 ‘마스터 클래스’가 기획됐는데요. 에너지 생산과 농업 분야의 문제에 다양한 제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프란치스코의 경제’가 ‘세계식품포럼(World Food Forum)’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현재 일반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방향과 다른 다양한 제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현행 에너지 전환 정책과 그와 관련된 식품 체계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배제하고 부자들만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5일 웹 세미나를 통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출신의 두 원주민 여성이 발제를 했습니다. 이들은 석유회사의 토지수탈 문제, 생물다양성 파괴 문제,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는 지역 주민들의 원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추진하는 지속불가능한 개발, 그리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아마존 우림의 현주소 등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 교황께서 새로운 자의교서를 반포하셨군요. 일부 언론은 라틴어로 집전하는 전통 미사를 제한했다고 보도했는데요.
▶ 우선 용어 사용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편의상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통 라틴 미사’라는 표현은 오해가 있는 표현입니다. ‘전통’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옛날 방식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를 넘어서야 합니다. 따라서 라틴어 미사만 전통 미사라고 알아들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저희가 봉헌하고 있는 미사도 전통적인 미사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오늘날 일반적으로 봉헌하는 미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다시 말해 1970년 전례 개혁 이후 자국어로 바치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이고, 이번에 자의교서는 그 이전에 거행돼 왔던 미사, 그러니까 1962년 미사 경본으로 거행하는 미사를 대상으로 한 자의교서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이 지난 2007년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이라는 자의교서를 반포하시면서 모든 사제는 교구장의 허가가 없어도 1962년 미사 경본에 따라 미사를 거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평범한 교구 사제도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라틴어로 1962년 미사를 거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자의교서 8조를 보면 “이전의 법령들, 규정들, 허가들, 관례들은 무효”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자의교서의 내용과 대치되는 내용이 담긴 과거의 자의교서는 모두 무효가 됩니다.
▷ 그렇다면 이번 자의교서의 골자는 무엇인가요.
▶ 새 자의교서의 제목은 「전통의 수호자들」(Traditionis custodes)입니다. ‘수호자’가 아니라 ‘수호자들’입니다. 이번 자의교서는 교구장 주교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우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 이전에 해오던 미사를 거행하려는 모든 사제는 교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흔히 신자들에게 등을 돌리고 벽보며 미사를 바치는 이러한 양식을 트리엔트 미사라고도 하는데요. 이는 특별양식(forma extraordinaria)라고 하고, 우리가 모국어로 바치는 미사는 일반양식(forma ordinaria)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사에 대한 두 가지 양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미사예식에 대한 두 가지 사용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은 이러한 특별양식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를 몇몇 단체들이 남용하고 교황의 의도를 훼손하면서까지 교회의 분열을 일으켰다는 점이 이번 자의교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번에 이 같은 과감한 조치를 취하신 이면에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있었다고 몸소 밝히고 계십니다. 해당 구절을 읽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 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 바오로가 여러분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기라도 하였습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바오로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까?“(1코린 1,12-13)
▷ 자의교서 조항을 간추려주시죠.
▶ 1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령에 따라 공표한 전례서들이 로마전례의 기도하는 법(lex orandi)라고 명시하고 있고요. 2조는 교구장 주교들을 전례적 삶의 수호자로 정의하면서, 1962년판 로마 미사 경본 사용을 허가할 수 있는 자격이 교구장 주교에게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조는 1970년 전례 개혁 이전의 미사를 거행하고 있는 단체가 소속된 교구의 교구장 주교의 역할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미사를 거행하려면 본당이나 속인 본당이 아닌 다른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단체를 사목하고 전례를 거행할 사제를 주교의 대리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고요. 기존의 단체 외에 신생 단체를 새로 승인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4조는 1962년 미사 경본으로 미사를 거행하려는 사제들은 교구장 주교에게 별도 청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요, 5조는 이미 1962년 미사 경본으로 미사를 드리는 사제들 역시 교구장 주교에게 이러한 행위를 유효하게 하기 위한 허가를 받도록 청원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미사를 고수하는 단체와 관련해 에클레시아 데이(Ecclesia Dei)로 잘 알려진 ‘르페브르의 비오10세 형제회원 재일치위원회’가 있는데요. 여기에 소속된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들은 교황청 수도회성으로 소속이 이관됩니다. 참고로 국내에는 1962년 미사를 거행하는 단체가 몇몇 존재합니다. 여기에는 비오10세 형제회원과 관련된 단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체도 있습니다.
▷ 네. 교황의 말씀과 행보, 그리고 교황청의 동향을 살펴보는 <바티칸은 지금>, 김근영 번역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cpbc 김원철 기자(wckim@cpbc.co.kr) | 입력 : 2021-07-20 17:0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에 있습니다.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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