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가 이미 십몇년전부터 삶에서 웰빙(well-being)을 지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웰빙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서는 유독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말로는 저마다 웰빙을 외치지만,
실제로 이들이 추구하고 원하는 삶의 방식은
웰빙(well-being)이 아니라 웰두잉(well-doing)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잘 해야 하는 것
이겨야 하는 것
뛰어나야 하는 것
한국 사람들은 잘 해야지만, 이겨야지만, 뛰어나야지만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에게
잘 지냈어?
라고 인사하면,
속으로 내가 얘랑 못 만났던 기간동안 잘 한 게 뭐가 있더라? 잘 된 게 뭐가 있더라?
라고 생각하다가 에이 뭐 그냥 그랬어 라고 실없이 대답하게 된다랄까?
별 일 없이 괜찮게 지내다가도,
내가 막상 이 기간동안 이룬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기분이 다운되고 불안해지는 한국 사람들
잘 지내?라는 인사말에서조차 나의 성과를 되돌아보게 되는 불안한 민족
그저 Well-being 그 자체
웰빙이라고 하는 게,
꼭 좋은 음식을 먹어야, 좋은 집에서 지내야, 오가닉 제품을 써야만 웰빙인 것은 아닙니다.
well-being, 말 그대로 "잘 지낸다"는 뜻입니다.
내가 사는 곳이 어디든, 무엇을 먹든, 무슨 일을 하든,
내 마음이 편하고 만족스럽게 지낸다고 한다면 그것이 곧 웰빙이에요.
반면, well-doing을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잘 하기 위해, 스스로를 쥐어짜고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불안해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얻을 때마다 스스로를 비판하고 채찍질한다면,
아무리 이들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들 과연 이들의 인생이 웰빙일까요?
우리 나라에서는 누구의 인생을 웰빙이라고 평가하나요?
숨 쉴 틈 없이 산을 오르며 정상을 정복하는 well-doing 인
유유자적하니 산을 즐기며 때가 되면 하산하는 well-being 인
막상 당사자는 마음 편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넌 아직 이룬 게 하나도 없으니, 인생을 헛살고 있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사회.
인생이라는 게 뭔가 대단한 것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 굉장히 심각한 것처럼 포장하는 사회.
너도나도 행복과 웰빙을 꿈꾸지만,
한결같이 돈과 명예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제로섬 게임에만 몰두하는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하는 것"에만 너무 과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잘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불안감과 잘 하지 못했을 때 느껴지는 우울감, 자괴감은 기본 옵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을 왜 사나요?
뭔가를 잘 하기 위해서 산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오히려,
내가 무얼 하든 만족하면서 마음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으면 이게 곧 최선의 삶 아닌가요?
그저 well-being 그 자체에 집중한다고 한들, 뭐 내 인생이 심각하게 무너지기라도 할까?
나는 잘 지내는 게 중요해라는 말이 나는 지금부터 막 살래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삶의 핵심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지내는" 것에 둔다는 것은,
오히려 나의 퍼포먼스나 성과, 남들의 인정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어요.
무슨 일이든지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임할 수 있다면, 최소한 내 실력의 100%는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중요한 건, 내가 웰두잉이 아니라 웰비잉 그 자체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내 퍼포먼스가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없다라는 겁니다.
잘해야돼! 이겨야돼! 무조건 해내야돼!
이렇게 생각 한다고 더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상관없이 나는 그냥 잘 지낼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오히려 훨씬 더 좋죠.
그저 뭘 하든 내가 노력한 것만큼만 해 내고, 더 이상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일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가꿔 나가는 것.
그저 내가 마음 편하게 잘 지내는 것 그 자체.
진정 well-being이 목적이라면,
well-doing을 통할 필요 없이, 그저 다이렉트로 well-being을 추구하면 됩니다.
웰두잉에 매몰된 타인들이 나에게 뭐라 하건 상관치 말고,
그저 한결같이 나만의 웰빙을 추구해 나가면 그만이에요.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서,
일의 결과가 어떻든, 내 성과가 어떻든 상관없이 그저 마음 편하게 잘 지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삶.
돈과 명예도 다 내가 평안하고 잘 지내는데 쓰고자 하는 건데,
이미 내가 평안하고 잘 지내고 있다면, 더 많은 돈과 명예가 무슨 필요인가요?
잘 하려고 한다면 너무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하지만,
잘 지내고자 한다면 별다른 노력과 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저 우리의 의지와 선택일 뿐.
남들이 정해준 길, 사회가 정해준 길은 정상으로 향하는 수천수만개의 계단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여러분의 길을 찾으시어 유유자적 나만의 인생을 가꿔나가시기를!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저에게 얘기해주시는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네요. 전부터 늘 고민하는 주제중 하나입니다. 참 고마워요. 무명자님
고맙습니다 현재를 잘보내야겠어요
장기하의 나는 별 일 없이 산다 노래가 생각나네요.
무명자님 안녕하세여~ 책사서 잘보구있습니다 어머니한테도 선물드렸는데 책좋다고 흡족하시네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