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
가난한 조그만 동네에 새로 생긴 마을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발자국 소리도 들릴 가까운 거리에
소년은 고구마 화로에 장작을 지피는 일을 한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화로에 중간 칸막이 바닥에 냇가에서
주어온 맞춤한 자갈을 깔고 맨 아래 바닥에 장작을 지펴 불을 피운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교인들은 출출한 배고픔으로 화로 주위로 모여든다
그 소년이 맡은 소임이 무엇인지 놓쳐버리고
산업사회 전자시대에 아니 지금 집집마다
주방에 설치된 전기오븐은 생고구마를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려 넣어
전원 스윗치를 켜면 30분 가량 열에너지가 익혀준다
소년도 교인도 없이 속도전의 시대에
노릇노릇 잘 익은 군고마와
개인의 존재와 상관없이
손 놓은 자의식을 강요하는 시대에
편한 맛이란 미각만 살아있다
스토리가 생략된 간소화되고 편리한 시대
하품 나는 일상보다 바쁜 고단한 삶에
너무 경쟁하고 아픈 사연에
소외된 개인을 품어주는 마을은 사라지고
따뜻함과 평화로움을 잃은 먼지만 날리는 황무지에
아이도 새도 날아가 버린 걸까
사라진 아름다운 동네
추운 날 눈이라도 올라치면
교회 종탑에 울림으로
당산 느티나무 아래에
눈사람 놀이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어 오겠지.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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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단 시인방
군고구마와 교회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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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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