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고 나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우리 카페에서 검색해 본 일인데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되어 혹시나 다치신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록해 봤습니다.
1.수술 전(부제 : 뚝 소리가 들렸다면 들은 게 맞다. MRI 고고)
뚝 소리와 함께 부상 후 동네 정형외과에서 3주정도 연골주사+물리치료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 좋아진 감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었고 사실상 시간낭비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좀 더 큰병원에서 MRI를 찍고 나서야 수술, 입원까지 일사천리 진행되었기에 동네 병원은 제 몸을 제일 잘 아는 저의 아쉬운 선택입니다. (*그런데 최근 십자인대 트렌드가 부상 이후 바로 수술하기보다 3주 정도 시간을 두고 한다고 해서 기사회생이었죠.)
2.검사(부제 : 수면마취 시 난 금방 잠들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떡.. 이 타이밍에 잔다.)
MRI를 찍고 보니 전방십자인대파열 판정 두둥. 바로 수술 권유하더라구요. NBA 뉴스로만 보던 ACL를 내가... 급한 감이 있어 다음주로 미루고 더 알아봤습니다. 그 후 지인 소개로 잘한다고 소문난 서울소재 모 병원장님께 MRI CD를 들고 갔더니 깔끔한 전방십자인대파열 두둥(2). 그런데 연골판 손상도 말씀하시며 꿰매어야 될 수도 있다고 하시네요. 자세한 건 MRI로 안 나오고 열어봐야 안다고. 연골판까지 꿰매면 목발기간도, 회복기간도 더 길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얼마나 걱정이었냐면 간호사쌤이 증언하길 수술 후 제가 마취가 덜 풀린 상태에서 한 첫마디는 "연골판 꿰매었나요?"였고 "아니요~"라는 대답을 듣고 "나이스!"하고 다시 잠들었답니다. 기억이 날듯 말 듯.. 수치스럽지만 기억이 안나는 척 입원기간 잘 보내고 왔습니다.
3.수술(부제 : 다쳐도 잘 다치자.)
자가건과 타가건(다른 사람 인대) 중 타가건으로 했습니다. 운동능력이 0이라서 다른 사람 인대로 하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긍정회로를 돌려봤는데요. 무튼 수술받았는데 알고 보니 십자인대수술 명의 리스트에 있는 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수술 후 무통주사를 한 번도 누르지 않을 정도로(심심해서 한번 눌러봄) 통증도 없었고, 굽히는 것도 처음부터 70도 정도 나왔고 피는 것도 정상에 가깝게 다 펴졌습니다. 발 딛는 것도 가능했구요. 제 개인적으로는 명의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부위를 열어보니 깔끔하게 전방십자인대만 똑 끊어졌고 연골판도 깨끗했답니다. 수술 후 MRI 찍은 것을 보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말그대로 '잘' 다친 거죠. 여자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잘 다치는 게 어딨냐고, 애초에 안 다쳐야지라며 등짝스매싱을..
4.입원(부재 : 푸룬주스 꼭 챙기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는 병원이라 보호자 방문이 안 되는 대신 물도 떠주시고 수저도 설거지해주시고 필요한 건 어느 정도 다 챙겨주셔서 침대에서 거의 움직일 일 없이 편히 지내다 왔습니다.
