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7
묏버들 가려꺾어, 파도, 개양귀비꽃
석야 신웅순
경성은 여진족을 비롯한 많은 이민족의 침입이 있었던 국방의 요지였다. 선조 6년 고죽 최경창이 북도평사로 경성에 부임해 왔다.
고죽은 여기에서 어린 홍랑과 깊은 정을 맺었다. 홍랑은 고죽에게서 한 사람의 남자, 아니 부모의 정을 되찾은 것이다.
그것도 잠시였다. 이듬해 봄 고죽은 서울로 내직 발령을 받았다. 홍랑은 경성에서 쌍성까지 고죽을 마중 나갔다. 함관령에 이르렀을 때 날은 저물고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홍랑은 이곳에서 서울로 떠난 고죽에게 시조 한 수「묏버들 가려꺾어…」지어 보냈다. 애틋하고 간절한 그리움의 시조였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게
주무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 잎이 나거든 저인 줄 여기소서
미련 없이 보내면 될 것을 나중에 새잎 나거든 나인 줄 알아달라니. 보내는 마음이 얼마면 미련이 이리 남아 절절한 것인가. 이별의 마음은 몇 백년 후인들 그 아픔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그대를 보냅니다
등 떠밀어
보냅니다
명치끝에 아려오는
절절한
그리움을
다 덮고
혀를 깨물며
그대를 보냅니다
- 서일옥의 「파도」전문
그대를 보냅니다. 등 떠밀어 보냅니다. 절절한 그리움 다 덮고 혀를 깨물며 그대를 보냅니다.
미련이야 없겠느냐만 혀를 깨물며 보내는 마음은 얼마나 아플 것인가. 이별을 한 이들은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나를 알아달라는, 날 기억해달라는 말이 없다. 혀를 깨문다는 그 말 한 마디이다. 동서고금 인간 이별의 애틋한 마음은 다 똑 같다. 희로애락이 사람의 마음,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니냐.
시인은 힘들 때마다 자신의 고향인, 지금은 매립된 마산 바다 가포에 가곤했다고 한다. 거기에서 넓고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곤했다고 한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아니더면 이런 시를 썼을까.
세상을 살아가려면 선택을 해야한다.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등 떠밀어 보냈고 얼마나 서러웠으면 명치끝이 아려왔을까. 끝내는 혀를 깨물며 그대를 보내야 했을까.
여백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더 이상의 말은 흠이 될 수 있다. 하늘도 산도 남겨야두어야 하도, 물도 새소리도 남겨두어야 한다. 해조음 소리, 갈매기 소리도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의 눈이 멀고 우리의 귀가 멀면 그 때나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별하지 않고는 한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보내야한다. 위대한 작품은 역사를 말하고 시대와 사회를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소할지 모르나 오래오래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위대한 작품이다.
옴마야-
저 처녀들
나긋나긋한 몸매 좀 봐
바람 따라
치마꼬리
살짝살짝 들리면
우짜꼬!
동네 머스마들
가슴 뻐개지겠네
- 서일옥의 「개양귀비꽃」
바람결에 치마자락 한들거리는 개양귀비꽃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없다. 곱고도 해맑은, 그 투명한 붉은 홑빛깔, 예쁜 개양귀비꽃.
견딜 수 없어 필자도 붓을 들었다. 명품 앞에 흠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예뻐서 그만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먼 훗날 그대를 찾아가면 나는 시가 될 겁니다.
- 신웅순의 「양귀비꽃」
언젠가는 오지만 언젠가는 가는 것이 사랑이다. 올 때는 애틋하지만 갈 때는 가슴 아픈 것이 또한 사랑이다. 사랑은 오가는 것이 신비스럽다. 사랑은 영원도 없고 순간도 없다. 오직 시작만 있을 뿐이다.
-신웅순, 다시 꺼내보는 명품시조 17, 묏버들 가려꺾어, 파도, 개양귀비꽃, 2021.12.15.(수)
첫댓글 기생 홍랑의 사랑 절개 시묘 까지
찾아보고 읽었습니다.
사랑 하면 또 薛濤 기생
재주가 비상하고 매력적인 16세 어린나이
열한 살 연하의 시인 元稹과의 연애도
유명하다 들었습니다.
(春望訶)네 수 중 세번째 작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히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 갓되어 풀잎만 맺으랴 는 고
얼마나 간절 했을까 !!!
홍랑 의 시 구절이 기가막힙니다.
얼마나 애절하면 새잎 을 비유하며 미련 남긴글
가슴 져며와요..
산이나 물처럼 오래도록 곁에 있을수 없기에 이별하고
또다른 만남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겠지요
글 읽으며 만남과 믿음 사랑 과 기다림
절절한 이별
충분한 감동먹고 애절하고 고귀한 사랑 을 희망으로 남겨두고…
붓 끝의 아름답게 춤추는 양귀비꽃
홀딱 반하여 있습니다^^
아품이 있더라도 애틋하게 사랑 을 품 안으로 품었으면 하는 아름다운 글
명품으로 읽었습니다 ^^
오늘은 모든 수업 종강
朋友들 하고 긴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한문, 한글 두루 학교에서 가르치시나 봐요.검은 마스크에 손가락 브이자 펴보이신 분이신가 봐요.
저 뒤엔 어르신도 계시고요.
보기 좋은 서예 공부 모습입니다.
좋은 글 쓰고 싶으나 늘 미치치 못해 몸부림칩니다.
서예도 마찬가지 예술은 끝없는 묵언수행.
마음을 닦는 일이라 생각됩니다.님의 교실 풍경 둘러보았습니다.고맙습니다.
산을 헤매고 헤매어 찾은 약초들을 귀하게 보관했다가 적재적소에 쓰듯.
평생 읽고 찾으신 시들.
흐름에 맞게 꾸려 가시는 글을 공짜로 받아 먹습니다.
모아 놓은 양식 없는 저로서는 선생님의 창고 부럽기만합니다~~~~^^
조금씩 나누어 주시니
제 창고도 좀 채워 보겠습니다.
남의 일에 참견^^
위의 사진에 흰마스크 쓴 분이 브이자를^^
어쩌면 제 마음을 들여다 보십니까? 사실 오래 전부터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해온 것들을 다시 꺼내서 쓰고 있습니다.어떤 것은 세탁해서 쓰고 어떤 것은 수리해서 쓰고 있습니다.제겐 새로운 것들이 아닙니다.이저리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주어다 제 줄에 맞게 꿰어 만들고 있을 뿐입니다.쉽지는 않지만 유용하다 싶어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브이자 자세히보니 그렇네요.매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