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Bae Bien-U, 1950~ )는 소나무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른 새벽안개 속, 흑백톤의 그의 소나무는 특유의 거친 질감을 드러내며 강인한 생명력과 인고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섬과 바다, 제주 오름, 창경궁, 종묘 등 그는 한국의 자연을 은유적으로 바라보며 조형적 아름다움을 지닌 사진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선 배병우의 소나무와 섬 풍경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한다. 전남 여수 출신인 배병우는 이른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섬과 바다 풍경을 사진으로 작품화했다. 이런 섬과 바다 풍경은 그의 작품 세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담아낸다는 평가와 함께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에 비유되곤 하는 그의 예술세계의 원천과 조형미를 다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사진을 예술로 표현한 그는 사진이 한국 현대예술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의 의미와 조형세계를 살펴보며, 한국 현대미술 속의 사진의 위상과 방향성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배병우의 예술세계: 섬과 숲 사이
1. 시작하며
배병우(Bae Bien-U, 1950~ )는 소나무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른 새벽안개 속, 흑백톤의 그의 소나무는 특유의 거친 질감을 드러내며 강인한 생명력과 인고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섬과 바다, 제주 오름, 창경궁, 종묘 등 그는 한국의 자연을 은유적으로 바라보며 조형적 아름다움을 지닌 사진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번 전시에선 배병우의 소나무와 섬 풍경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한다. 전남 여수 출신인 배병우는 이른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섬과 바다 풍경을 사진으로 작품화했다. 이런 섬과 바다 풍경은 그의 작품 세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담아낸다는 평가와 함께 ‘붓 대신 카메라로 그림’에 비유되곤 하는 그의 예술세계의 원천과 조형미를 다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사진을 예술로 표현한 그는 사진이 한국 현대예술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의 의미와 조형세계를 살펴보며, 한국 현대미술 속의 사진의 위상과 방향성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겠다.
2. 섬과 바다
배병우는 1970년에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1970년대 사진작가들이 개인적인 연구와 학습을 통해 작가의 길을 걸었듯, 배병우도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고향 선배의 권유로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loy-Nagy, 1895~1946) 등 서양 사진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다.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방위 예술가였으며 과학기술 매체를 이용하여 예술의 지평을 넓혔던 모홀리 나기는 배병우에게 빛에 대해 새로운 접근과 함께 현대미술에서 사진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제공한 작가였다.
또한, 이른 시기 배병우에게 영향을 준 사진작가는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1886~1958)이었다. 전체보다 일부분을 밀착하여 질감과 결이 선명한 것을 원했고 부분을 통해 전체를 해석하고자 시도하며, 대상의 외적 표현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고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자신의 주관을 통한 표현 의지가 담긴 미를 구축했던 웨스턴의 예술세계는 배병우의 사진예술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
개인적인 학습 과정에서 서양 사진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배병우가 사진작품으로 그의 앵글 속에 넣기 시작한 것은 섬과 바다풍경이었다. 그의 고향인 여수 앞바다를 시작으로 홍도, 완도, 백도, 거제도, 거문도, 진도, 소리도, 속초, 제주도 등 우리나라 섬과 바다 풍경을 그는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1982년 관훈갤러리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 이들 사진 작품들을 보여주었고 그 후 한국의 섬과 바다 풍경에 대한 고민은 마라도의 섬과 바다 풍경을 주제로 하여 한편의 사진집을 출간하게 했다. 섬에서 원경의 바다풍경을 ‘칼라’를 사용하여 담아낸 바다 풍경도 있었지만 이른 시기부터 그는 해변의 돌과 파도 등 ‘흑백’의 바다풍경을 선호했다.
1970년대의 한국사회는 근대화, 산업화가 가속화되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게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반대급부로 전통에 대한 몰락, 삶의 불연속성, 개인 소외 등 급속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났던 시대였다. 이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배병우는 자신의 미의식의 원천을 바다와 섬에서 찾았다. 여수에서 출생하여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섬과 바다를 보고 자랐던 작가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 떠올린 것은 당연 섬과 바다였던 것이다.
그는 “소나무 작가로 알려졌지만 난 본능적으로 바다가 좋다. 소나무가 아버지라면 바다는 어머니이다. 나에게 바다는 고향이고, 나의 영감의 원천이며,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고 표현하기도 했고, “내 생태 감수성의 뿌리는 우리나라의 섬과 바다다”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그는 “내 기억 속에 자리한 가장 오래된 그림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실 뒷벽에 붙어 있는 것이다. 큰 나무 밑에 기와집이 납작 엎드려 있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크레파스 그림이 있다. 그 때의 기억이 마음 한쪽에 자리한 탓인지 그동안의 사진 작업들은 모두 그 그림을 닮아 있다.”고 했다.
