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목사님, 반려동물 장례식 치러도 될까요
작년 예장고신 총회 질의 올라와 / 1년 만에 “성경적이지 않다” 답변
“장례식은 오직 인간을 위한 예식 / 동물에 더 집중하는 건 우상화”
이현성2024. 9. 12. 03:02
게티이미지뱅크
“목회 현장에서 동물 장례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나요?”
지난해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경남김해노회장 이수재 목사는 정기총회에 한 질의를 상정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교단이 정리해 달라는 청원이었습니다.
이 목사는 “(1000만) 반려동물 시대 전국에 동물 장례식장이 7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 또 교인들이 개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장례식을 치러도 되는지, 혹은 집례해줄 수 있는지 종종 질문한다”며 발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한국교회에서 보수 교단으로 알려진 고신 총회에는 2020년부터 이 같은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예장고신의 공식 입장은 1년 뒤인 10일 정기총회 첫 회무에서 공개됐습니다. 고신 신학위원회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반려동물의 장례식은 성경적이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습니다.
“장례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아 영생하는 인간을 위한 예식입니다. 종교개혁 시대부터 기독교 장례는 오직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장례는 죽은 자의 공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족의 위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죽는다는 사실 자체는 인간과 짐승 사이에 차이가 없으나 인간의 영혼은 하나님께 돌아갑니다.”
신학위원회와 교수회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필요하다”면서도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웃보다 동물에 더 집중하는 태도는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우상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총회 대의원들은 동물 장례에 관한 신학위원회 보고에 동의했습니다.
다른 신학자나 목회자들도 같은 생각일까요.
국민일보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에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2022년 4월 한 독자는 “지인의 반려견이 죽었는데 장례도 치르고 명복을 비는 기도도 했다”며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동물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다. 사람보다 동물이나 물질의 가치를 높이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명복(冥福)은 저승에서 받는 복이라는 뜻”이라며 “이는 기독교 용어도 아닐뿐더러 반려견의 명복을 비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답했습니다.
동물 장례를 둘러싼 교계 의견이 모두 같은 건 아닙니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려동물 주인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의식까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반려동물 장례식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을 위한 의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장례예배와 장례의식을 구분했습니다.
구병옥 개신대학원대 교수는 “반려동물의 구원에 대해 성경에 명시된 내용이 없다”며 반려동물 장례식엔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대신 그는 가족들을 위한 심방을 제안했습니다. 구 교수는 “교인들이 가족처럼 여기던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이들의 상실감을 모른 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로예배까진 어렵더라도 가정 심방이나 개인 상담은 구상해봄 직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가족과 이웃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천안=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4091203023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