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오늘의 기쁨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맘! 오늘의 기쁨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수바가 벅찬 감동의 말들을 텔레그램에 쏟아내고 있었다.
“맘이 베풀어준 나레쉬의 생일 파티에 우리 모두가 흥분하였습니다.”
벵도 한껏 고조된 기쁨을 감추지 않고 감동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레쉬의 생일 축하를 위하여 13명의 우리 고아원 형제자매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생일 케익을 자르며 환호하는 사진이 왔다.
순식간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의 인도 부재로 말미암아 샨띠홈 에이즈 고아들이 코로나 팬데믹을 시점으로 해서 흩어져 버렸다. 어렴풋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낌새는 차리고 있었지만 설마 했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나의 방문을 기회로 아이들이 모였지만 그들이 다시 모여서 살 수 있도록 샨띠홈을 재개원 할 상황이 못 되었다. 그로 인한 상처가 커서 나는 병원 책임자에게 말 한마디 벙긋하지 않고 바보처럼 허리를 굽히다 돌아 왔다. 비참한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Goodbye!” 말할 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돌아 나오는 나의 손에 벵과 수바의 전화번호가 있어 아이들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을 면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벵과 수바에게 말하여 아이들의 현재 상황을 조사하고 연락처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샨띠홈에서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찾아내라고 하였다. 그들은 가우탐을 찾아냈지만 강가 라주와 베이비 가야뜨리, 큰 가야뜨리와 스프리나 등은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 뒤로 아이들의 희망과 꿈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우선 아이들에게 생일 선물을 하고 파티를 열어주기로 하였다.
송금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인도에 있는 한국 분이 도움을 준다고 하였다.
그 다음 가장 큰 문제는 돈을 받는 벵이 내 뜻대로 정직하게 돈을 사용하느냐 였다. 그래서 그에게 생일 선물 대신 보내는 현금을 생일을 맞이한 당사자에게 전달 할 때 영수증과 전달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하였다. 그리고 생일 파티 사진을 찍어서 보낼 것을 주문하였다.
벵의 자세와 태도에 따라 생일 선물과 파티가 계속될 수도 있고 멈출 수도 있으므로 이것은 도박이었다. 나는 우리의 신뢰가 깨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돈을 송금하였다. 그리고 동의한 대로 집행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레쉬에게 현금을 돈으로 전달하는 사진이 왔고 나레쉬가 감사의 인사말을 동영상으로 전하여 왔다. 그러나 생일잔치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묻지 않고 자율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리고 말없이 며칠이 지났다.
생일 선물을 미리 전달하였지만 오늘 1월 31일이 나레쉬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크리슈나 생일과 함께 해도 된다고 하였으므로 오늘 생일 파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3시를 기점으로 하여 4시부터 사진이 계속 들어왔다.
수바는 내가 찾아내라고 한 강가 라주를 찾았고 그가 파티에 참석을 했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신사진을 찍어 보냈다. 눈이 크고 조용하고 말이 없던 소년이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았던 아이의 표정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수바를 통해서 강가의 인사를 받았고 “나 또한 너를 다시 보게 되어서 기쁘다”고 하였다. 수바는 2012년 가을에 집으로 돌아간 다라니 사진도 보냈다. 다리니는 동영상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다라니를 보니 첸나이 투어 시 함께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어린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다녔던 가야뜨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왼 팔이 화상을 입어 보기가 흉하였으며 평범한 얼굴에 성실한 아이로 명랑하였지만 어느 날 친척이 와서 강제로 데리고 갔다. 그 뒤로 소식이 끊겨버렸다. 앞으로 그 아이의 형편도 파악하기를 기대하며 수바가 보낸 여러 사진과 아이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신이 났다.
사진이 막 올라왔다.
나레쉬 이름이 적힌 생일케익이 올라왔다.
