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누라와 함께 재래시장엘 갔다.
가기 싫었지만 장 본 걸 들고 와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모처럼 재래시장 구경도 할 겸 따라 가기로 했다.
옷을 갈아 입고서도 문 밖에 서서 20분을 넘게 기다렸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참에..
마누라가 나오며 하는 말이
"장에 가는데 구질구질하게 해가 가믄 누가 챙핀데...?"
갑자기 가기 싫어져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라마 혼자 가든지..?"
어디든 같이 갈때는 언제나 짜증이 난다.
방안에서 30분 나와서 20분..뭐가 그렇게 할게 많은지!
그래도 오늘은 약과다.
참자. 또 참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먹고 마누라를
따라 나섰다.
오랫만에 보는 시장풍경은 참 재미있다.
시장한쪽 옷파는 가게에선 아저씨가 의자위에 올라서서
손뼉을 치고 발을 쿵쿵 굴리면서 손님들을 부르고
통로 옆으로는 오징어 갈치같은 해물을 파는 난전이 죽 늘어서 있고
그 사이를 리어카에 멸치를 가득 실은 멸치장수가
"기장미러치가 왔어요. 미러치가 한 되빡에 사천원!" 하며
고래고래 소리치며 지나가고
손수레에 만두를 실은 아줌마가
"납짝만두 두봉지에 천원!" 하며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며 지나가고,
조그만 나무상자에 누런 테이프를 두루고, 바퀴를 달고
또 그 속에다 녹음기를 넣고서 몸 아랫도리에는 타이어고무를
칭칭감은 장애인이 한 손으로는 상자를 밀고 한손으로는
마이크를 잡고 길바닥에 엎드린 채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찬송가를 부르는 데 상자위에 놓여진 플라스틱바구니 속에는
천원지폐 몇 장과 동전 여나믄 개가 담겨 있다.
이런 저런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앞에 가던 마누라가
"머 하능교.. 빨리좀 오소... 그캐가 언제 시장 다 보능교?'"
마트에서는 자기가 빨리 안 오더니
모처럼 나온 시장에서는 오히려 나보고 신경질이다.
"야이 자슥아! 니도 허패 디비지제? 영 안 가뿔라 마"
이런 생각을 하며 마누라를 따라 다녔다.
한참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배가 고프다
갑자기 칼국수집이 생각났다.
시장 한 모퉁이에 가면 차고를 막고서 국수를 삶아 파는 집이 있는데.
양은으로된 오봉에다 김치 한접시와 칼국수 한그릇을 담아 주면
플라스틱의자위에 올려놓고 먹는데 맛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 참에 오늘은 그 집 칼국수를 먹어 봐야겠다 생각하고
"배 고프다. 머 좀 묵고 가자?'
"좀 참으소.. 집에 가가 무먼 되지! 장도 다 바 난는데...'
"그래도 칼국수 한 그릇씩 묵고 가자?"
"칼국수는 먼 칼국수라요? 집에가가 칼치 꾸버가 묵으먼 되지.."
하며 차 있는 곳으로 간다.
못내 섭섭해서
"묵고 가지...."
하며 따라 갔다. 칼국수집 앞에 오니 사람들이 오늘도 여전히 많다.
그러니까 더 먹고 싶어 진다.
"묵고 가자!"
"보소.. 사람들이 저래 많은데 길에 서가 묵을라요?
나이 자싯스먼 머 부끄러븐거또 좀 알고 그라소!"
하며 앞서서 휙 가 버린다.
그 뒤를 장보따리를 양손에 들고 따라가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담부터 니하고 같이 시장오면 내 사람이 아이다!"
첫댓글 ㅎㅎㅎ 방뎅이님 참 재미있게 사시네예 . 지도 어디갈라하면 마음이 급해서 신랑보다 더 빨리 해가지고 지달리는데 ..참 고것도 인내가 필요합디다. 시장에 그칼국수 얼매나 맛났을꼬..ㅎㅎㅎㅎㅎ
갑자기 따듯한 칼국시가 그립네요 것절이 김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겠지요.......
니도 허패 디비지제? 푸하하하
그 중간에 히딱이 빠젼네.... 허패 히딱 디비지제?
ㅎㅎㅎㅎㅎ
칼국수한그릇 두분이 정답게 드셧으면 모든 짜증이 다풀렸을텐데...그래서 갈치꾸버가 맛있는 식사하셨나요?
칼치 안 뭇심다 승질나서...
그래도 가자면 또 따라갈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네 사는 모습 다그렇게삽니다
마님께선 님생각혀서 오붓하게 갈치꾸버가 드실라고 그란것아닌지요?....삶이뭇어나는듯해 정겹네요...
잼있게 사시는것 같아 좋내요 얼렁 장가가야 겠다는 생각이 드내요~~~~^^*
그니까 시장은 혼자 다녀야 한다니까요..전 제가 직접 혼자 시장 보러다닌답니다..
울집양반은 먼저들어가 시켜놓는데...그럼 할수 없이 지도 따라들어갑니다..^^*아방뎅이님도 사모님보다 먼저 다니면서 들어가 시켜놓아요..그럼 아까워 따라 들어 온다니까요..ㅎㅎㅎㅎ
ㅎㅎ 졸래졸래 따라댕긴 망데이님이 그려집니다...ㅎ
아고, 사모님, 너무하셨그나~~~ 칼국수 자시고도 칼치 꾸버묵어도 되는데,,,,
ㅎㅎ 자시고 자픈거 같이좀 자셨으면 좋았을 낀데 ... 묵지마라 하니까 더 묵 고 자프시져? ㅎㅎㅎ
칼국수 못무서 상사병 나것다이가..... 몇날 몇일 눈앞에 선할낀데 이일을 우얄꼬....몰래 나가서 퍼뜩 한그릇 묵고 오그래이,...ㅎㅎㅎㅎ
두 분이서 다 꼬장꼬장 하신 것 같습니다 만.. 그래도 기울기는 옆사람 쪽으로 눈금이 더 내려가는 것 같군요..ㅎㅎ
짐꾼 노릇을 잘 못 하셨나요? 아~~아 서운 하셨겠네요. 그래도 다음에 또 가실 것 같은 예감?????
글쓰이 답글하는 분들 모두 우리들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경상도 아제 아잉교
구수한 사투리 써가며 올리신글 맛갈스럽게 잘 읽었읍니다 밤도 늣었는데 칼국수 대신 라면이라도 먹을까 싶읍니다..즐거운 주말 되십시요~`
묵고시픈 거는 다 묵고보는 건데... 산수갑산이래두~~~ㅎㅎ 실다는 거 권하지 마시구~~ㅎ 농담~~~ㅎ
재래시장 가면 정말로 정감이 가죠...?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이 베어 나는곳...님덕분에 재래시장 구경 잘햇슴니다. 아고~~칼국수 한그릇 잡숩고 오시지....../
칼국수를 메주 만큼이나 좋아하시나 보네요.그러게 칼국수 좋아하나 물어보고 결혼 해야 되는건데....메주가 밀어서 부칠수도 엄꼬~
에고 칼국수좀 사주시지 하마터면 주저앉아 우실뻔 할 상황이네요..ㅋㅋ 헌데 '허패 히딱 뒤비지제'가 무슨 말이예요?
ㅎㅎ 마 칼국시 눈 요기만 해뿟네요 담엔 마 잘 꼬시가 드시고 오이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