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 5,18-25; 루카 11,42-46
+ 오소서, 성령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육의 행실과 성령의 열매를 비교하십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바오로 사도가 나쁘게 보신 것은 육체 즉 몸이 아니라, ‘육의 행실’이라는 것입니다. ‘육의 행실’이란, 성령의 인도를 거슬러 육이 이끄는 대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열다섯 가지 ‘육의 행실’을 열거하시는데요, 이는 네 개의 범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사랑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불륜, 더러움, 방탕이 이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우상 숭배의 행실인데요, 우상 숭배와 마술입니다. 오늘날 마술은 오락이나 예술로 여겨지지만, 예전에 마술은 우상 숭배자들이 했던 기이한 행위를 뜻했습니다. 그렇기에 ‘마술’(魔術)의 ‘마’자는 ‘마귀’를 뜻하는 ‘마’자를 씁니다.
세 번째는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행실입니다.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입니다.
네 번째는 방종의 행실로서 만취와 흥청대는 술판입니다.
이어서 성령의 열매 아홉 개를 말씀하시는데요, 무질서와 혼란을 주는 육의 행실의 목록과는 달리, 성령의 열매는 질서와 조화를 이루어 세 개씩 정리됩니다.
첫째는 사랑, 기쁨, 평화입니다. 육의 행실이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처럼, 성령의 열매는 사랑에서 흘러나옵니다. 사랑은 성부, 성자, 성령에게서 나와 우리가 하느님께 그 사랑을 되돌려 드리고, 이웃을 사랑하게 해주기에 성령의 열매입니다. 사랑은, 첫 번째 육의 행실인 불륜, 더러움, 방탕과 반대됩니다.
둘째 열매는 기쁨입니다. 인간은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받기 위해 창조되었습니다. 사랑만이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갈망을 채워 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기쁨으로 이어집니다.
성령께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의 자애로우신 뜻과 조화를 이루도록 인도하고, 끝없는 내적 갈등에 빠질 수 있는 무질서한 경향을 이길 힘을 주시기에 평화를 주십니다. 그러므로 평화는 성령의 세 번째 열매입니다.
다음 세 가지 열매는 인내, 호의, 선의입니다. 인내는 본래 하느님의 인내와 관용을 의미합니다. 호의 역시 하느님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인내와 호의의 열매를 맺는 것은 하느님을 본받는 것입니다. 선의는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너그러움을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는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육의 행실을 극복하게 해 줍니다.
마지막 세 가지는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 ‘성실’은 ‘믿음’으로도 번역되는데요, 우리의 성실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실하심’에 대한 신뢰를 뜻합니다. 온유는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는 것입니다. 성실과 온유 역시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육의 행실을 치유하는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절제는 방종의 육의 행실, 즉 만취와 흥청대는 술판에 대한 치료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 교사들을 꾸짖으십니다. 역시 세 개씩 말씀하시는데요, 오늘 삼종 세트가 많이 나오네요? 바리사이들 삼종 세트는, 첫째, 작은 일에 집착하면서 정작 중요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무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겸손하지 않고 윗자리와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셋째, 그렇게 율법을 강조하면서도 실은 드러나지 않는 무덤처럼 부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에 율법 교사가 따지자, 예수님께서는 율법 교사들에게도 삼종 세트를 선물하시는데요, 첫째,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나머지 두 가지는 내일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바리사이와 율법 교사들의 잘못을, 1독서에 비추어 보면, 그들에게는 성령의 열매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율법을 강조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의무에 의한 것이었고, 따라서 기쁨도 평화도 없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인내와 호의와 선의도 없었고, 하느님의 성실하심에 대한 믿음, 온유, 절제 모두 없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식별’을 매우 강조하시는데요, 어떤 일이 성령께서 하시는 일인가, 성령을 거스르는 일인가를 식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성령의 열매로 식별하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 아닐 때, 이 열매 중 한두 가지를 심각하게 거스르게 됩니다.
우리가 성령의 이끄심을 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는 일을 사랑으로 해야겠고, 나의 기쁨과 평화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쁨과 평화를 늘 살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성령께서 언제나 우리 삶 안에서 일하시어 당신의 열매를 맺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https://youtu.be/gl2zZ0Szji8?si=1xomwVOD5dKlJQxV
떼제 성가, 오소서 성령님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번역에 차이가 있네요)
출처: [성령님] 성령의 열매 (paulin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