제일 걱정했던 건 아픈 것과 소변줄이었는데 둘 다 해당하진 않았네요. 첫날밤만 소변통으로 해결했고 그다음부턴 직접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제가 입원하면서 제일 중요하다 느낀 것은 잘 싸는 겁니다. 먹는 건 꼬박꼬박 주니 삼시세끼 잘 먹었는데 싸는 게 잘 안 돼요. 약성분때문에 그렇다고 잘 쌀 수 있는 약을 주셨는데 결국 목~일요일 아침까지 해결이 안 됐습니다. 간호사쌤에게 말했더니 잘 싸는 약을 2배 주셔서 아침에 먹었는데 점심 때까지 해결이 안됐습니다. 나는 약효과가 없나보다라고 생각한 찰나 여자친구가 오후에 온다고 해서 "푸.. 푸룬주스 좀...", "왜? 변비야?", "약 때문에 못 싸고 있어.."라고 힘들게 고백하고 푸룬주스를 받았습니다. 근데 여자친구가 몇 시간 뒤 가자마자 신호가 오더라구요. 아침에 먹은 약이 이제 터진 거였습니다. 푸룬주스가 내 손에 있는데..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입원이 처음이라면 꼭 필요한 준비물
저는 살면서 입원이 처음이라 별별걸 다 챙겨갔습니다. 아마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 안 챙겨가도 될 수도 있겠지만 제 기준 필수품은 ①푸룬주스 ②큰 생수 ③샤워티슈 입니다. 안대 귀마개 이런 건 케바케인듯 하구요. 못 씻을 테니 팬티라도 자주 갈아 입자하고 여러 장 챙겨갔는데 막상 노팬티로 더 많이 지내서 팬티도 많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결론
십자인대파열이 생각보다 일반인들도 많이 다치는 부위라서 대부분의 병원이 경험치도 많고 수술 퀄리티도 좋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고 주변에 잘하는 곳 찾아가시면 될 것 같아요. 어쩌면 수술보단 재활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다치고 나서 느낌이 오시면 그 느낌이 맞으니 MRI 무조건 찍어보시고, 이왕 찍을 거 수술 잘하는 곳 가서 찍고 거기서 수술하세요. 타 병원에서 찍은 MRI 가지고 가면 판독료 들어요(전 5만원). 보호대는 집에 있다고 하고 쿠팡으로 사시구요. 총 금액은 너프하게 550정도 나왔습니다.
살면서 처음 하는 수술과 입원이었는데 겪어보니 두 번 겪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우리 카페 회원분들께서도 절대 다치지 마시고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기원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4번 부제 격하게 공감합니다 ㅋㅋ 저도 3일정도 안나온것 같아요, 저는 똑같은 곳 두번 했습니다…이제는 수영,런닝(살살) 빼고는 아무 운동도 안합니다 ㅋㅋ
아이고 고생 많으셨네요 ㅠㅠ
고생하셨습니다
재활이 정말 중요합니다
3번 격하게 동의합니다 "잘 다치는거"는 없어요 무조건 안다쳐야죠
저도 인대부분이 상당히 잘 다칩니다 양쪽 다 다쳐봤죠 그것도 수시로
그런데 신기한거는 수술할 정도로는 안 간다는 거죠 물론 물리치료는 상당히 오래했죠
그래서 저도 트렌드밀하고 마운틴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간간히 천국의 계단 해주구요
귀한 경험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십자인대 건강하시길 바래요.
고생 많으셨고, 재활 잘 하셔서 건강 회복 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정보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여자친구 얘기가 필요했나? 하는
아쉬움이 (응?) 드네요
쾌유를 빕니다. 잘 나으셔서 전보다 더 건강하시길요!
예전.트렌드로 말하자면
." 그래서 ? 있으시다????" 죠
힘드신 경험이셨을텐데 이렇게 밝은 어조로 공유해 주시니 너무 좋네요
재활 잘 하시길 바랄게요!
저도 작년8월에 다치고 지금 다시 농구중인데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진않네요ㅠㅠ 혹시 수술받은 명의 원장님 누구신지 알수있을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7.18 21:01
잘다치신 겁니다 ㅎㅎ 연골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ㅎ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전 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한번 더 크게 다치면 집사람이 이혼이라고 경고를.. 농구하다가 코뼈, 왼무릎전방십자, 오른발 아킬레스, 왼쪽팔꿈치인대파열, 오른팔꿈치뼈조각 기타등등 더 많아요 ㅡㅡ 재활 잘하세요!!
의사선생님 말씀 뭔지 알아요 ㅜ ㅋㅋ
아유 ㅠㅠ 비오고 그러면 더 욱씬하고 아프실텐데 쾌차하시길요!!
저도 작년 10월에 같은 수술하고 아직 재활중? 입니다...
ㅎㅎ 언젠가 농구복귀도 하고싶긴한데... 트라우마가 극복이 될지 모르겠네요
이제 잘 회복하셔서 복귀하실일만 남았습니다
수술 잘 되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재활 잘 해서 얼릉 쾌차하시길~
고생하셨습니다 ㅠ
재활 잘 받으시고 쾌차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