생일케익 앞에 서있는 나레쉬의 사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케익을 커팅하는 동영상, 커팅한 케익을 아이들과 나레쉬가 서로 먹여주는 사진, 잔치 음식인 비리야니를 먹는 사진, 탁자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 사진, 멀리서 전체를 찍은 사진, 부분만 찍은 사진, 전원이 일어서서 환호하며 찍은 사진 등이 수십 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밀려왔다.
아이들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쁨을 나누고 행복을 먹으며 자유를 마시고 있었다.
밝게 웃는 그들의 영혼이 환희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흩어진 이후로 처음으로 자유롭게 만났던 것이다. 그것도 감히 가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레스토랑에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방에서 모여든 것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들은 출생 자체가 저주였다. 그래서 천덕꾸러기요, 처음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샨띠홈은 죽은 ‘존 밥’이 말한 것처럼 에이즈 환자이기 에 더욱 사랑받으며 보살핌을 받는 피난처였고 안식처였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그들은 상처받은 외로운 영혼이었고 살아 있음에도 설 자리가 인정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은 생일 케익을 나누면서 다시 소생하여 형제자매로 태어났다.
아이들은 생일 음식을 나누면서 주님의 성찬에 참여를 하였다.
아이들은 짜이를 마시면서 가슴이 뜨거워졌고 부활의 은혜를 체험하였다.
아이들은 일곱 시간 동안이나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벵이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우리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습니다. 맘의 사랑 때문입니다. 맘, 우리는 함께 먹고 함께 거리를 쏘다니며 즐거움으로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쁨으로 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나레쉬가 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 케익을 잘랐고 생일잔치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맘이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보았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요. 아마 오늘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도 우리가 신명이 나서 떠드는 것을 보고 무척 기뻐하셨을 겁니다. 맘! 오늘 맘이 우리에게 한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모를 겁니다. 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벵의 글을 새겨 읽으며 수바에게 부탁하였다.
“수바야, 벵이 너희들의 맏형이다. 그를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주신 맏형으로 예우하고 그를 중심으로 자주 모여라.
그리고 형제자매들의 소식을 자주 전해다오.”
수바에게서 답신이 왔다.
“맘!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저의 맏형입니다. 저는 그를 일찍부터 맏형으로 대하였습니다.
앞으로는 더 잘 따르며 함께 하는 일에 협력을 하겠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계속 솟구쳤고 하나님의 일하심이 느껴졌다.
나는 아이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며 행복한 비명으로 지르며 하나님께 감사와 찬미를 바쳤다. 하나님께서 나와 일체 상의도 하지 않고 샨띠홈의 문을 닫아버린 병원 책임자와 아이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 쪽 지역 교회 지도자들에게 받은 나의 상처를 깨끗하게 씻어주시며 그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길을 열어 주셨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이 매달 한 번씩 생일잔치로 모이며 삶의 아픔과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길을 터주신 것이다.
할렐루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보호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자유와 감정, 꿈과 희망을 질식시키는 힘의 구조와 조직 속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우산도 없이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로 쫓겨났던 것이다.
그 때 아이들의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컸을 것인?
분노와 상처가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러나 그들은 그런 위기 속에서 친척과 이웃들 속에서 자비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아이들은 직업훈련원으로 갔고 어떤 아이들은 전문대학교로 갔고 어떤 아이는 대학교로 갔고 어떤 아이들은 상점에 취업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용감하게 살고 있다.
할렐루야!
하나님은 내가 생각하며 기획한 ‘생활공동체’보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 자유와 감정의 나눔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셔서 아이들의 집, 샨띠홈을 허무셨다. 사람으로서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감탄하며 그 다음 단계로 나와 아이들을 어떻게 인도하실 것인가를 묵상하고 있는데 나레쉬가 텔레그램으로 나를 초청하였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나레쉬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수줍어서 그가 텔레그램으로 나를 초청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가 나를 초청한 것이다.
그는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였다.
“맘! 저는 나레쉬 여요. 오늘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맘의 사랑으로!”
하나님께서 샨띠홈을 허물고 새 일을 시작하셨다.
내가 할 일은 하나님의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들과 함께 찬양하며 감사하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2023.2.1.수요일 새벽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