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호 선생님께서 올해 '동화' 님을 만나 사례관리 사업으로 지원했습니다.
꾸준히 만나며 응원했고, 때로는 물러났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사례관리 사업도 사회사업이게 힘썼습니다.
한 해 지원한 과정 이야기가 60쪽에 이릅니다.
이를 잘 정리했고, 당사자와 장경호 선생님 허락을 얻고 나눕니다.
고맙습니다.
요약
먼저,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건, 경험 등을 모두 담지 못했기에 당사자 삶을 관계적·역사적 맥락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조현병은 동화 님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둘레 사람과 멀어지게 했습니다. 멀어진 공간엔 우울 씨와 환청 씨 존재가 커갔습니다. 이들은 온갖 전략으로 꽃다운 청년 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동화 님을 철저히 혼자이게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로움이 깊어졌습니다. 고립은 심해졌고, 외롭고 힘들 때 도움받을 수 있는 관계도 사라졌습니다. 삶의 재미와 의미를 잃어갔습니다.
사례관리 사회사업으로 도왔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제안하고 의논하여 합의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서에 의도적으로 의료적 지원과 각종 형태의 물질 지원은 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본문에 정신과적 증상, 재활, 상담, 재화, 치료 같은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관점에 따라 문제가 축소되어 보이고,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 지원 방향이나 사례관리지원자 역할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며 빛나게 돕고 싶었습니다. 복지관 사회사업가로서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붙잡았습니다. 문제보다는 강점과 가능성에 시선을 두고, 당사자를 역량을 지닌 개별 인격체이자 지역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바라봤습니다. 자기 일의 주체로서 더불어 사는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밖으로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스스로 결정하고 해냈습니다. 변화 동기는 재화 중심 복지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의미 있는 사람의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 그리고 같은 처지 이웃의 모범적인 사회역할이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던 변화 욕구를 건드렸습니다.
복지관 도시락 배달과 텃밭 활동은 자존감을 높이고 긍지를 심어줬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자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권익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맺어진 인연은 삶의 활력이 되었습니다. 관계는 단조로운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그 틈엔 맑은 공기와 흙냄새, 사람 온기가 채워졌습니다. 언젠가부터 바깥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고, 기다려지는 일과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환청과 환시는 여전히 집 방구석 한편을 차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 쉼과 일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아닙니다. 그저 삶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혼자가 익숙한 집은 고요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내일을 위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살아가는 바탕이 단단해지고 더불어 사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이러한 변화는 문제 너머 당사자의 생태 강점 관계에 시선을 두고 만난 결과입니다. 만약 복지관 사회사업가마저 정신과적 증상과 치료, 복약 관리, 지역사회 적응과 재활에 시선을 두고 만났다면 동화 님 삶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야기 주인공으로서 자기 삶을 살고, 지역사회에서 둘레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길 원합니다. 개별 지원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첫댓글 소중한 실천과 기록을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료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고 이웃 분 들을 바르게 돕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경호 선생님께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동화 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감동이 밀려와 몇 자 적었는데 여기에 댓글로 남깁니다. 좋은 기록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 책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신과적 증상이 고독을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 고립을 강화했다. 혼자 지내는 삶을 선호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사람을 만나고 관계 속에서,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을 때 스스로 의미있고 살만 나는 곳이라 느낄 것이다. 누구나 이런데 동화 님도 그랬을 것이다. 점점 익숙해지는 고립이 실제로 익숙이 아닌 자신의 감정과 감각을 무뎌지게 했을 것이다. 그런 동화 님이 사회사업가를 만나 기존의 관계와 새로운 관계에서 응원과 지지를 받으니 방 밖으로 발자국을 뗄 수 있었고 이젠 자신도 모르게 세상 속으로 나와버렸다. 그동안 숨기고 있던 사람과 함께 사는 맛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언제 혼자였는지 알 수 없게 함께하고픈 사람이 생기고 참여하는 활동이 늘었다. 이렇게 사람과 만나고 나니 자신에게 더 당당해진다. 자기 일에 주도적으로 묻게되고 자신을 넘어 지인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기고 묻고 걱정하게 된다.
그런 자기 모습을 보며 동화 님을 어땠을까!
사회사업가로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의 문제가 아닌 강점 관계만을 붙잡고 동화 님의 선호하는 삶을 위해 애쓴 노고에 정말이지 큰 박수를 보낸다. 많은 공부를 하며 배움을 실천에 적용하려는 노력,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깨어 있는 실천을 하려는 노력, 결코 사회사업가로서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 정말 멋지다. 그가 대덕복지관에 있는 게 부럽고 다음에 또 어떤 실천으로 기록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늦게 피는 꽃, 동화冬花> 제목처럼 늦게 피어도 꽃은 꽃이다. 언제고 필 거라는 믿음만 있다면 꽃은 꼭 피어날 것이다. 또한 사회사업가 장경호 선생님이 그런 사람이다. 믿고 응원하며 당사자가 꽃 필 날을 함께 기다려주는 사람. 참 멋지다!
글을 읽고나니 강점 관계기반 사례관리의 중요성을 알지만 아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구나. 너무도 큰 변통을 쓰고 있구나. 그리고 장경호 선생님처럼 배운 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말과 글로 표현도 못하구나. 배움의 깊이가 얕고 짧음을 오늘도 느낀다. 장경호 선생님 덕분에 나를 알고 깨쳐 나가게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