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 오면서,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이 취미 생활이라는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렇다면 취미 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취미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걸까?
취미도 정체성의 일부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성능(초감각) 대비 배터리 효율성(에너지, 멘탈)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ex. 성능은 아이폰 15인데 배터리는 아이폰 5)
항상 에너지 고갈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사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상시적인 에너지 충전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정신 에너지 충전(힐링)은 행복한 시간을 보냄으로써 활성화되므로,
일단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점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입니다.
여기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금 추상적이라고 느껴지신다면,
행복감이라는 감정도 그 실체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을 통한 전기적 화학 신호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키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웃을 때나 울 때, 감동을 받을 때,
인간은 행복감과 안정감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화학 물질을 방출하는 편입니다.
(cf. 울 때도 웃을 때와 마찬가지로 엔도르핀, 세로토닌 등이 생성된다.)
따라서, 나는 언제 행복한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의 웃음포인트와 울음포인트, 감동포인트를 캐치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내가 언제 웃고, 언제 울고, 언제 감동받는 지는 누구나 명확히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해당 행위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의 에너지 상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가령,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 폭발하기 일보 직전에,
눈물샘을 폭발시키는 드라마나 영화를 한두시간 보고 나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내면이 안정되면서 힐링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만족감 중에 하나가 바로 봉사 활동인데,
봉사 활동 중에는 웃거나 울거나 특히 감동받을 일들이 굉장히 많이 생긴다.
따라서, 이타적인 일을 하는 동시에 자기 만족과 자기 위안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매우 생산적인 활동인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초감각과 초감정을 지녔기 때문에,
더 깊은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웃거나 울거나 감동 받으면서 더 깊은 마음의 울림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예민한 감각으로 인해 더 빨리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하지만,
동일한 감각으로 인해 더 쉽게 에너지가 충전될 수도 있는 것이죠.
따라서,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절대로 나만의 취미 생활을 등한시하시면 안 됩니다.
의외로 취미 생활도 어느정도의 기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단순히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켜서 뭐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는 일도 최소한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예민한 사람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기력이 완전히 소진된 채로 집에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그냥 침대에 누워있거나 잠만 자거나 하는 식으로 휴일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물론 이러한 쉼도 충전이 되기야 하지만, 이는 비유하자면 저속 충전에 가까운 힐링이며,
취미 생활을 통한 휴식이야말로 고속 충전에 해당하는 힐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아무리 힘들고 기력이 없으시더라도,
하루에 최소 30분 이상만큼은 웃거나 울거나 감동받을 수 있는 일들에 투자하시기를 바래요.
사실, 감정의 폭발로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은 "승화"를 통해서 가능해지는데,
보통 이러한 승화는 무언가의 창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예민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상위 단계의 취미 생활이란 바로 그 자신이 "컨텐츠 메이커"가 되는 일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웃고 울고 감동을 받는 일도 충분히 좋은 취미 생활이지만,
스스로 음악을 하면서 웃고 울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만족감의 차원이 달라지게 돼요.
즉,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의 차이랄까?
간접 경험은 행위자의 감정을 내가 공감을 통해 대리 체험하는 것이라면,
직접 경험은 내가 그 감정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니 아무래도 그 깊이와 세기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음악이나 영상, 미술 등에 나는 소질이 없어서 직접 하는 건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한다면,
가장 간단하게 시작하실 수 있는 일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단순히 매일 쓰는 일기를 3인칭으로만 작성해도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될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 술 더 떠서,
일기를 쓸 때 약간의 픽션과 상상력을 더해 조금이라도 더 풍성하게 쓰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됐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며 쓰다 보면,
내면에 복잡했던 아쉬움, 후회 같은 감정들도 적잖이 해소되면서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또한, 일기나 감정 노트를 3인칭으로 쓰게 되면, 있었던 일들에 자연스럽게 심리적 거리두기가 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예민한 사람은 감정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극을 더 깊은 수준으로 느끼는 사람들이니까요.
바로 여기에 예민한 사람들이 빠지게 되는 일차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너무 힘들다보니, 나의 정신적 고통에만 압도되어 내 성격을 저주하고 자책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내가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일 뿐,
나의 예민한 감각은 긍정적인 자극과 긍정적인 감정들에도 당연히 적용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장점을, 어드밴티지를 활용해 먹어야 해요.
절대로 일터에서 내 에너지의 100%를 전부 다 써버리지 마시고,
3할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겨서 여러분의 취미 생활을 풍성하게 가꿔 보세요.
단점은 감내하면서, 장점을 최대한 즐기며 뽑아먹는 것이
예민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의 방식일 테니까요.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저도 종종 글을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