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동백꽃의 그리움” 한정남 선생님의 수필집 제목이다. 선생님의 수필집을 읽다 보니 근 현대사인 우리의 한국사가 함께 들어 있었다. 6.25 전쟁으로 피난길에 올랐던 이야기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기억으로 버무려져 있어 전쟁조차 아름다웠다. 죽고 사는 치열했던 전쟁에서도 아버지와 함께 밤을 주우러 다니며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온 우주인데 전쟁 후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일상에 쫓겨 아이와 놀아 줄 시간이 없다.
화폐개혁으로 돈다발을 태운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가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일화이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사는 우리는 역사의 흐름 속을 함께 소용돌이치며 흘러간다. 불과 몇 사람의 기획자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는 모두에게 공동으로 적용되고 숱한 사람들의 삶을 헝클어 놓는다. 누군가의 오판으로 많은 사람을 다치고 죽게 만들어도 그 책임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재활시켜 끝내 다시 걷게 하는 것을 읽으면서 한 사람은 한 권의 백과사전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어록이 되는 순간이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의 육신은 언제나 원상회복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남편 역시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혼수상태가 왔었다. 이후 사고와 관계없는 선천적인 뇌 동정맥 기형으로 뇌수술을 하였고 2년을 힘들게 지냈다. 그 후 13년 만에 고속도로에서 뒤에서 부딪히는 바람에 수술 부위를 또다시 다쳤었다. 나 역시 기어이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본인이 다치는 사고에서는 골반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11조각이 났으며 간과 폐가 손상되었다.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이고 78세라는 고령에 스스로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어이 이겨냈다. 걸어서 4층을 올라간다는 대목에서 마치 내가 자식이라도 된 듯 울컥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낸 것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기어이 이기겠다는 집념이 자신을 일으킨 것이다. 누가 여자를 약하다 하는가? 뼈를 깎는 아픔을 이기고 재활에 성공해서 다시 걸어 다니는 강한 여자이고 부드러운 어머니였다. 한정남 선생님의 책 제목인 동백꽃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군요. 책 제목처럼 빨간 그리움을 안고 토닥토닥 나를 달래며 살아가겠습니다.
첫댓글 벌써 독후감도 올렸네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