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8집 타이틀곡‘이터너티(Eternity)’로 컴백일렉트로니카 표방한 실험음악, 가요계 새바람 예고섹시 가수 엄정화, 과연 불황인 음반 시장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연기자로서 매력을 한껏 자랑한 엄정화가 2년여만에‘가수’로 돌아왔다. 8집‘셀프 콘트롤(SELF CONTROL)’이 드디어 공개된 것. 가수로서 엄정화를 애타게 기다렸던 팬들은 물론, 침체 속에 허덕이는 가요계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녀이기에 팬들이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년 동안 벌써 8장의 앨범을 낸 엄정화지만,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매력은 그녀를 가수로 오랫동안 사랑받게 만드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변신’이란 엄정화에게 있어 그만큼 중요한 테마다.
이번 8집에서도 엄정화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 볼만하다. 그 첫 단추로 엄정화는 지난 13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클럽에서 새 앨범의 쇼케이스를 벌였다. 물론 엄정화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엄정화는 이날 사이버 풍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8집의 타이틀곡‘이터너티(Eternity)’등 4곡을 열창하면서 관능적이고 뇌쇄적인 춤을 선보여 현장에 모인 300여 팬들을 열광케했다.
“오랫만에 무대에 서니까 신인 때 마음처럼 떨렸어요. 10여년간 8장의 앨범을 내면서 이런 식의 컴백 무대를 갖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콘서트 무대에 선 것처럼 황홀한 기분이었죠”이색적인 컴백 무대뿐 아니라, 그녀의 음악적 색깔도 확연히 변신했다. 기존 엄정화 스타일을 계승한 댄스와 발라드는 물론,‘일렉트로니카’를 표방한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것. 전체 19곡이 두 장으로 나뉘어 수록돼 있는 이번 8집 앨범은 엄정화식 댄스곡과 발라드 등으로 구성된 1CD와 고급스러운 편곡과 사운드로 일렉트로니카 댄스라 하는 장르가 수록된 2CD로 구성됐다. 1CD는 엄정화의 독특한 감수성과 섹시함을 느낄 수 있는 곡들로서 그의 오랜 음악적 동반자 주영훈을 비롯해, 조규만, 황세준, 김조한, H 등이 곡들을 선사했고, 엄정화는 더 농익고 능숙능란한 가창력으로 다양한 레파토리를 소화하고 있다. 사실 이 파트만으로도 기존의 엄정화 팬들은 크게 만족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리라. 헌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또 다른 한 파트다.‘일렉트로니카’를 표방한 실험적인 음악이 가득한 이 파트가 바로 오늘 엄정화의 앨범을 단연 음악계의 최고 이슈로 만들고 말았다.
“파티용 테크노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파티나 클럽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새롭게 시도한 장르예요. 이색 쇼케이스를 준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어요. 클럽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시길…하는 마음에서였죠”이러한 앨범의 특징은 기존 가요계에 틀을 벗기 위한 첫 시도이기도 하다. 물론 일렉트로니카라는 개념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 정통성을 운운하며 미리부터 손사레를 칠지도 모르겠으나, 엄정화가 이번에 시도한 것은‘마케팅용’이 아닌‘진짜’일렉트로니카라고 할수 있다. 일단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만 확인해보아도 알 수 있다. 프로듀서로는 클래식과 가요를 넘나드는 작곡으로 명성을 떨치며, 현재 프랑스 유학중인 베이시스 출신의 정재형이 활약하고 있고, 프랙탈, 롤러코스터, 달파란, 윤상, 정원영 등이 곡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오버-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베테랑들이다.
타이틀곡‘이터너티’역시 마돈나 풍의 일렉트로니카 댄스곡. 엄정화는 화려한 댄스와 함께 나이트 클럽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풍으로 세련된 친숙함으로 다가설 예정이다.
8집의 타이틀곡‘이터너티’는 엄정화의 보이스에 묻어나는 기계적 음성과 화려한 편곡과 사운드·멜로디, 이 모든 삼박자가 딱 떨어지는 매혹적인 곡.‘편집’과‘반복’을 전체적인 음악의 기본틀로 고급스러움과 일렉트로니카의 멋진 분위기를 뿜어낸다. 특히 후반부로 치닫으며 뿜어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대선과 기타의 조화는 음악팬들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다.
안무 역시 곡의 고급화에 맞춰 스릴과 함께 뮤지컬적이 요소로 곡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소울 펑키 리듬’의 댄스곡‘에로스(EROS)’는 3집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작업을 같이 한 작곡가 주영훈이 엄정화의 8집을 위해 만든 곡으로, 기존의 엄정화의 음악을 지켜가면서 좀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타이틀 못지 않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곡.
‘크러쉬(CRUSH)’는 현대화된 복고풍 디스코리듬의 백코러스(Back Chours)가 돋보이는 노래다. 7집의 타이틀곡이었던‘다가라’와 느낌이 비슷하고 엄정화의 색깔을 확실히 표현해 내는 대중적 멜로디의 곡이다.
‘잊었니’의 주인공‘H’가 뮤직비디오를 자청한 엄정화를 위해 특별히 선물한 노래‘보이(BOY)’는 가벼운 힙합리듬에 밝은 멜로디의 음악으로, 엄정화 특유의 가성 보컬을 잘 살려낸 트랙이다.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위에 정제된 페미니즘과 한국적 감성을 담은‘Wacko’는 지금까지의 엄정화의 음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의 곡이다. 기존의 하우스 기반에 테크노 적인 요소가 가미된 형태의 곡에서 탈피하여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운드와 독특한 형식의 곡으로서, 대중적인 부분과 세련됨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또한 기존 곡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특징 있는 보컬 창법은 엄정화의 새 앨범을 듣는 많은 대중들에게 그녀의 또 다른 끼를 느끼게 한다. 여전히 변함 없는 부분은 자신감 있는 가사. 반드시 엄정화의 목소리를 통해서 불려져야만 할 것 같은 여성우월 시각의 가사는 아무리 건방진 내용이라도 듣는 이의 귀에 거부감을 누그러뜨린다.
대중적인 코드와 실험적인 코드 모두를 갖추고 출격준비를 마친 엄정화는 새로운 앨범을 통해 수많은 음악 팬들을 동요시키겠다는 각오다. 언제나 새로운 변화와 시도로 팬들을 자극하는 엄정화의‘아티스트로서의 도약’이 가요계 전반에 걸친 장기화된 침체에 단비를 내리며 이슈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엄정화는 2월 한달 동안 라디오에서 주로 신곡을 알린 뒤, 오는 3월 가요프로그램 등으로‘돌아온 여왕’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