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리더 빅토르 초이(Viktor Tsoi)가 그룹 밴드 Kino를 만들고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데뷰한 지 딱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는 데 아직도 키노의 곡을 누가 들을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유투브를 보면 원조 리드 기타, 베이스 기타 멤버들이 다시 모여 라이브 공연을 하거나, 스튜디오에서 꾸역꾸역 옛날 히트 곡들을 리메이크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보컬은 과거 멀티채널 녹음 테이프를 통해 초이가 맡습니다. 드럼과 세컨드 기타는 젊은 피를 고용했드만...
아래는 80년대 말 그룹 키노의 곡을 들으며 흥분하던 팬들의 기억이 되살아 만한 '고요한 밤' 입니다('편안한 밤 되세요'란 뜻으로 말하기도 함^^). 그룹 키노의 6번째 스튜디오 앨범 88년 발표 '혈액형(Gruppa krovi)'의 4번째 곡입니다. 기타 솔로, 베이스, 퍼큐션 그리고 보컬 모두 지금 들어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작입니다.
사실 키노의 곡 중 숨은 보석처럼 빼어난 걸작이 꽤 많은데, 그 중 이 곡처럼 기타 인트로가 매력적인 게 몇 개 있습니다. 하모닉스 기법*에 의한 멜로디는 마치 밤 하늘 별을 연상시킵니다(*주: 기타 줄에 손가락을 살짝 대고 튕김과 동시에 때는 연주 기법). 이어지는 초이의 가사에도 문학도들은 하나의 시처럼 단어와 문장을 쓰는 기교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그래서 해석이 매우 어려움^^).
인트로와 중간에 나오는 기타 솔로는 유리 카스파리안(Yuri Kasparyan)가 작곡하고 연주하고 있습니다. 혈액형 앨범이 발표될 당시 키노의 인기나 역량은 러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밀리지 않을 최고조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의 기타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미국인 와이프가 공수해 온 사운드 장비도 크게 도움이 되었겠고, 여러 해 초이와 가깝게 지내며 닦은 실력으로 당시 러시아 제일의 기타리스트로 칭송받았다고 합니다 (참조: https://www.armmuseum.ru/news-blog/yuri-kasparyan-interview)
https://youtu.be/0S6qzti9c5o
당시 소비에트에선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Perestroika/Glasnost)가 펼쳐지면서 겉으론 희망적이었지만, 국민 개인들에겐 어찌 보면 몹시 불안한 시기였습니다. 급격한 변화를 통해 정치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 개방적 혁신을 하려는 움직임과 새로운 것에 불안해 하면서 과거 소비에트 시절에 안주하려는 세대가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던 그런 시절이었죠.
우리에겐 나중에 알려졌지만 당시 많은 소련인들이 그룹 키노의 곡을 들으며 속으론 개혁의 성공을 간절히 염원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2013년 키이우시에서 벌어졌던 유로메이단 혁명((Euromaidan movement) 당시 군중들이 의지하며 광장이 떠나가도록 틀어 놓았던 음악 속에도 그룹 키노의 곡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상세히 소개).
그리고 이제 2022년. 각자 느끼고 있겠지만 초이가 노래했던 곡들이 그리고 그 곡들을 노래했던 초이가 몹시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솔티 독즈 바 & 그릴에서 항상 들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