그는 창덕궁(1991~2009), 종묘(1995~1998) 등 한국의 자연과 더불어 타이티(2002~2003), 아일랜드(2003), 앙코르와트(2003), 몽골(2006), 알람브라 궁전(2007~2009), 산티아고(2008) 등 여러 나라의 자연을 사진에 담았지만 섬과 바다 풍경은 지속적인 그의 작품 소재였다. 그는 최근에도 섬과 바다의 풍경을 2012년 『풍경』 사진집에 담아 출간했고, 제주도의 바다와 하늘을 『제주도』사진집에 묶기도 했다.
그에게 섬과 바다는 자연 속에서 노닐던 유년기의 유희적 공간이면서, 항상 머릿속에 맴돌던 기억이었고 자신의 정체성과 근원을 찾는 소재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앵글에 비춰진 여수 앞바다의 수평선과 힘찬 파도, 섬의 바람 그리고 섬들 사이의 단순화된 선형, 멀리 보이는 돌들에 부딪히는 파도 등 이런 섬과 바다의 풍경은 그의 예술세계 형성의 원천이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3. 소나무
배병우는 1984년 동해 낙산사의 소나무를 시작으로 소나무를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사진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섬과 바다를 찾았던 배병우는 이제 전국 곳곳의 소나무를 찾아다녔다. 그가 그렇게 찾던 소나무 중 최고는 경주 소나무 숲의 나무였다.
소나무는 역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여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에 옛 선비들은 집안이나 정자의 주위에 소나무를 심어 그 자태를 바라보며 그 품성을 배우고자 했다. 전통문화 안에서 선조들은 출생을 기념하거나 대대손손 후손이 번창하길 기원하며 소나무를 심었다. 강희안(姜希顔)은 「花木九品」에서 소나무를 일품(一品)에 놓았고, 화암 유박(花菴 柳璞)의 「花木九等品」에서도 대나무, 매화, 국화, 연과 더불어 소나무를 일등에 올려놓았다. 소나무는 전통회화에서 어떤 자연물보다 자주 그려지는 소재였다. 또한, 소나무는 그 거대하게 자라는 장엄한 모습이 높은 품격을 보인다 하여 일찍부터 황제의 궁전을 수호하는 나무라고 했으며 왕좌의 배경으로 권위와 장엄을 상징하며 일월오악도에 그려지기도 했다.
배병우가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자 한반도 구석구석까지 뿌리박고 산세와 경관에 조화롭게 자라는 소나무에 매료되어 소나무를 주제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은 당시 시대와 미술사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1970년대 부터 미술사관련 학과들이 개설되었고, 연구소와 학회 등이 결성되면서 한국회화사 연구가 양적 팽창과 질적 전환을 거듭하면서 활성화되었고, 진경산수, 풍속화, 민화 등 전통 회화가 재조명되며 그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당시는 정권에 의해 촉발된 전통성과 주체성에 대한 담론의 장을 토대로 전통 계승에 대한 화두가 이어졌다. 또한 한국 미술특질에 대한 거대 담론 속에서 전통적 삶이 다양한 흔적으로 녹아 있는 농촌 현장이 새마을 운동을 통해 획일화되어가는 것이 목격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을 담은 사진들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통의 재발견’이라는 화두가 있었고, 한편 1970년대 이후 더욱 활발하게 전개된 국제무대 진출은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었다.
배병우 자신도 당시 전통회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전통회화의 원형과 한국적인 미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언급했다. 배병우가 한국의 자연 특히 섬과 바다를 통해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과 한국미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되었던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함께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의 소나무 작업을 1993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선보였고 이때부터 ‘소나무 찍는 사진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는 사진작가로서는 처음으로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개최했고, 국내는 물론 프랑스, 일본, 캐나다, 미국, 스페인, 독일 등 국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4. 섬과 숲사이에서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작품은 얼기설기 엉켜있는 소나무, 또는 화면 위로 용솟음치며 상승한 듯한 구도의 소나무들이 다수이다. 다양한 형태와 변화들을 갖는 한 화면속의 소나무들은 화면에 역동성과 율동감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또한 <소나무>(2003)와 <소나무>(2007)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의 소나무는 화면에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나무 동체의 일부분만을 확대하여 화면을 채우는 독특한 구도이다. 이렇게 근경의 소나무들의 위와 아랫부분이 잘린 구성은 소나무의 기둥이 화면 내에서 밖으로 연장됨을 상상케 하여 화면의 확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와 더불어 강인하고 굳건해 보이는 소나무의 성격을 부각하게 한다.
