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주공 2단지. 지은 지 30년이 다 돼가는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안이 부결됐다. |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2단지 내 복합상가. 상가 건물로 들어서던 최영임(51·주부)씨에게 “오는 4월 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주공 2단지에 올해로 10년째 살고 있는 최씨 가족은 대학교 3학년인 첫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시기에 맞춰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한다. 다시 기자가 “그럼 남편은 어떤 당을 지지하냐”고 묻자 최씨는 “우린 무조건 한나라당”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기자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최씨의 입에서 한마디가 더 흘러나왔다. “근데 요즘엔 좀 바뀌는 것 같더라고. 남편이 뉴스 보면서 막 뭐라 그러더니 한나라당 찍지 말라고 그러대. 진심이야 총선 가봐야 알겠지만.”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벨트는 과연 올해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불패 신화’가 무너질지 주목받는 곳이다. 과거에는 ‘역시나’라며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지역이지만 올해 총선에서는 ‘혹시나’라며 이변 가능성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실제 이 지역에서 만나본 유권자들도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 때와 비교해서는 미약하긴 하지만 이 지역에 야당 바람이 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이 강조하는 민심의 기저에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재개발로 인한 전세가 상승과 경제 불황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강남을 지역구 의원이었던 공성진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데 이어 최근 한나라당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고 한다.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실망감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비리 폭로전 속에서 정치 전반에 대한 환멸과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민주 “강남 3구도 도전할 만”
지난 18대 총선까지만 해도 강남 3구 벨트는 의심 없는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강남구 일대에서 24년간 지역주간지를 경영해온 강남신문 유상용(54) 대표는 “강남 지역구에선 ‘개가 나와도 한나라당 찍는다’는 말이 있다”며 “그 정도로 여당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쟁쟁한 여권 인사들이 4월 총선에서 강남 3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 텃밭인 강남 3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공성진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강남을 지역구만 하더라도 18대 비례대표로 첫 금배지를 단 원희목(58·한나라) 의원을 비롯해 맹정주(65·한나라) 전 강남구청장, 허준영(60) 전 코레일 사장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 3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거치며 더 이상 한나라당이 마음놓을 수 있는 지역구가 아니라는 시각도 많아졌다.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맛봤다. 당시 강남 3구 유권자들은 구의원 2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3명을 야당에서 뽑았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의 강남구로 불리던 성남시 분당을에서 민주당 손학규 의원이 당선된 데 이어 또 다시 닥친 충격파였다.
이런 흐름이 19대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현재 야당 진영에서도 강남 3구에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당사자는 부인했지만 최근까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강남 출마설이 나온 것도 강남 3구의 정치 지형이 달라진 게 배경이다. 익명을 원한 한나라당의 한 강남구의원 역시 “서초을과 강남을 쪽은 이미 민주당에 많이 잠식당했다”며 야당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총선에서 서초갑에 출마한다는 박찬선 민주통합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은 “서초구 주민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편으론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지역위원회 자체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힘을 합친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지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
익명을 전제로 취재에 응한 야당 소속의 한 송파구 구의원은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보니 예전보단 민주당 쪽으로 표심이 온 게 사실”이라며 “아직 총선 승리를 바라보기엔 이르지만 민주당 내 분위기는 ‘하나마나’에서 ‘해볼 만하다’로 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여당 소속 송파구 구의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여론이 비등해졌다”며 “여야가 서로 해볼 만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당 내부의 분위기는 강남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읽힌다. 도곡동에 사는 박모(50대·변호사)씨는 “요즘에 하도 나꼼수 나꼼수 해서 아이패드로 받아 듣는데 상당히 재밌다”면서 “여전히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괜찮은 대안이 있다면 그쪽(야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교대역 인근에 산다는 박대준(45·교수)씨는 “이젠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조국 교수 같은 제3세력이 출마한다면 당연히 그쪽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박세은(28·회사원)씨는 “회계사이신 아버지는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으라고 하는데 난 별로 생각이 없다. 좀 새로운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내 월급이나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야당 인사들은 강남 3구 선거구 중에서도 세입자 비중이 높은 강남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야당 소속 강남구 구의원은 “세입자 비율이 높은 강남을에선 저명인사가 야당 단일 후보로 나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강남을에선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야당에 좀더 유리하게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구의원은 “대치동 청실아파트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대치동 전 지역 전셋값이 20%가량 동반 상승했다”면서 “이것이 서민층 여론에 직격타를 날렸다”고 분석했다.
야당의 강남 공략이 아직 역부족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구의원은 “강남에서 민주당 바람이 분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한나라당이 강세”라며 “특히 강남 지역 중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갑에선 야당 단일 후보가 나오더라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강남 3구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곳에서는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이 흔들림 없는 지지도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초구와 함께 강남구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대표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을 압도적으로 지지했었다. 도곡동에 사는 송영미(40대·주부)씨는 “누가 나와도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며 “요즘에 야당이 점점 세력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라도 (여당) 밀어줘야지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野가 되면 북에 또 퍼줄 것 아니냐”
비(非)한나라당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곧바로 민주통합당과 연결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 지지 여론으로 이어지는 적극적인 것이라기보다 ‘한나라당만 아니었으면’ 하는 소극적 반감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최준식(40대·자영업)씨는 “이번만큼은 한나라당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크다. 그렇다고 지금으로선 민주당에도 지지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이 비난했던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민주통합당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압구정동에 살며 인테리어업체를 한다는 김재권(50대·자영업)씨는 “민주당은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서 대권을 잡기 위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야당은 자꾸 복지, 복지 하는데 복지를 위한 복지여야지 진보정당의 정권 쟁취를 위한 복지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 그래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은 마당에 야당이 (정권) 잡으면 또 북한에 퍼줄 거 아니냐”고도 했다. 강남신문의 유상용 대표는 “강남은 여전히 한나라당이 유리한 지형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좀 똑똑한 사람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여당은 오히려 제3의 인물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한나라당 무너졌습니다
백성들이 좋아하질 않아요
민심은 천심 춥고 배고픈 백성들이 한나라당 좋아하겠는지요
무너지는 기등을 붙잡을 사람이 있을까요
같이죽을텐데??