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의 미소, 세인의 자비가 되게 하소서.
솔향 남상선/수필가
산책길에 유난히도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사월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을 떠오르게 하는 연등이었다. 도솔 체육관 앞 도로에서부터 시작한 연등이 내원사 사찰까지 이어지며 바람결에 춤추고 있었다. 바람의 등살에 부대끼는 연등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어쩌면 고공무용으로 시련을 당하는 것과도 같아 보였다. 불자(佛者)들의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연등들은 춘경을 수놓는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침묵의 기도만으로는 안 되겠던지 가두행렬로 이어지는 축원 소망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부처님을 향한 중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요, 몸부림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교에서 석가모니 탄생일에 등불을 켜고 복을 비는 의식을 연등이라 한다. 초파일을 달리 등절로도 표현하며 이는 등을 달고 불을 켜는 명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연등하면 석가모니, 부처님 하면 떠오르는 고사성어가 있다. 그게 바로 마하가섭이란 인물이 등장하는 염화미소(拈華微笑), 염화시중(拈華示衆) 고사다.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시기로 돼 있었다. 그 때 중생들은 숨소리를 죽여 가며 경청하려고 자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무슨 좋은 말씀을 해 주실까 하는 기대감에 차 있는 모습들이었다. 마침 그 때에 부처님은 말없이 법단에 오르셨다. 어인 일인지 부처님은 한 말씀도 없이 연꽃 한 송이만 들고 올라가셔 번쩍 들어 보이시고는 법단을 내려가셨다. 중생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가섭이란 제자만은 부처님의 속마음을 헤아려 알아챘는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부처님도 가섭에게 미소로써 화답하셨다. 서로는 말이 없었지만 마음이 통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시간이 된 것이었다.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지 않고 설법을 하셨다면 이런 말씀이었을 것이다. 연꽃은 썩은 시궁창 냄새나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그 꽃은 냄새 나는 시궁청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움과 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도 속세에서 태어났지만 세속적인 오욕칠정에 물들지 않고 연꽃처럼 살아야 한다는 설법이었을 것이다. 속세라는 더러운 태생과는 무관하게 자비로써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셨을 것이다. 자비가 인간의 향(香)이 되어 온 누리에 평화가 감도는 그런 세상을 염두에 두셨을 것이다.
‘가섭의 미소’ 이는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다. 무언 속에서 심심상인(心心相印)으로 깨달은 것이라 하겠다. 사람이 속세에서 태어났지만 속화(俗化)되지 않고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이다. 세인들은 현대판 제2의 가섭이 되어 자비를 베풀며 살아야겠다. 요즈음처럼 범죄인이 설쳐대며 큰 소리 치는 세상은 없었을 것이다. 법과 정의와 진실이 외면당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섭의 미소를 무색하게 하는 세상은 없어야겠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무도한 작태기 발붙일 곳이 허용돼서도 아니 되겠다. 또 불한당과 죄인들이 기승을 부리는 무법천지의 불한당 지상천국이 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
현대 사회는 경쟁자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권력가들은 더 많은 권력 쟁취를 위해 사람답지 못한 일을 자행하고 있다. 또 금전에 혈안이 돼 있는 부류들은 돈에 눈이 멀어 부처님의 자비를 멀리하고 있다. 아니, 도외시하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이것은 맹수의 세계에서만 있는 걸로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인간세계도 다를 바가 없었다. 모양새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권력가는 권력쟁취를 위해 온갖 못된 짓을 다하여 약자들은 희생을 당하고 있다. 권모술수(權謀術數) 토사구팽(兔死狗烹)이 그들의 전유물임에 틀림없다. 걱정스런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혼돈의 시대라지만 이타적 행동으로 남에게 따뜻하게 베풀어 심금을 울리는 희귀보석도 있다. 가섭의 깨달음의 미소를 제대로 터득한 사람이리라. 돈과 권력의 색맹이 되어 악행을 일삼는 무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불안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진정한 말씀으로 교화시켜야 할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지만 인간성 상실의 말로는 공도동망(共倒同亡)!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됐으니 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범죄인이 판치는 세상이 됐으니 비운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동물과 다를 게 없는 세상이 되었다.
‘가섭의 미소, 세인의 자비가 되게 하소서’
<역경> 속의 가르침 ‘적선여경(積善餘慶)’!
선행을 많이 하면 경사스런 일이 자손에까지 미친다 했으니.
악행을 보거든 밤에 끓는 물을 더듬는 것처럼 경계하며 살아야겠다.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타인이 소중히 여기는 인물이 되어야겠다.
권력과 돈의 노예가 되어 비판을 받기보다는
자비로 나병 환자를 어루만지는 헬렌켈러의 손이 되어야겠다.
이게 가섭의 미소에서 찾아낸 보물이요,
세인들의 향기가 되어 영생하는 길이라 하겠다.
첫댓글 말 한마디 없이도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이 일생에서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감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성공 보다는 남 들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되라.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