그는 바다와 맞닿은 여수 향일암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거친 돌의 표면은 소나무의 동체와도 닮았다. 또한 그는 거센 바람이 일으켜 넘어지는 듯한 풀과 파도치는 바다를 포착하여
<om1a-042h>(2007),<om1a-030h>(2007),<plt1a-029h>(2002), <plt1a-030h>(2005), <sea1a-024h>(2000) 등의 섬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의 사진 안에는 야생의 날카로운 풀과 함께 강한 바람이 있으며 바람이 불고 파도가 움직여 생기는 거대한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런 소나무의 역동성과 섬의 바람 표현에서 오는 생명력의 표현은 배병우 사진이 갖는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배병우는 아침 여명의 소나무 숲을 즐겨 찍는다. 어부였던 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배를 타고 떠나는 것처럼 그도 이른 아침이 더 익숙하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새벽 동틀 무렵 원경의 소나무들 사이로 안개처럼 희미한 빛이 비치는 순간을 작가는 사진에 담았다. 아침이 열리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원경의 풍경과 검은 소나무의 동체 는 마치 수묵화에서 먹물이 연하게 퍼진 듯한 배경사이로 몰골법을 사용하여 세로로 그어 내려 농묵의 조화를 들어낸 한폭의 한국화를 보는듯하다.
또한 그는 멀리서 보이는 공간과 섬의 풀들을 <om1a-039h>(1999), <om1a-035v>(2002),<om1a-053v>(2007), <om1a-053v>(2007), <om1a-047h>(2007) 처럼 흑과 백으로 대조적으로 표현하거나 돌과 바다를 <sea1a-051h>(1999), <sea1a-082>(2012) 등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안개 낀 듯 희미한 바다와 반들반들하거나 거친 돌을 흑과 백으로 단순화 시켜 보여주었다. 흑백사진을 즐겨 찍어 흑백사진 작가로 알려진 배병우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섬과 바다풍경, 제주 오름, 창경궁, 바람 등의 풍경들 대부분을 흑백사진으로 제작한다. 이런 흑백사진은 흑백사진 특유의 과거 세월의 흔적을 자아내는 역할과 함께 아득한 서정을 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통 회화의 수묵화를 상기시키는 흑백사진은 주제를 단순화하여 강조케 하고 작가의 조형세계를 집중화시킨다.
하지만 전체적 화면 구성은 흑과 백안에서 단순화된 색조로 느껴지지만 배병우의 <sea1a-008h>(2000), <sea1a-087h>(2012) 등에서 보듯 파도에 부딪혀 완만해지고 매끈하거나 거친 돌의 질감들과 <plt1a-045h>(2010), <plt1a-043h>(2002), <om1a-035v>(2002) 등의 날카로운 야생풀들은 단순화된 색조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의 소나무 역시 동체를 밀착해서 촬영하여 특히 나무껍질의 거친 마티에르를 강조했다. 이런 소나무의 거친 질감은 죽은 자의 영혼을 안식시키고 수호수처럼 굳건하게 왕릉을 지키며 그곳을 지내왔을 시간과 생명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바다에서 느낀 힘과 생명력, 수평과 지평선의 단순한 선형, 아련하게 보이는 먼 바다 풍경 그리고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물 등 배병우의 사진 작품 속에는 여수의 섬과 바다, 자연에서 체화된 예술세계가 담겨있다.
4. 마치며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예술로서 인정된 것은 다른 장르에 비해 늦었지만 사진은 완벽하게 현대미술에 녹아들었다. 사진작가가 아니더라도 사진으로 작품을 표현한 미술가들도 다수 있으며, 사진은 예술 장르에서 수많은 표현 가능성을 넓혀왔다. 소나무뿐만 아니라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주제, 어디서나 본 듯한 배경, 어찌 보면 관광엽서와 같은 주제를 배병우는 선택했다. 현대미술 속에서 이러한 평범한 주제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이가 바로 배병우 작가이다.
한국처럼 산업화로 인한 급성장, 급도시화된 사회의 모습을 갖춘 나라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중년들은 급격한 변화를 실감하며 살아왔던 산증인들이다. 급격한 변화의 물결과 함께 흘러가 버린 과거의 시간과 자연과 함께했던 생각들에 대한 이미지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바로 현재 한국인들인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더욱 섬과 바다를 시작으로 한국의 자연을 찾았던 것 같다.
배병우는 가장 흔한 나무인 소나무와 자연 풍경을 사진에 담아 한국의 자연미를 응축해서 표현했다. 그가 이러한 성과를 내었던 것은 수많은 시간을 자연과 함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형화시켰으며 또한 배병우 자신만이 가진 예술적 아우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손가락의 움직임, 감각, 숨결, 사상, 재능, 시선 등등이 종합되어 만들어진다. 배병우 작가만이 갖는 예술적 아우라의 출처는 분명하게 명시할 수는 없지만 남도의 예술다운 맛, 따뜻한 서정성이 작가의 사진 작품 속에 배어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첫댓글 감사하는 마음으로 스크랩 합니다.
너무나도 좋은 전시에요.
널리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