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에 진출한 신진서 9단. 전전기와 전기 준우승에 이어 3연속 결승에 올랐다.
인터뷰/ 삼성화재배 결승 오른 신진서 9단
"승부사 최정 선수에 대해 준비해 오겠다"
개막 때부터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혔던 신진서 9단이 남아 있던 결승 티켓의 한 장을 가져갔다. 5일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전에서 중반의 고비를 넘기고 김명훈 9단을 꺾었다.
이 승리는 올해 국제무대에서 16전 전승으로 이어졌다. 이 중 메이저 세계대회는 8전 8승. 적수를 찾을 수 없는 '무풍질주'다. 국내무대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외 기전 7관왕에 군림하고 있는 신진서 9단의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은 3연속이다. 다만 전전기와 전기에는 결승에서 각각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에게 막히면서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올해의 결승 상대는 '바둑여제'로 통하는 최정 9단이다. 국후 신진서 9단은 "승부사 근성이 강한 선수, 평소보다 더 좋은 내용"이라며 경계했다.
▲ 올해 국제무대에서 16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Q. 3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소감은.
A. "올해 역시 결승에 꼭 진출하고 싶었는데 결승까지 잘 오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지 않고 준비하겠다."
Q. 초반부터 낯선 진행이 나왔는데 바둑 흐름을 어떻게 보았나.
A. "처음 두어 본 바둑이라서 판단이 잘 안 됐지만 어느 정도 제 예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나왔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형세판단이 확실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확신을 갖지 못했는데 하변 패 부분을 지키면서 괜찮아졌다고 보았다."
Q. 좌변쪽에서도 몸싸움이 있었는데 그 부분의 타협은 어땠나.
A.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뭔가 해먹을 맛이 많아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그 이후의 수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끝내기에 들어갈 때에는 약간 안 좋은 형세라고 생각했다."
▲ 대국을 벌인 모니터로 복기하고 있는 신진서 9단과 김명훈 9단.
Q. 상대가 하변을 찔러 왔다면 패를 할 생각이었는지 물러날 생각이었는지 궁금했다.
A. "대국 당시에는 패를 고민하고 있었다. 물러나면 계가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패에 대한 수읽기를 하고 있었는데 잘 모르겠다.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뒤로 물러서는 게 자신이 없어서 패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Q. 승률 그래프가 의미 있게 움직이고 나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흐름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인가.
A. "껄끄러운 장면이 사라지고 수읽기할 부분이 없는 끝내기 단계여서 나중에 체력이 떨어질까 봐 먹었다. 아무래도 불리한 형세에서는 무엇을 여유롭게 먹기가 불편하다. 형세가 괜찮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Q. 어제 열린 준결승전을 실시간으로 보았는지.
A. "계속 보고 있었다."
▲ 휴식 시간 없이 5시간 안팎으로 장시간 대국하는 선수들은 대회장 한켠에 준비되어 있어 바나나 등으로 보충한다.
Q.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았는지도 궁금하다.
A. "최정 선수는 역시 승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제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바둑판에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
Q. 최정 9단을 다시 보게 되던가.
A. "세계대회 자체가 여타 대회와 성격이 많이 달라서 최정 선수가 결승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워낙 경험이 많고 승부사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좋은 내용으로 두는 것이 느껴졌다."
Q. 당연히 결승 진출이 목표였을 것이고, 그 상대가 최정 9단일 거라고 예상을 했는지.
A. "8강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어제 같은 경우는 사실 4강전이고 서로 부담이 굉장히 큰 경기라서 경험 많은 최정 선수가 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까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겠다."
▲ "최정 선수와 전투를 하는 것이 솔직히 두렵고(웃음) 피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Q. 최정 9단이 전체적으로 과감한 수들을 많이 두고 있다. 전투바둑으로 맞설 것인지도 궁금하다.
A. "전투가 솔직히 두렵고(웃음), 피해 다니도록 하겠다."
Q. 전날 최정 9단의 인터뷰에서 누가 올라오든지 자신과 대국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거라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하는가.
A. "솔직히 부담이 큰 것은 맞는데 꼭 최정 선수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세계대회 결승 자체가 부담 가는 시합이라서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제 바둑을 두는 게 결국은 더 중요할 것 같다."
Q. 요새 컨디션은 어떻나.
A. "그냥 괜찮은 것 같다. 나쁘지는 않다."
▲ 한국기원에 나와서 신진서-김명훈의 준결승전을 연구하고 있는 최정 9단. 전날 준결승에서 몹시 괴로워했던 변상일 9단도 국가대표훈련실에 출근했다.
Q. 내일 휴식일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A. "시간이 많지 않아서 큰 준비는 못할 것 같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다."
Q.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는.
A. "어떻게 보면 3년 연속 최강인 선수와 결승전을 벌이는데 이번에는 최대한 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최정 선수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승부사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많은 준비를 하고 오겠다. 그동안 결승 무대에서 안 좋은 모습이 많아서 이번에는 꼭 우승하도록 하겠다."
Q. 마지막으로 진부한 질문이지만 우승 확률을 수치로 말해 본다면.
A. "평상시에 최정 선수와 두는 것보다 10% 정도 질 확률이 많을 것 같다."
▲ 가운데는 준결승전 심판을 맡은 고근태 9단.
▲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현재 LG배와 춘란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응씨배 결승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