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27.金. 이제는 이게 봄날의 모습이야
오늘의 이름은 05월22일 日요일.
대동식당.
뭐니뭐니 해도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하고 축구선수는 공을 잘 차야한다. 보디빌딩 선수는 근육의 발달과 섬세한 근육의 질이 조화를 이루어야하고 영화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 기업가는 이익利益을 많이 남겨야하고 정치가는 권력과 봉사사이에서 소신所信과 헌신獻身으로 무장되어있어야 한다. 식당은 음식이 맛나야하고 기사는 내비게이션이 있건 없건 차를 잘 파악하고 운전을 잘 해야 한다. 스님은 수행자로서 청정淸淨한 삶을 살아야하고 그 삶의 끝에는 언제나 중생과 하나 됨의 원력願力이 있어야 한다. 그럼 사기꾼은 사기를 잘 치고 도독놈들은 도둑질을 잘 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매사에 강한 집중력을 보이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신이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한다. 넘치는 열성熱誠과 강한 결의決意 곁에는 항상 성찰과 스스로 바라봄의 냉정한 시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삶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고, 세상을 이루어간다. 우리들은 그런 사회나 세상을 되고 있는 집안이라고 말한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나면 그 다음 순서는 식당순례 차례인데 성지순례처럼 미리 예정되어있는 경우는 별로 없고 그때마다 상황에 맞게 식당을 골라서 선택된 일요일 하루의 뒤풀이 겸 도반님들 간의 정을 도탑게 하는 맛난 저녁식사를 한다. 그렇지만 그래봐야 어디를 가든지 충청도 식당이다. 우리들의 성지순례 범위가 충청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청양 운장암 순례를 마친 후 길보살님의 추천을 받아 홍성의 대동식당으로 향했다. 어차피 귀갓길은 홍성을 거쳐 올라가야하는 지리적 이점利點도 있고 또 홍성 인근에서는 맛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40여 분을 달려 홍성 시내에 들어섰다. 그런데 막상 하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길 위로 올라서서 대동식당을 바라보았더니 지하식당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식당이 잘 알려져 있는 경우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길보살님은 대동식당의 대표메뉴인 우렁쌈장과 밴댕이찌개를 절반씩 시켜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약간 시장도 하거니와 이곳 사정을 잘 아는 길보살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까 하는 생각에 우선 목을 축이려고 컵에 물을 가득 따라 한 잔 마시면서 살펴 보았다.
벌써 2년이 다 차가는 일요일 성지순례 길에다 식당순례이니 이제 충청도 음식이 낯설지가 않지만 처음에는 내 입맛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를 테면 맛이 있다든가 푸짐하다든가 얼큰하다든가하는 개념과 기준차이가 분명 음식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자신이 자라고 활동을 했던 고장의 물맛이나 음식 맛이 입에 잘 맞는 것은 오랜 시간의 발효가 가져다준 익숙함의 표현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미각味覺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어서 낯선 음식에 대해 각자 호오好惡를 판단할 수는 있는 것이다. 맵고 짜고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는 등 깊고 다양한 맛에 길들어진 내 입맛으로는 충청도 음식은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테면 간이 맞으면 무언가 입맛이 부족하고, 입맛이 그런대로 맞으면 식감이 떨어지는 조금은 난감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무언가 음식에 한두 가지의 양념이 빠져있는 듯한 결핍감 같은 것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맛의 객관적 기준치를 조정하는 일이었다. 음식과 입맛의 기준치를 조절하고 났더니 여러 가지 사사로운 불편함들이 자연스레 해소되었다. 그런 시간의 흐름들이 마음속에 2년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시간인데도 식당 안의 제법 여유 있는 공간에 사람들이 빼꼭하게 들어찼다. 우렁쌈장은 짜지 않아 먹기에 좋았고 계란찜도 수북하게 부풀어 오른 맛이 괜찮았다. 코다리조림도 씹는 맛을 즐기게 해주었고 밴댕이찌개는 맛은 있었으나 몹시 짰다. 이렇게 짜지 않으면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면 다음에도 홍성에 오면 밴댕이찌개가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음식들이 대체적으로 무난한 맛이었다. 나중에 추가로 밴댕이찌개와 밥을 더 시켰는지 식사를 한 후에 한 번 더 식사를 하게 되었다. 조금 배가 부른 상태에서 두 번째로 먹는 밴댕이찌개는 짭짤한 맛이 강렬해서 오히려 밥과 함께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모두들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도 좋았다. 식사시간이란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먹는 분위기와 그때 기분이 전체 음식지수를 좌우하기 때문에 즐겁게 하는 식사가 최고라는 판단에는 충청도와 경기도 등 지역이나 장소에 예외가 따로 없다고 생각을 한다. 좋은 식사시간이었다.
(- 대동식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